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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비록 그들을 비난하지만
텔레비전에서 이단사이비 교회를 취재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당혹감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 교주가 인도하는 예배에서 보게 되는 성도들의 모습이 우리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열광적인 박수, 절규에 가까운 기도소리, 팔을 휘휘 젓는 것이나 우스꽝스러운 춤 등 우리의 예배나 부흥회 모습 그대로다. 거기에다 만민중앙교회의 예에서 보듯 온화한 미소를 띠고 "사랑합니다, 목자님", "사모합니다, 목자님" 따위의 말을 하는 신도들을 보면서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혼란스럽다.
당혹감의 정체를 파헤치자면 이렇다. 그들도 나름으로는 하나님을 믿고 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리고 오히려 그들을 비난하는 우리를 보고 자신을 핍박하는 거라 생각할 것이다. 또한 '하나님, 저들을 긍휼히 여기소서'하며 중보기도도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그렇게 절실하고 어떻게 보면 숭고하기까지한 신앙의 대상은 무엇이며 그것이 나의 신앙의 대상과는 어떻게 얼마나 다른 걸까? 이래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순종 순종 순종
그들을 현혹한 목자에게 잘못이 있을 뿐 누가 그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모두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내게 오라'는 말씀 하나 의지하고 살았을 따름 아닌가! 그런데 그렇지가 않다. 그들이 저지른 결정적인 잘못이 있는데, 바로 목자를 따라갔다는 사실이다. 이를 언론에서 일컬어 '맹종(盲從)'이라 한다.
MBC본관 로비를 점거하고 찬송을 부르며 기도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저들과 차원이 다르지'라며 애써 위안을 삼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건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정도의 문제다. 처음에 말했듯 그런 모습을 보며 왠지 모를 당혹감을 느끼는 것 자체가 그들과 우리가 객관적으로 다를 게 없으니 우리도 충분히 동일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수준이라는 위기의식의 증거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생각할 것 없이 그들을 '사탄의 자식들'로 치부하면 편하겠지만 가슴 한 구석에 석연치 않음이 있다. 그들은 '순종'했다. 자기들 입장에선 '맹종'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순종'인 것이다. 그러면 우리가 유사한 상황에 처해서 세상으로부터 '맹종'이라는 평가를 들으며 질타 당할 때 과연 무엇을 근거로 이것이 '순종'임을 증명하겠는가?
여기서 우리는 아브라함의 시대와는 달리 '선한 순종의 요구'만이 우리에게 던져지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순종이 순종임을 스스로 확신하고 또한 온유함과 두려움으로 설명해줄 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개나 소나 '내가 그리스도요...'하는 세상이다. 생각을 하고 순종을 하자. 생각없는 순종의 길을 걸어갈 때 우리는 그 끝에서 '여기까지 맹종의 길이었습니다'라는 표지판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누가 알겠는가! 우리가 MBC 9시 뉴스에 단체로 출연할 수도 있을지...... (199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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