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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내가 8월에 자전거 여행을 떠난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가장 먼저 한 일이, 새로 보험을 하나 들게 한 것이었다. 그래서 어제 누나의 직장이 있는 강남역 근처로 갔고, 담당 설계사를 만나 프리젠테이션을 본 다음, P보험사의 계약서에 서명을 했다. 지금까지 내가 들어 있던 유일한 보험인, S보험사의 교통사고 특약 상해보험의 경우, 내가 피보험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내 서명은 가라로 처리되었던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로서, 이번 자전거 여행 중에 내가 교통사고로 사망할 경우 우리 가족은 1억 4천만 원의 보험금을 받게 되며, 특히 7일이나 14, 15일(공휴일)에 사망할 경우에는 1억 7천만 원(휴일 특약)의 대박이 터지게 된다. -_-;;;
이런 시덥잖은 얘기를 하자고 글을 쓴 건 아니고, P보험사와의 보험 계약을 맺으며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계약서까지 다 썼는데, 설계사가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고 '보험의 진정한 목적'이니 머시니 하면서 철학 개론 제1강을 시작하는 것이었다. 뭔 소리를 하나 들어보니, 보험이란 게 결국 남아 있는 가족들을 위한 것이고 그것은 결국 그들에 대한 내 마지막 사랑을 표현하는 것인데, 계약서 한 장만으로 끝내는 건 가족들에게 내 죽음이 오직 돈 몇 푼으로만 남게 된다는..... 그런 얘기였다.
그래서 어떡하자는 건데.... 하고 들어보니, 나중에 무슨 일이 있을 경우를 생각해서 보험 계약 청약서 맨 앞에 가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적으라는 거였다. 설계사가 펼쳐 보여준 다른 계약자들의 청약서 사본을 보니, '사랑하는 아내에게'부터 시작해, '사랑하는 아들 XX이에게', '사랑하는 어머니에게' 등의 구구절절한 편지글들이 적혀 있었다.
내 죽음이 가족들에게 오로지 '돈'의 의미로만 남지 않기 위해서......
마치 내가 알지 못하는 이들의 비장하고 눈물겨운 유언장들을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적은 몇 마디도 혹 내가 사고로 죽었을 때 저 사본들처럼 가족들에게 전달되겠지. 훌륭하게 살아오진 못했지만 내가 뒤에 남긴 것이 '돈' 이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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