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하나님이 이 모든 말씀으로 일러 가라사대, 나는 너를 애굽 땅, 종 되었던 집에서 인도하여 낸 너의 하나님 여호와로라. 너는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찌니라. 너를 위하여 새긴 우상을 만들지 말고 또 위로 하늘에 있는 것이나 아래로 땅에 있는 것이나 땅아래 물속에 있는 것의 아무 형상이든지 만들지 말며 그것들에게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나 여호와 너의 하나님은 질투하는 하나님인즉 나를 미워하는 자의 죄를 갚되 아비로부터 아들에게로 삼 사대까지 이르게 하거니와 나를 사랑하고 내 계명을 지키는 자에게는 천 대까지 은혜를 베푸느니라. 너는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나 여호와는 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는 자를 죄 없다 하지 아니하리라.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엿새 동안은 힘써 네 모든 일을 행할 것이나 제 칠일은 너의 하나님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너나 네 아들이나 네 딸이나 네 남종이나 네 여종이나 네 육축이나 네 문안에 유하는 객이라도 아무 일도 하지 말라. 이는 엿새 동안에 나 여호와가 하늘과 땅과 바다와 그 가운데 모든 것을 만들고 제 칠일에 쉬었음이라. 그러므로 나 여호와가 안식일을 복되게 하여 그 날을 거룩하게 하였느니라. 네 부모를 공경하라 그리하면 너의 하나님 나 여호와가 네게 준 땅에서 네 생명이 길리라. 살인하지 말찌니라. 간음하지 말찌니라. 도적질하지 말찌니라.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찌니라. (출처 : 개역성경 출애굽기 20장 1절에서 17절까지)
(나) 여호와께서 그 언약을 너희에게 반포하시고 너희로 지키라 명하셨으니 곧 십계명이며 두 돌판에 친히 쓰신 것이라. (출처 : 개역성경 신명기 4장 13절)
(가)와 (나)는 '여호와'라는 이름을 가진 話者의 말을 옮긴 것이다. 이 화자는 (나)에서 10개의 계명을 반포했다고 주장하는데, 이 10개의 계명을 (가)에서 찾아 정리한다면 그중 아홉 번째 계명은 무엇인가?
원래대로 숨기기아직 이 국어 문제의 정답은 확실치 않다. 4번과 5번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여러분이 보기엔 어떤가? 종교색과 교리를 떠나 순전히 국어적 관점으로 볼 때 어느 것이 정답 같은가?
나의 국어적 소양을 기준으로 할 때, 정답은 4번이라고 확신한다. 만약 수능 언어 영역이나 대입 논술 시험에 똑같이 출제되었다면 나는 주저없이 4번이라고 답안을 작성할 것이다.
그런데 5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 정확히 말하자면, 개신교는 4번이라고 생각하고 천주교는 5번이라고 믿고 있다. 성경이라는 같은 경전을 쓰고 있는 이들 두 종교에서 (가)를 해석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개신교는 (가)에서 십계명을 다음과 같이 집어낸다.
1. 나 외에는 다른 신들을 네게 있게 말라
2. 우상을 만들지 말고, 그것들에 절하지 말며, 그것들을 섬기지 말라
3. 여호와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
4. 안식일을 기억하여 거룩히 지키라
5. 네 부모를 공경하라
6. 살인하지 말라
7. 간음하지 말라
8. 도적질하지 말라
9. 네 이웃에 대하여 거짓 증거하지 말라
10.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라
반면 천주교가 해석하는 십계명은 다음과 같다.
1. 하나이신 천주를 흠숭하라.
2. 천주의 이름을 헛되이 부르지 말라.
3. 주일을 거룩히 지내라.
4. 부모에게 효도하라.
5. 사람을 죽이지 말라.
6. 간음하지 말라.
7. 도둑질하지 말라.
8. 거짓 증언을 하지 말라.
9. 남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10. 남의 재물을 탐하지 말라.
(가) 본문에서 9번과 10번 계명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게 생각하고 또 생각해 보아도 이해가 불가하다. (내 국어적 소양이 부족해서일까;;)
이에 대해 지금까지 찾아본 것중 그나마 성의있고 정리된 답변이
이것
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해석의 당위성을 납득하는 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래의 성경에는 장 절이 표시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무척이나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 그것은 별 상관이 없는 문제다. 덕지덕지 붙은 신학적 해명도, 하나님이 돌판에 참 개념없이 횡설수설 새겨주셨다는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말찌니라. 네 이웃의 아내나 그의 남종이나 그의 여종이나 그의 소나 그의 나귀나 무릇 네 이웃의 소유를 탐내지 말찌니라.
기본적인 독해 능력이 있는 사람은 위 두 개의 문장에서 두 번째 문장은 첫 번째 문장의 예시임을 뻔히 알 수 있다. 그럼에도 두 번째 문장을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라는 내용으로 생략/압축하여 첫 번째 문장과 대등한 열거적 의미로 해석하는 것은 엄청난 넌센스다.
이를 두고 개신교의 제2 계명인 '우상을 만들지 말라' 라는 내용을 탈루시키기 위한 궁여지책이라는 비판이 있지만, 그런 데는 별로 관심도 없고 그걸 가지고 이단이니 뭐니 하는 것에도 찬성하지 않는다. 다만, 왜 저런 괴상한 독해가 튀어나왔느냐 하는 것이다. 그뿐이다.
덧. 위에 링크된 글에 '성서에는 십계명이라는 말 자체가 없습니다'라는 멘트를 보면 어이가 없어진다. 작성자의 기본적 지식과 소양을 짐작할 수 있다.
덧2. 아이러니하게도 천주교에서 오랜 기간 사용했었던 '공동번역 성서'를 보면 그 의미가 더 분명해진다.
네 이웃의 집을 탐내지 못한다. 네 이웃의 아내나 남종이나 여종이나 소나 나귀 할 것 없이 네 이웃의 소유는 무엇이든지 탐내지 못한다.
위 내용을 천주교에서는 '이웃의 재물을 탐내지 말라'와 '이웃의 아내를 탐내지 말라' 두 메세지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석한다. 그럼, 이걸 이렇게 바꿔볼까?
운전자는 교통신호를 지켜야 한다. 안전거리, 중앙선, 규정속도 등등 할 것 없이 운전자는 모든 교통법규를 준수해야 한다.
위 내용은 '운전자는 교통신호를 지켜야 한다'와 '운전자는 안전거리를 지켜야 한다'라는 두 가지 메세지로 구성되어 있는가? 하여간 이해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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