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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먼저 기대함과 소망함을 갖기로 했습니다. 저에게 있어 기대함과 소망함의 첫 단추는 담임 목사님이시며 이번 청년국 연합 여름 수련회 주강사로 모시게 된 나겸일 목사님을 사랑이 가득 담긴 눈으로 쳐다보는 일이었습니다. 아실만 한 분은 다 아시는 것처럼, 저는 4년 전에 온라인을 통해 나 목사님을 혹독하게 비판한 적이 있고 그 여파로 아직도 주안장로교회 홈페이지에는 자유게시판이 없을 정도로 그 상황이 자못 심각했었습니다. 그런 기억을 가지고 주강사를 바라본다면 그 수련회가 기대가 될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제 머릿 속에는 나 목사님의 설교란 '만날 똑같은 이른비 늦은비 얘기'로 박혀 있었기에 수련회의 핵심에 해당하는 집회에서 내가 도대체 무슨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냉소가 상당했습니다. 많은 청년들이 '나 목사님 설교' 하면 껌뻑 죽는 것과는 매우 대비되는 모습이었죠.
이런 상황과 형편을 뒤로 하고 저는 결단을 해야 했습니다. 첫째는 기도 제목에 '수련회에 종일 참석할 수 있는 마음과 상황을 허락해 달라'고 추가를 했습니다. 그리고 3주 전에 수련회 등록까지 마쳤습니다. 솔직한 말씀으로는 그러고 나서도 저녁만 참석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이미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수련회가 시작되었습니다. 개회예배가 수요일 낮 두 시부터였고 그 다음 순서는 조별 활동이었고 나 목사님이 인도하시는 집회 첫 시간은 저녁 7시 반에 시작될 예정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그날도 변함없이 출근을 했고 땀에 푹 절은 상태로 퇴근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팀장님이 느닷없이 이런 말씀을 하시는 겁니다.
"내일은 비가 많이 온다니 팀 전체가 쉬는 걸로 하고, 그대신 토요일에 너도 종일 일해야 한다."
원래 시스템 창호 시공은 날씨를 거의 타지 않는 일입니다.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나온 창호를 건물 실내에서 시공하는 것이므로 비가 와도 일 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로 시스템 창호 시공이 거의 마무리 되었고 15층(옥탑까지 18층) 건물의 계단과 복도 창 샷시 시공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샷시들은 2층이 한 셋트로 구성이 되어 있어 제품 길이가 보통 7미터에 육박합니다. 그 무게 또한 엄청나지요. 때문에 사람이 운반하지 못하고 맨 윗층에 전기 윈치를 달아 와이어로 끌어올리는 방법을 사용합니다.
문제는 비가 심하게 오면 전기 윈치가 치명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겁니다. 그래서 폭우 예보를 들은 팀장님이 아예 일을 쉬자고 말씀하신 것이지요. 토요일에 종일 일하더라도 수련회 일정상으로 오전 집회 하나만 있으므로 목요일을 종일 쉬며 집회를 두 번(오전, 오후) 참석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말 않고 오케이 했죠.
씻고 교회에 도착한 것이 7시 40분..... 코람데오(청년국 연합 찬양팀 이름)의 인도로 열광적인 찬양집회가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선 뒤에 자세하게 말씀 드리겠습니다.
찬양 시간이 끝나고 나 목사님께서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기 시작하시는데, 아.... 이거 완전 감동의 도가니였습니다. 주된 테마는 여전히 그 '이른비 늦은비 이야기'였음에도 말씀하시는 것 하나 하나가 왜 그렇게 새롭고 귀에 쏙쏙 들어오는지!! 저만이 아니라 모든 청년들이 웃고 울며 두 시간 넘게 계속 된 설교 말씀에 몰입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저런 귀한 분을 내가 왜 그리도 괴롭혔을까...' 하는 자책감까지 들었습니다. 하여간 목사님이 여간 이뻐보이지 않았어요. :)
그 다음 날, 예보됐던 대로 장마전선 북상과 함께 중국에 상륙한 태풍 에위니아로부터 공급된 수증기가 몰려와 엄청난 폭우가 쏟아졌습니다. 그래도 좋았습니다. 그 비 때문에 생각지 않게 목요일 하루 온전히 수련회에 참석할 수 있었으니까요.
은혜로운 수련회 둘째날이 지나고 금요일 해가 밝아왔습니다. 비는 거의 그쳤고 더 이상 올 것 같지도 않았습니다. 이 은혜로운 집회에 이젠 참석할 수 없겠구나 생각하니 한숨이 푹푹 나왔습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정말 후회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출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 현장 사무실에 도착해 안전모와 벨트를 착용하고 아침 조회를 기다리는데..... 팀원들이 한 명도 나타나질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전화를 했지요. 팀장님 언제 오십니까 하고요.
그분 대답이, "비닐로 싸 둔 윈치에 물 안들어갔는지 확인만 하고 그냥 퇴근해."
할렐루야! 그날 저는 아침 7시에 출근해서 아침 7시 10분에 퇴근하는 놀라운 체험을 했습니다. (그래도 월급은 나온다는 거! -_-;;) 룰루랄라 저는 교회로 갔고 셋째날 오전 집회와 오후 집회도 원 없이 참석하고 은혜와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욕심이란 끝이 없지요. 토요일 새벽이 되어 눈을 떴을 때, 오늘은 마침내 출근을 해서 종일 일을 해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만, 저도 모르게 '혹시 비가 많이 내리진 않나' 하고 창밖에 귀를 기울이고 있더군요. 하지만 비는 커녕 며칠동안 젖어 있던 땅이 뽀송뽀송 말라가고 있었습니다. 아.... 오늘 마지막 오전 집회는 포기할 수밖에 없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을 때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가 새벽 5시 반이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난데없이 팀장님이었습니다. 그분이 말씀하셨습니다. "이왕 쉰 김에 오늘도 쉬어."
결국 사실상 저는 4일간의 수련회를 완전히 참석한 것이나 진배 없었던 것입니다. 제 머리로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믿고 지레 포기했었던 상황.... 그러나 하나님은 기대와 소망을 회복한 저에게 그분이 주실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가장 멋진 방법으로 주신 것이죠. 정말이지.... 하나님이 절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 토요일 그 아침에 어찌나 기쁨이 가득했던지, 교회 가는 길에 약국에 들러 박카스 네 박스를 사다가 코람데오에 쫙 돌렸더랬습니다. 그렇게라도 기쁨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여러분! 이것은 이번 수련회에 제가 받은 것의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제 제 생애 최고의 수련회가 어떠했는지 하나 하나 말씀드리죠.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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