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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에 대한 사랑과 애착만이  
 리디  posted at 2003-07-28 20:33:48
3683 hits  0 comments
 http://www.reedyfox.com NeWin reedyfox is level 39  llllllllll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column_etc/14  [복사]

조약돌의 글을 리디가 대신 올립니다.




** 삐질삐질
    이곳에 와서 심각하게 느끼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고의 폭이 줄어드는 것 같다는 것이다. 특히 영어로 누군가와 얘기할 때면 내 지식과 사고체계는 중학교 수준이 되어버린다. 특히 영어로 기도해야 할 때.. (여기선 돌아가면서 기도하는 것이 정형화 되어있다. 고로 기도할 때마다 땀을 삐질삐질 흘려야하는 건, 언제나 극복할 수 있는 것일지..) 언어에 내 생각이 그만큼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뭔가 이벤트만을 찾고 있는 일상 속에서 사고할 시간은 그만큼 없어지고... 일종의 위기의식을 느끼며 이번 글이 하나의 탈출구가 되었으면 하는 기대로 시작을 해 본다.


** 할로윈
    이곳 캐나다에서는 10월 마지막 날에 할로윈이 있다고 온갖 상점마다 해골과 호박들이 난무하다. 더불어 크리스챤들은 이것으로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는 것 같고..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도강하고 있는)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에서도 주말에 기연 기도회가 있고, 여기서조차 몸담고 있는 CCC에서도 이번 주간을 evangelism week으로 정해서 매일 전도를 하고 있다. 덕분에 한국에서도 거의 안하고 뺀질거리던 내가 일주일에 몇 번을 전도하는데 따라다녔다. 솔직히 같이 전도했다고는 못하겠다. 언어가 딸리는 터라 그냥 옆에서 듣고있거나 기도하는 것이 고작이었을 뿐..


** 논쟁이 되어버린 전도
    목요일에 있었던 일이다. 화요일에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성경공부 시간에 전도를 했다. (참고로 나는 일주일에 있는 4번의 성경공부에 전부 참석하려고 노력중이다. 이미 두 개는 참석하고 있고.. 솔직히 이 시간이 나에게 있어선 영어로 생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니까.. 친구들도 사귈 수 있고..) 짝이 맞지 않아 세명이서 학생회관 주위를 돌아다니다 담배를 피고 있던 남자아이에게 말을 건넸다. 기독교에 대해 어떠한 견해를 갖고 있는지 설문 조사하러 왔다면서... 후훗.. 시간과 장소를 초월해 CCC의 전도 방법은 너무나 같은 모습을 갖고 있는 것이 재미있었다.

    때마침 지나가던 아이의 친구도 함께 해서 결국 다섯이서 얘기를 했다. 하지만 이것은 전도가 아닌 논쟁이 되어버렸으니.. 그것은 바로 기독교 배경을 갖고 있는 이 아이의 구약에 대한, 정확히 말하자면 창조와 진화에 대한 의심 때문이었다. 어떻게 갈비뼈에서 여자를 창조할 수 있느냐, 에덴을 믿느냐.. 등등.. 굉장히 영리한 한 아이가 (이 아이는 16살에 대학에서 공부를 하고 있다. 소위 월반이라는 것을 고등학교에서 대학교로 한 거라고...)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면서 자기가 믿고 있는 창조에 대해 얘기를 했고, 나도 '이렇게 휩쓸리면 안 되는데...'라면서 안 되는 영어로 끼여들었고...

    이미 알고 있었다. 비록 내가 창조론과 진화론에 탁월한 지식을 갖고 있어 이 아이를 설득, 아니 논쟁에서 이긴다고 해도 그것으로 그를 하나님 앞으로 나오게 할 수는 없다는 것을... 하지만 결국 시간은 충분치 않았고, 아이는 약속이 있다면서 떠나갔다. 너무 아쉬웠고, 안타까웠다. 내가 어릴 적부터 하나님을 알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냥 컸다면, 나도 저 아이처럼, 아니 어쩌면 더욱 논박하면서 기독교를 멀리 했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 내 신앙의 재고..
    전에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나는 거의 모태신앙이라 별 고민 없이 신앙 안에서 자라왔다. 하지만 그러한 배경 때문에 나에게 기독교라는 것은 막연히 익숙한 것일 뿐이었다. 어릴 적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성경 이야기들.. 어떻게 구원을 얻는지에 대해서도 수없이 들어왔고.. 하지만 대학교 1학년 여름방학 때 수련회에 한번 참가하는 것으로 이 단체가 뭐 하는 조직인지도 모르고 CCC에 들어오게 되었으니...

    전도.. 무지 많이 들어왔지만 내 신앙에 있어 무지 행동하지 않는 부분이 바로 전도이다. (그렇다고 다른 건 잘하고 있나?) 그런데 CCC가 전도하는 단체란다. 이미 그걸 알고 발을 빼기엔 좀 깊숙이 들어와 있었기에 그때부터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전도하다가 나 같은 사람 만나면 이것저것 무지 논박할텐데, 아니 그런 수준이 아니라 단순한 질문에도 그렇게 오랫동안 신앙생활을 해 왔다는 지금의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다는 사실에 위기의식을 갖기 시작했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신앙서적도 많이 읽고, 다양한 관점에서 생각도 하고, 여기저기서 배우면서 나름의 신앙관을 정립해왔다. 당시에 꽤 관심을 가졌던 부분이 바로 변증법이었고, 더불어 창조와 진화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부분에 대해 공부한 것이라곤 그에 대한 책 몇 권들이 전부이다. 솔직히 당시에 책들을 읽으면서 '아, 이렇게 하면 멋지게 상대를 제압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동시에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함께였다. 그리고 그나마 갖고 있던 지식도 내 나쁜 기억력으로 인해 얼마 남아있지 못하고...

    그 날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이 진화론에 대해 공부하고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한 의문이 풀려야겠다는 아이의 말에 내 기억의 단편들을 제시할 뿐이었다. (물론 그 조차도 제대로 전달이 되었는지는 의문스럽지만.. -_-;) 당시엔 나쁜 나의 기억력이 무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그가 원하는 객관적인 증거들을 제시해줄 수 있었다면... 하지만 알고 있었다. 비록 내가 그것들을 제시했더라도 그는 여전히 다른 의문들을 갖고, 아니 찾고 있었을 것이라는 사실을..


** 생명에 대한 사랑과 애착
    나는 무척이나 이성이 발달해 있는 사람이다. 전에 선교에 대해 비 이상적으로 들떠있는 교회 후배에게 신앙에 대해, 그리고 그 확신에 대해 물어본 적이 있다. 결국 그 아이로부터 '오빠가 갖고 있는 신앙은 무슨 수학 공식 같네요...'라는 말을 들었고.... 이 얘기를 굳이 하는 이유는 내가 결코 모든 것이 믿음이네 하는 식의 크리스챤은 아니라는 걸 얘기하고 다음의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보고, 경험한 후에야 그것에 대해 믿고 신뢰하는 세상의 방법과 기독교 안에서의 그것과는 어떠한 면에서 정반대의 순서를 필요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 처음에 나는 하나님이 이성을 갖고 계시고 인간을 당신의 형상대로 창조하셨기에 내 이성으로도 충분히 하나님에 대해서, 기독교에 대해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것으로 논리적으로 불신자들을 KO시킬 수 있을 거라는 일종의 흥분으로 많은 지식을 추구했었고..

    결론적으로 완전한 착각이었다. 많은 것들을 알아 가면 갈수록 언제나 그 끝에는 이성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었다. 그리고 그 벽에서 나는 선택해야했다. 그것을 믿음이라는 사다리를 놓고 넘어갈 것인지 아니면 벽이 무너질 때까지 그 자리에서 이성이라는 계란을 계속 던질 것인지를...

    그렇다고 하나님을 이성적으로 알 수 없다거나, 그러한 지식들이 쓸모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은 절대 아니다. 나는 무척이나 그러한 것들에 무게를 두고 있는 사람들 중 한명이니까.. 신앙의 성장을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한 이것들이 누군가에게 생명을 전하는 일에 있어서는 솔직히 그리 효과를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분으로부터 오는 생명에 대한 애착과 사랑으로부터 나오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만이 필요할 뿐... 솔직히 이런 말을 하는 내 자신이 그리 만족스럽진 않다. 왜냐면 위의 말은 내 이성적인 취향에 맞지 않는, 내가 좀 싫어하고 꺼려하는 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내가 아무리 싫어한다고 해도 내 지식과 경험이 위와 같은 결론을 내리고 있으니까..

    당시에 전도를 하다 논쟁을 하게 되었을 때 영혼에 대한 사랑과 애착이 논박하고 싶고 이기고 싶은 내 맘을 이겼더라면 하는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에 이 글을 적어본다. 내 자신에게 다시 한번 각인시키고 싶다. 중요한 것은 내 머릿속에 있는 지식이 아니라는 것을... 하지만 여전히 그러한 것들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말을 또 한번 하면서 글을 마치고 싶은 건 여전히 이성에 대한 애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기 때문일까??(200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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