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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물포 고등학교와 인천 고등학교는 해마다 학교 대항 정기전을 열고 농구, 족구, 야구 등의 스포츠 경기를 벌인다. 학교 이름 앞글자를 따서 '제인전'이라 부른다.(인천고 쪽에서는 '인제전'이라 부름)
94년 내가 제물포고 2학년 학생이었을 때 3천명에 가까운 학생들이 인천실내체육관으로 몰려들었다. 약간 썰렁했던 인천고와 달리, 사전에 준비를 좀 했던 제물포고 학생들은 '짝짝이'나, 꽃술, 카드 따위를 이용해 열띤 응원전을 펼쳤다. 마지막 경기였던 농구 시합에서 아슬아슬한 차이로 제물포고가 승리를 거두고 만다. 거기에 더하여 응원상까지 거머쥔 제물포고 학생들은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그렇게 94년도 제인전이 막을 내렸다.
그런데, 썰물같이 빠져나간 체육관의 모습이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온갖 쓰레기가 지천에 널려 있었지만 누구 하나 관심을 두지 않았다. 인천고에서는 교사 1명의 인솔 하에 1개 학급이 남아 자신들이 앉았던 자리를 수습하고 있었다. 얼굴이 화끈 거렸다. 어느덧 남은 제물포고 학생은 나 혼자 뿐.... 당시 '고지식한 어린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던 나는 결심을 했다. 이건 내가 다 치운다!
그 넓은 실내체육관 절반을 치우는데 대략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쓰레기통이 감당할 수 없는 양이었으므로 대충 한 군데에 모아서 청소하시는 분이 가져갈 수 있게 해 두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뿌듯함에 혼자 좋아하면서 집으로 향했다.
다음날. 애들을 죽도록 패기로 이름난 2학년 학생주임이 벌컥 문을 열어제꼈다.
"어제 체육관에서 맨 마지막으로 나온 놈 누구야?"
반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언넘이 사고쳤고나 하는.......
학생주임은 얼굴을 고치고 다시 입을 열었다.
"흠흠... 아.... 혼내려는 게 아니고, 인천실내체육관 관장님이 교장선생님한테 연락을 하셨는데 말야... 엊그제 인제전에서 우리 학교 학생 하나가 혼자서 체육관 전체를 청소하고 갔다는구만. 그래 그 학생을 찾고 있는데.... 혹시 아는 사람 있나?"
아.... 아....!!!!
정말 솔직한 심정으로 이렇게 외치고 싶었다.
"네!! 저예요, 저!! 제가 그 착하고 훌륭하고 모범적인 학생이란 말입니다!!!!"
그러나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 으흑...... 그 1분여간의 시간동안 참으로 실존적인 갈등을 맛볼 수가 있었다. 어쨌든 그 학생이 누군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겸손해지거나 선행을 숨기는 것도 생각보단 어렵다. 현실은 드라마와 같지 않아서, 겸손은 누가 알아 주지도 않고 선행은 드러날 가능성이 희박한 법이다. -_-)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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