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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가 꼬여 자게에 출력이 안되는 문제로 이쪽으로 옮깁니다. 2003년 1월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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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2000년 3월....
춘천아가씨가 제가 알바중이던 호프집으로 들이닥친건 밤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아니......어떻게 왔어요!! 춘천에서 지금 이시간에?"
"(울먹울먹....) 보고 싶어서요......"
매니저님께서 어떡하겠냐고..... 청량리역까지 바래다 줘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역까지 갔습니다. 표를 끊었는데...... 눈물이 그렁그렁한 그이의 얼굴을 보니
도저히 혼자 보낼 수 없겠더군요. 매니저님께 전화를 했습니다.
"저...... 이따 자정까지는 갈께요."
"맘 편히 다녀와라. 그 맘 안다."
그날밤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우린 8시 열차를 탔습니다. 아시겠지만 춘천까지 2시간 걸립니다.
남춘천역에 도착하니 10시가 조금 넘었더군요. 불길한 예감이 들어 시간표를 보니
이런....ㅜㅡ.....10시 15분 막차는 이미 서울로 떠난겁니다.
막막 하더군요. 춘천아가씨는 아버지가 교감이고 어머니는 영어교사인 엄한 집안이기에
11시 통금에 맞춰 서둘러야 했습니다. 주저주저하는 그이를 '내가 알아서 여관에서
자고 아침에 올라갈게요.'하며 안심시키고 귀가 시켰습니다. (지킬것은 지키는...-_-V)
그런데 그다음 순간 새로운 난관에 봉착했음을 알았습니다.
돈이 없었던 거죠. 10시가 넘었으니 현금지급기도 닫혔고......ㅠ.ㅠ
궁리끝에 파출소를 찾아갔습니다. (남춘천역앞에 파출소가 하나 있습니다.)
맘씨 좋아보이는 경찰아저씨께 전후사정을;;; 설명하고 하룻밤 신세를 지게 해달랬더니
경찰 본연의 임무는 잠을 재워주는 게 아니라는 유창한 설교를 하시더니
시청에 물어보면 방법이 있을 거라고 알려주십니다.
그리고 패트롤카를 타고...(세상에...)..... 춘천시청으로 갔습니다.
그쪽에도 나름대로 업무체계가 있더군요. 이런 저런 서류를 작성하고 신분 확실한
대학생(엄밀히는 휴학생..;;;)임을 확인한 후 전화를 걸어 차량을 불렀습니다.
거......아시죠?.....그 왜.....'공 무 수 행' 적힌 봉고차.........-_-;;;
그리고 다시 시내를 가로질러 한 참을 다리다 으슥한 산기슭에 멈춰 섰습니다.
(아마....석사동....이라던가요...)
말끔하게 생긴 빌라 건물이 보이더군요. 그리고 그 현관에 이렇게 적혀있었습니다.
"춘천시 노숙자 보호소"
-_-......
관리인 아주머니께서는 "노숙자치곤 깔끔하게 입었네"하시며 저의 패션감각을 칭찬해
주시며 방으로 안내하셨습니다. 내부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무슨 강촌에 엠티 온거
마냥, 있을건 다 있더군요. 편히 쉬라고, 무슨 사연(?)이 있어 노숙을 하게되었는지는
모르지만 맘편히 자고 가라며 따뜻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갑자기 제 자신이 슬퍼지더군요.)
어쨌든 넓디넓은 방안에 덩그라니 혼자 누워 이런 저런 생각하다가 잠에 들었습니다.
아침이 밝자 마자 시내로 걸어나와 현금을 찾고 서울로 올라왔죠.
이상이 저의 노숙자 보호소 숙박기였습니다.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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