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외모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일 뿐이니 괜히 흥분한다거나 적극적인 반론을 펼치지 않았으면 합니다. 당신의 오버는 곧 '나는 예쁘고 잘 생겼다. 어쩔래?'라는 뜻과 다름 아니니 염장에 주의하시고 왠만하면 자제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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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정도 예쁜 여자를 선호하는 편이다. 결혼에 뜻이 있었던 시절에는 예쁜 여자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로 늘 이런 얘기를 했었다.
"예를 들어 거실에 걸어둘 그림을 몇 백 만원 주고 산다고 가정하자 이거야. 비싼 그림이니 적어도 몇 년, 몇 십년을 걸어두고 보게 되겠지. 그럼 이왕이면 근사하고 멋진 그림을 고르지 않겠어? 마찬가지로 적어도 30년을 같이 얼굴 맞댈 여자라면 예쁜 사람을 고르는 게 당연하지 않냔 말이야."
또한 같이 일하던 동료의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보다, 민망해진 그이가 왜 그러냐고 물으면 늘 "갤러리에서 잘 그려진 그림을 보면 눈을 뗄 수가 없는 법이지."하고 답해주곤 했다. 이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취향에 대한 것이며, 그것은 외적인 부분에서의 자료를 외적인 수준에서의 평가로 끝내는 것이고 그것에 대해 다른 것들을 개입시킬 생각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다. 길을 걷다 올려다 본 석양과 저녁놀에 감상적인 기분이 드는 것은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지, 거기다가 환경오염으로 인한 대기층의 산란증가가 어쩌구 해서 저건 아름다운 노을이 아니라 강변하는 건 바보 아닌가?
예쁜 건 예쁜 거다. 못생긴 아내가 사랑스러워 보일 수는 있어도 예뻐 보이는 건 아니다. '나는 분명 예뻐 보였다!!"고 주장할지라도 그가 사용한 단어는 '사랑스럽다'의 다른 표현에 불과하다. 나 역시 그점을 인정한다. 그래서 혹 누군가와 못 생긴 누군가와 결혼한다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조건을 사전에 확인할진대, 첫째는 나에게 '나 이뻐?'와 같은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던지지 말것과, 둘째는 만에 하나 그랬을시에라도 내가 '안 이뻐'라고 대답한 데에 서운해 하지 않을 것, 이 두 가지이다.
필자 역시 못생겼으니 하는 말인데, 사실 못 생긴 얼굴이 바라보기 편한 대상은 아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고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고, 휘적거려 놓은 곳보단 정갈한 분위기가 있는 상점에 신뢰가 가고 발걸음이 자연히 가게 되는 것처럼 예쁜 얼굴이 다방면에서 이미지 메이킹의 적절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건 당연하고도 이성적인 현상이다. (내 얼굴 내가 봐도 짜증나더라.....)
하지만 그 예쁘다는 것이 예쁜 것 이상의 평가를 받게 된다면 거기서부턴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다. 마땅히 받을 만한 사람이 마땅히 받을 만한 분량의 것을 받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그 부조화가 상당히 심하다. 나는 거기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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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생학과의 연관성을 전혀 부인할 수는 없겠지만, 예쁜 건 조합에 의한 확률의 소산이다. 간단히 말해, 내가 예쁘게 생겨먹었다면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아서' 그렇단 얘기다. 개개인의 성실과 인내와는 별도로 주어진 그런 태생적인 '운'으로 인해 인생의 시작부터 불공평한 출발을 하게 되는 건 분명 문제가 있다. 태어나보니 우라지게 돈이 많은 집 자식이더라는 이유에서 무작정 그 부를 상속받지 못하게 하는 것이 바로 조세정의의 단편이자 이 사회의 다중이 추구하는 공동선인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는 것처럼, 예쁘다는 것이 개인의 특권화 되어가는 사회 분위기는 정당화 될 수가 없다.
이런 흐름에는 매체의 역할이 지대한 기여를 하고 있다. 드라마 영화에서 보여지는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예쁘고 거기에 더하여 그네들의 성품은 지고지순하기까지 하다. 이런 반복된 학습 속에서 우리는 '예쁜 사람 = 좋은 사람'이란 도식에 무의식적으로 동의하게 되고 마는데.... 하....... 참 서글픈 현실이다. 그 이면엔 '못생긴 사람 = 별볼일 없는 사람'이란 부록이 끼워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른 가치요소들과 비교할 때 '예쁘다'는 것은 지극히 자기집중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성실함' '인내심' '양심' '희생성' 등은 그것을 갖추고 있는 사람에게 어드벤티지가 되는 동시에 사회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예쁘다'는 것은 결국 혼자 좋고 마는 것 아닌가. 보는 사람 기분 좋게 하는 것도 나름대로 긍정적 측면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예쁜 사람이 공급하는 그 '긍정적 영향'이란 것은 소위 '못 생긴 사람'을 포함한 전체적 맥락에서 볼 때 '제로섬(zero-sum) 게임'이고 따라서 못생긴 사람과 함께 평균적으로 받았어야 할 대우를 가로챔으로써 벌어지는 부작용일 뿐이지 그것이 결코 사회적인 '긍정적 영향'은 아니다. (예를 들자면, '성실한 사람'과 '불성실한 사람'은 다른 차원에서 존재하지만, '예쁜 사람'과 '못 생긴 사람'은 같은 차원에 존재한다.)
뿐만 아니라, '예쁜 사람은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되는 명제를 부인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예쁜 사람은 별 볼일 없는 사람'이라는 명제를 만족시킬 통계가설을 가지고 있다.
사람이 가진 각종 가치요소를 $(X)라고 하자.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는 평균적인 $(X)값을 H라고 하자. 가치요소로는 외모를 포함하여, 위에서 열거한 성실성 등과 함께 전문적 지식수준, 학력 등도 들 수 있다. 외모를 $(B)라 부르고 나머지 요소들을 a, b, c..........로 표현하면,
$(X) = $(B) + a + b + c + d + ...........
단, 0 < $(B), a, b, c, d, ....... < 10
이고,
$(X) > H
의 상태를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부단히 자기 계발에 분주하다. 얼핏 보기엔 그럴듯한데, 문제는 $(B)에 가산점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실제 사회생활에서 적용되는 공식은 이렇게 된다.
$(X) = $(B)*10 + a + b + c + d + ...........
형편이 이렇다보니, 피나는 노력을 통해 a나 b를 10점 만점 받더라도 $(B)가 1점이면, a와 b가 5점이고 $(B)가 10점인 사람보다 80점이 뒤진다. 한 마디로 게임이 안되는 것이다. 이 가산점 '*10'의 근거는 어디서나 찾아볼수 있다. 거창하게 취업의 높은 문턱을 얘기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익숙해진 일상적인 비합리들 - '예쁜 사람'에게 쏟아지는 지극한 관심, 호의들 - 들은 이를 반증한다.
그래서 가산점 높은 $(B)를 확보한 예쁜 사람들은 무리하여 다른 변수들의 점수를 높일 필요가 없게 되었다.
도표에서 보는 것처럼 $(B)값이 증가할수록 H에 대한 부담이 현저히 줄어들게 되고 굳이 고생해서 다른 가치요소 값을 올릴 필요가 없어지게 됨을 알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최소의 비용'을 투입하여 '최대의 이윤'을 이끌어 내려는 인간의 본성에서 나온 것이므로 이와 같은 형태의 유형화된 분포는 자연스러운 것이다. 물론 유형화된 분포에서 벗어나 $(B) 값이 높으면서도 a, b, c 등의 수치 역시 높은, 그야말로 완벽한 사람도 있고, 반면에 $(B) 값도 낮은 것이 a, b, c 등의 수치 마저 낮은 배짱형도 있다. 하지만 이들 케이스는 비유형된 사례에 불과하며 그 빈도는 대단히 희박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다수의 사람들은 진실을 보지 못하고 다음과 같이 '왕내숭'이라는 겉모습에 필터링된 결과물만을 보고 예쁘면 다 성실하고 착하고 희생적인 줄 알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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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건 예쁜 걸로 끝내자. 예쁘다는 사실만으로 대상에 대해 지나친 가치평가를 허락하는 건 옳지 못하다. 근거없는 실마리 하나로 전부를 유추해내는 건 얼마나 무모한가! 더구나, 통계가설에 따르자면, 예쁜 사람들은 그의 인성이 아주 '말짱 꽝'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걸 알 수가 있다. 희박한 확률로 '예쁘면서도 정말 나이스한 사람'이 더러 있긴 하겠지만, 그마저도 '왕내숭 필터링'에 의해 구별해내기 어려우니 어떡하겠는가.
부당한 가산점이 용인되는 현실이 심히 못마땅하지만서두 그 자체를 어찌 하는 건 힘들 것 같다. 작은 움직임이나마, 항시 위의 그래프를 되새기면서 예쁜 사람 볼때마다 그 이면에 숨겨져 있을 반비례적 수치를 유념하고, 동시에 못생긴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도 그 핸디캡을 카바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였을 그의 내재된 인성가치요소를 보기 위해 힘쓰도록 하자. 당신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건 눈에 잘 띄지도 않는 바로 그것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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