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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화에 담긴 의미
동화(또는 우화)는 어린이들을 위한 문학이고 그래서 나도 그 시절 다른 아이들처럼 비슷한 수준의 동화를 많이 읽었다. 그런데 유치하게만 보이던 그 동화 속에 심상치 않은 메시지가 담겨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특별히 많은 연구를 거듭해서 그 결과 밝혀낸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맞아! 그거야!"하고 무릎을 치고 말았다. 그것은 너무나도 노골적이고도 적확했기에 등골이 오싹할 정도였다. 왜 그땐 그걸 몰랐을까. 나이 스물이 넘어서야 깨닫기 시작했던 것이다.
날 섬뜩하게 만들었던 첫 번째 동화는 '벌거벗은 임금님'이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하고 이런 동화를 쓸 수 있었나 생각을 하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왜 '벌거벗은 임금님'을 동화로 분류하게 되었을까? 차라리 이건 '씨니컬'한 사회비평이다. 있지도 않은 옷을 '있다'고 말한 임금의 신복들, 그리고 백성들...... 한 번 생각해 보자. 그들이 '옷이 보인다'고 말한 이유가 무엇인가? 사기꾼 재단사가 돈으로 매수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조폭을 동원해서 공갈 협박한 것도 아니었다. 단 한 가지 이유, 그것은 '이 옷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순수한 영혼을 가지지 못한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그게 이 동화의 핵심이다.
** 좋은 게 좋은 거다?
이 사회는 아닌 것을 '아니라' 말하는 것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언제나 지금 적용되고 있는 체제와 사상만이 불변의 진리로 통용되기에 그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은 곧 진리를 거스르는 행위가 된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는 사람은 순수한 영혼을 가지지 못한 걸로 매도되는 것이다. 여기에 소외되지 않으려는 마음, 이른바 '도피동화심리(逃避同化心理)'가 첨가되면 더욱 가관이 된다. '그렇다'고 하는 무리가 너무나 많고 주류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아니라' 생각하고 있는 자신이 잘못된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소외되지 않기 위해 주류를 향해 더욱 열심히 더욱 열정적으로 외치며 달려가는 것이다. 자신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감추기 위해.....더욱 열심히.....
'벌거벗은 임금님' 동화에서는 한 '용기있고 당찬' 어린이가 "벌거벗었네!"라고 말하는 것으로 상황이 반전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그렇지가 못하다. 솔직히 말해 이 동화 자체에서도 그 어린이의 말 한마디에 그런 반전이 일어났을리 만무하다. 우리 나라였다면 아마 안기부 대공분실에 끌려가 혹독하게 고문당하고 비극적 인생을 꾸려나갔을 것이다. 어쩌면 아이의 부모들은 그것에 대해 쌍수를 들고 박수를 치며 '진리도 알아보지 못하는' 자기 자식을 좀더 혼내달라고 간청했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해야 할만큼 기득권 세력의 매도는 철저하고 도피동화심리는 강렬하다.
그렇다. 좋은 게 좋은 거다. 옷이 좀 안 보이면 뭐 어떤가! 그냥 보인다 치고 살면 서로 편하고 좋은 일 아닌가! 하지만.......그런 거짓과 기만이 가득찬 세상과 즐거이 연합하는 것이 그 잘난 '신의 뜻'은 아니지 않겠는가. 아닌 것은 아니라 하고 그럼에도 위선을 종용하는 세력에 대하여 단호한 선전포고를 던지는 게 크리스찬의 당연한 삶 아니겠는가. (1999.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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