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럿이서 대화를 나눌 때 누군가 말 할 기회를 갖지 못하거나 혹은 말 잘 하는 사람한테 말이 끊겨 무안해 하는 상황을 상당히 애석해 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 그에게 일부러 말을 걸거나("근데 가방에 달려 있는 건 뭐야?" 하는 식으로), 아까 말이 끊겼던 그의 화제를 다시 살려내는("아 참, 아까 니가 말한 그 사람... 그래서 어떻게 됐어?" 하는 식으로) 일이 종종 있다. 특별한 호의가 있어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런 상황에 있는 사람이 너무 안 되어 보이기 때문에 견딜 수가 없을 뿐.
어제 김동률 씨가 진행하는 문화방송의 '포유'에 익스가 출연했는데, 앞에서 말한 그 '안 돼 보이는 느낌'이 홍수를 이루는 듯했다. 애시당초 주인공은 이상미 씨였던 것 마냥, 나머지 구성원 세 명은 꿔다 논 보릿자루처럼 배경을 채우는 소품 나부랭이에 불과했다.
보통은 '자, 저쪽부터 간단하게 자기 소개를 해주세요" 하고 말하지 않나? 이름이라도 말했으면 덜 서러웠을 텐데, 방송 나온다고 텔레비전을 보고 있을 가족과 친구들 얼굴 보기 얼마나 민망할까. 그룹이 나오면 구성원을 나란히 세우고 주로 대화를 나눌 사람을 끝에 세워서 진행자가 그 옆에 서게 되는데, 어제 김동률 씨는 아예 다른 구성원은 한 발짝 뒤에 둔 채로 이상미 씨랑만 앞에서 얘기를 나누는 거였다.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얼굴도 안 보일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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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도 하나 같이 이상미만을 연호할 뿐, 익스는 어디 외계로 보낸 것 같은 분위기다. 국민학교 교과서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합창단에서 북 치는 역할을 맡은 아이가 자기는 주목도 받지 못하는 초라한 단원이라고 토라졌다. 그러자 선생님은 '네가 맡은 일에 자긍심을 가지렴. 네 북소리가 빠지면 이 합창단의 연주는 미완성이란다" 하고 격려를 하는데, 다 거짓말이었어.
하여간, 어제 방송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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