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황우석팀 논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언론에 대한 이야기.
관심을 조금이라도 두신 분은 알겠지만, 황우석팀 논쟁이 시작된 중심에는 프레시안(의 그 유명한 강양구 기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받아 한겨레와 오마이뉴스가 핥짝대었고, 최근에는 한국일보에서 전향적인 모습을 보이며 '검증파'로 돌아섰죠. 국민일보(쿠키뉴스, 노컷뉴스)는 태생적으로 황우석팀을 달갑게 볼 수 없는 언론사인지라, 논쟁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있다가 이따금 얄미운 훈수나 하나씩 던지는 수준입니다.
신문사 말고 방송사를 살펴보자면, YTN은 과거 MBC와 불구대천의 경험이 있는 탓인지 노골적으로 황우석팀 감싸기를 하고 있습니다. SBS는 굳이 깊숙하게 끼어들었다가 피볼 필요는 없으므로 여론따라 상황따라 적절히 몇 꼭지 날려주는 정도입니다. 웃긴 것은 KBS죠. 속된 말로 X도 모르면서 온갖 얘기를 다 늘어놓는데, 이거 얼굴 화끈 거려서 못 볼 지경입니다.
그런데 오늘, 언론사의 보도 중에 중요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바로 중앙일보의 발빼기.
'돌리' 의혹 땐 제3기관 검증으로 해소
내용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이미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에서 보도한 것이니까요. 그런데 같은 내용을 중앙일보에서 내보내니 이렇게 비중있게 다뤄지는군요.
중앙일보에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은 아닐 겁니다.사이언스지까지 검증론으로 돌아서는 상황이니 어떤 '보험'을 들어놔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아닐까요? 혹여 황우석팀에게 최악인 결말이 도래했을 때, '우린 중립적이었고 언론으로서 중도를 걸었다' 라는 것을 항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죠. 왜 있잖습니까? "본보가 2005년 12월 XX일자에서 보도했듯이....."
이런 모습은 '역시 중앙일보는 조선일보를 못 따라가' 하는 경탄을 자아냅니다. 조선일보는 올곧은 신문이잖습니까. 그들의 자존심으로는 중앙일보의 저런 기사를 내보낸다는 것을 용납할 수 없을 겁니다. 역시 조선일보지요.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조선일보가 입장을 영원히 바꾸지 않으리라 말씀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이분들의 장점이자 특기가 있잖습니까. 장사가 안된다는 게 분명해지면 그날로 간판 바꿔다는 거. 만약 '황우석 베리 배드 엔딩'으로 끝났을 때 예상되는 조선일보의 주요 기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1면 헤드라인] 눈꽃으로 뒤덮힌 대관령 (대형 컬러 사진 배치, 스키장 표정 스케치)
[1면 구석탱이] 황우석팀, 2005년 논문 허위(과장)로 밝혀져...
[2면 사설] "엉터리 연구에 혈세 쏟아부은 과기부"
[3면 전문가 시론] 정부의 과학자 지원 절차도 검증해야...
[4면 정치] 한나라당, "과기부장관, 황씨 문병 때 조율 있었을 것" 의혹 제기
[5면 국제] 논쟁 휩싸인 사이 국제 BT는 이미 한국을 추월
[7면 분석기사] 정부, 검증 요구에 침묵으로 일관
[8면 인터뷰] 원로 과학자 노홍철 석좌교수, "정부가 화 키운셈"
[9면 독자투고] "이게 다 노무현 때문이다!" - 서울 도곡동 홍길동 씨 (자영업)
[10면 기자수첩] '국익' 논쟁, 의의는 있었다!
[11면 사회] 황우석팀 연구원, 퇴근 도중 분노한 시민들에 폭행 당해...
[12면 사회] 한학수 전PD, 돈암동에서 붕어빵 장사中 - "직업에는 귀천이 없죠" 해맑은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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