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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희상 정설 부부의 결혼 계획서  
 리디  posted at 2004-10-06 00:42:22
6695 hits  5 comments
 http://reedyfox.com NeWin reedyfox is level 39  llllllllll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fox/1076  [복사]

내친 김에 예전부터 올리려 벼르고만 있던 것을 올리고 자러 갑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황희상 정설 부부는 전설같은 Voice21의 멤버였었죠.

출처 : http://joyance.leiya.net새창으로 열기

==== 이하 펌글 ==========================================



저희가 결혼한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갑니다.

(세월 참 빠르네요 ;; 2세도 못 만들고 뭐했지? ㅡ,.ㅡ )
  
요즘 주위의 동료, 친구, 선후배들이 결혼 적령기라서 그런지, 결혼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제가 생각하는 결혼관이랑 많은 차이를 느낍니다.

문득, 예전에 저희가 결혼 준비를 하며 적어두었던 글이 생각나서 이곳에 올려봅니다.


* * *

세상에는 독특한 결혼식을 꿈꾸는 남녀가 많습니다. 전통혼례 정도는 이제 이색적인 축에도 끼지 못하고, 스킨스쿠버 동아리에서 만난 커플이 수중 결혼식을 한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저도 한때는 그런 유별난 결혼식을 그려보곤 했습니다. 그러나 교회를 통해 결혼의 의미를 배우면서, 결혼 예식이 단지 하나의 행사나 'Show' 가 아니라는 생각을 점점 분명하게 갖게 되었습니다.

신랑 신부의 혼인은, 증인이 될 교회와 육신의 부모와 형제 자매 친구들이 보는 앞에서, 하나님 앞에 두 사람이 '하나'가 될 것을 서약하고, 감사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예식 후에는 그동안 한 자리에 모이기 힘들었던 ≠?친지 친구들이 오랜만에 만나 함께 정을 나누고, 신랑 신부를 축복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편안한 시간을 가진다면 더욱 좋을 것입니다. 기존에 행해지는 일반적인 결혼예식 모습들은, 이런 원칙에 비추어보면 불필요한 것이 너무 많고 번잡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다음과 같은 열가지 원칙을 세워 보았습니다.

첫째, 약혼식은 생략합니다.
두 사람이 풋풋하게 주고받던 사랑의 대화들, 그리고 눈 내리는 밤 가로등 밑에서 '우리 나중에 꼬옥 결혼하자' 약속했던 추억들이 곧 저희 약혼식이 될 것입니다.

둘째, 함·예물·예단·예복 생략합니다.
지금 두 사람이 끼고 있는 커플링과, 지금까지 두 사람이 이런 저런 사연으로 갖게 된 금을 모아 녹여서 결혼반지 두 개를 만들 것입니다. 리모델링이라 하죠. 그것이면 충분한 기념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결혼식 때 가장 많은 예산을 잡곤 하는 예단은 양가 합의하에 일체 하지 않기로 하되, 대신 그동안 고생하신 양가 어머니를 위해 나중에 저희가 돈을 모아서 식기세척기나 김치냉장고를 하나씩 드리는 것이 센스있는 선택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희는 이런 비용을 절약하여 저희들이나 또는 태어날 아기에게 교육비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신혼살림은 기존에 서로 쓰고 있던 것을 그대로 쓰되, 추가 구입이 필요한 물품은 목록을 작성할 것입니다.
왜 목록을 작성하느냐구요? 저렴한 것은 주위에 알려서 선물로 받고, 고가의 것은 하나하나 장만해 나가는 재미를 쏠쏠하게 느껴보려 한답니다.

넷째, 예식 장소입니다. 저희는 결혼식을 통해 '가족의 교제와 휴식'이라는 또 하나의 목적을 달성하고 싶습니다.
시끄럽게 떠드는 식당에서 제대로 서비스도 받지 못하며 급하게 먹고, 신랑 신부랑 겨우 눈한번 맞춰보고 먼 길을 다시 돌아가는 기존 예식을 보면서, 이건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짜낸 생각은 도시 근교의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물론 실비로 빌려야 하지만, 예식장 빌리고 바가지 써서 치르는 것보다 비용이 오히려 절감됩니다. 리조트에서 오후 느지막한 시간에 예식을 치르고, 방을 몇개 잡아두어 멀리서 오신 친지들이 1박을 하고 가실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얼마나 멋질까 생각합니다.

다섯째, 예식 자체는 하나님 앞에서의 서약과 공적인 선포를 중심 축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기독교식 결혼식의 경우 주례사 대신 목사님께서 설교를 하시는데, 말씀이 선포될 경우 그 자리의 주인은 분명 하나님이심을 고백합니다. 흔히 신랑 신부가 입장하여 주인공이 되고, 목사님은 그들을 위한 권고를 설교 형식으로 나누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보다는 신랑 신부가 다른 하객들과 함께 말씀을 듣는 자로서, 자리에 앉아 선포되는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그 후 경건한 마음으로 성경 위에 손을 얹고 - 언약의 의미로 반지를 주고받기보다는 - 예식을 집행하는 것이 나을 듯 싶습니다. 사실, 꼭 예배 형식을 빌어 진행하지 않아도 상관은 없다고 봅니다. 성찬예식이나 세례예식처럼, 결혼예식을 통해 두 남녀가 하나님 앞에서 한 몸이 된 것을 교회의 이름으로 선언하고 축복하는 예식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반드시 설교가 들어가지 않더라도 무난하게 진행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저희 경우는 자매 측 가정이 믿지 않으시는지라, 오히려 예배를 드림으로써 결혼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말씀으로 가르침 받고 함께 묵상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 중입니다. 그럼으로써, 새로 출발하는 이 가정의 소유주가 두 사람 혹은 두 사람의 가족이 아니라 천지의 주인이신 하나님 되심을 주위 모든 분께 선언하고 싶습니다.

여섯째, 피로연은 예식을 마치고 편안한 저녁식사를 함께 하는 것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리조트에서 자고 가실 분은 더욱 여유로운 시간이 될 것이며, 그렇지 않은 분들도 저녁에 시내로 나가는 차편을 마련하여 시간에 쫓기지 않도록 배려할 것입니다. 그런 식사 시간을 통해 친지들과 신랑 신부가 충분히 교제할 수 있다면, 그리고 자연스럽게 축가를 부르거나 덕담을 나누며 양가 하객들을 서로 소개하는 순서를 갖는다면 더없이 행복하겠습니다.

일곱째, 하객 초청입니다. 신랑, 신부측 각각 100명 이내로 하고 싶습니다.
즉, 청첩장을 보낼 때, "당신은 이러이러한 이유로 저희 결혼식에 초청합니다."라는 문장을 두어, 분명한 이유를 적을 만한 분들을 초청하는 것이 합당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다른 분들이 저희에게 귀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저 멀리서 축하의 마음만 보내주셔도 감사한 것이죠. 다만 장소가 동떨어진 곳이라 접근이 쉽지 못한 점도 있고, 일부러 오시도록 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기에 그렇습니다. 물론 당일 꼭 참석하시겠다는 분을 굳이 말릴 수야 없을 것입니다.

여덟째, 축의금은 받지 않습니다.
물론 새로운 출발을 하는 젊은 부부를 격려하는 차원에서 굳이 챙기는 분이 계신다면 그 뜻을 거부하지 않을 것입니다. 요즘은 이렇게 축의금을 받지 않는 결혼식장을 꽤 보게 됩니다. 그런데, 어떤 분들은 선한 뜻을 오해해서, "잘 산다고 뻐기느냐!" 뭐, 이렇게 생각하시는 경우도 더러 있다고 들었습니다. 저희는 형식적인 행위를 최대한 배제하자는 데 뜻을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별로 잘 살지도 못합니다. 그런 신랑 신부의 뜻에 동참해 주시기를 바라는 마음뿐입니다.

아홉째, 폐백도 생략할 것이며 따라서 절값도 받지 않습니다.
폐백은 신혼여행 후 간소한 가족모임을 마련하거나 신혼 집들이로 대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폐백은 혼인식 당일 시댁 식구에게 인사드리는 매우 형식적인 절차로 치러집니다. 폐백식에서의 폐백음식과 폐백옷, 그리고 폐백절차, 각종 팁 등은 상업주의가 낳은 과소비 그 자체입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들이 이해를 못하신다면, 폐백을 하더라도 폐백음식을 간소화하고 절값은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열번째로, 신혼여행지는 둘만의 시간을 조용히 보낼 수 있는 장소로 선택하면 족합니다.
신혼여행은 모든 신랑 신부에게 가장 소중한 꿈일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신혼부부들이 남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서양사와 문화 유적에 관심이 많은 저희 커플은 아직 한번도 국내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기에 (비행기 한번도 못 타 봤습니다.) 이번 기회에 공부도 할 겸 가급적 유럽 배낭여행을 가고 싶습니다만, 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 자가용 여행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1번국도 순례, 문화유적답사 등등 둘이서 함께라면 어느 곳인들 부족하겠습니까?

이렇게, 우리들의 결혼 계획서를 공개합니다. 세상에 많은 커플들이 단지 돈을 아끼려는 의도로 혹은 자신들의 흥미와 관심에 따라 결혼식을 계획하고 진행하지만 성도의 자세는 또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희들의 계획이며, 실제로 혼인식 당일 몇 가지가 지켜질지는 주만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결혼에 대한 저희 커플의 오랜 고민의 결과입니다. 최대한 많은 항목이 계획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라며, 결혼식 당일까지 더욱 철저한(?) 준비를 계속 하겠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관심과 함께, 격려의 편지와 도움말씀 부탁드립니다.

* * *


이 글은 저희가 서로 사귀면서 결혼에 대해 생각해온 것들을 정리해서 결혼준비 홈페이지에 올렸던 글이고,

2002년 3월, 크리스천 여성 월간지 '위더스' 특집기사 '크리스천의 결혼 문화' 편에 실린 글입니다.

이 중에 90% 이상이 실제로 이루어졌습니다.

저희 뜻을 이해하고 적극 후원해주신 양가 부모님, 그리고 하객 여러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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