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여러분. 요즘 별 다섯이 남발되는 듯해서 어떻게든 별 반 개 정도는 까보려고 했으나 이 영화에서 흠을 찾는 데에 실패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영화는 완벽 그 자체입니다. 그러나 취향의 차이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먼저 관람한 같은 교회의 자매님들은 여전히 '진짜 아니다', '영 아니다', '좀 아닌 것 같다'는 평가를 고수하고 계십니다.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좀 날라리 신자라서일까요? 모르겠습니다.
이 영화는 오프닝부터 자신이 본좌급 영화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1분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박용우 씨는 자신들이 혐오하는 여성상에 대해 주절주절 이야기를 늘어놓습니다. 이때 그의 대사는 '황대우'라는 캐릭터의 모든 것을 설명해줍니다. 사실 그 이후로는 별도로 시간 들여 그라는 인물의 품성에 대해 상술하지 않지요. 이런 축약적 연출에 대해서는 <
나이트 플라이트
>에서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그만큼 쓸데없이 호흡을 늘어뜨려 가며 상영시간을 길게 끌지 않겠다는 감독의 의도가 엿보입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는 군더더기를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모든 장면에는 적절하고 상당한 의도가 확연히 드러납니다.
상영시간이 절반이 넘어가면서 영화에 대한 만족감과 함께 가슴 한 켠에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나름대로 예사롭지 않은 이 상황을 감독은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말마따나 코미디랍시고 입 싹 닦고 아무렇지도 않게 룰루랄라 해피엔딩으로 맺어버리면 그만큼 경박한 영화는 없을 것이며, 그렇다고 정의 관념을 철저히 준수하여 일벌백계의 형사물 혹은 주인공끼리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물로 꾸민다면 또 그만한 앞뒤 균형 안맞는 뜬금없는 영화도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의 출발점에서 이미 충분히 예견되는 모범답안이 있었으며, 이 영화는 그 답안을 너무나 기특하게 잘 알아차렸고 착실하게 써내려갔습니다.
박용우 씨, 도대체 당신은 그동안 어디 숨어 있었던 겁니까? 당신 같은 인재가 이제서야 두각을 드러내는 것은 죄악입니다. 최강희 씨, 그 나이에 그렇게 매력과잉상태인 것도 죄악입니다. 같은 77년생끼리 너무 하는 거 아닙니까? 조은지 씨, 그간 보여준 그저 시시하기만 했던 중성적 캐릭터는 당신 진면목의 0.1 퍼센트에 지나지 않았군요. 정경호 씨, 당신이 스크린에 비추인 동안만큼은 개성파 연기파 조연 배우 오달수 씨는 더이상 제 머리 속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당신이 짱입니다.
덧. 영화 마지막 장면, 박용우 씨가 여기저기서 셀카를 찍는 장면에서 제 눈에는 박용우 씨의 얼굴이 주성치의 얼굴로 바뀌어보였습니다. 박용우, 그는 정말 뭔가 있는 배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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