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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하나님이 이스라엘 백성을 그토록 사랑하셔서 이방민족들의 끊임없는 위협속에서도 살아남게 하시고 역사의 질곡 가운데 살 길을 내사 오늘날까지 그 이름을 없이 하지 않으셨는지 아는가? 그건 바로, 징병제 국가에서 여성 역시 의무복무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예를 한국 남성들이 자랑스럽게 제시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어딜 가든, 속칭 '이스라엘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으며 참으로 여성들의 논리를 공박하는데 좋은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그리고 지금껏 헌법소원이란 단어도 들어보지 못했던 사람들도 이제 '여성이 군무를 수행하기에 체력적으로 하등 문제될 것이 없음'을 헌재(헌법재판소)에서 선언했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알고 있게 되었다. 이 두 가지는 군 가산점 제도 폐지이후 침묵일로를 걸어온 남성들의 피해의식에 불을 지핌과 동시에 고질적인 권위의식을 한층 고취시키는 막강한 위력을 과시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전가의 보도와 같이 휘둘러대는 이 위력적인 무기는, 그러나 과연 그 이름만큼 합당한 것이며 타당한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남성들이 저지르고 있는 가장 큰 실수는,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함이 아닌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성운동가들이 남성들에게서 군 가산점이라는 어드밴티지를 회수할 때, 그들이 가진 명분은 분명했다. 획일적으로 부여된 점수는 남녀 양성간의 직업선택 기회에 시발적 불균형을 가져오는 평등권 침해라는 명제였다. 그것이 진정 평등권 침해이냐에 대해서 남성들은 아직도 할 말이 많으나, 헌재에서 결정한 취지는 일단 '불평등하다'였다. 여성들은 주장의 당위성을 인정받았고 가산점은 폐지되었으며 적어도 공무원이란 직업의 카테고리에서 만큼은 평등권을 쟁취했다.
그러나 작금에 남성들이 벌이고 있는 행태의 본질은 무엇인가 살펴보면 어이가 없음을 넘어서 '그들의 수준이 진정 거기였던가'라는 참담한 현실의 단면을 보게 된다. 핵심은 남성들이 지고 있는 '징병제하의 의무복무'다. 남성들이 끝도 없이 열거하는 군대 안의 참혹한 현실과 그들만의 비애(혹은 로망-_-)를 종합해 본다면 이 체제에 부당함을 느끼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솔직히 가고 싶은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남성들 입으로 공공연히 말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렇다면 '징병제하의 의무복무'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국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서는 게 순리이겠건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만 당하기 억울하니 여성들도 당하게 해라."
이것이 남성방식의 '권리 투쟁'인가? 피할 수 없는 멍에가 여전히 우리 앞에 있을 때, 저이만이라도 그 짐을 지지 않게 해달라는 자세까진 바라지 않으나, 억하심정으로 도리어 두 배의 멍에를 요구해 '다함께 힘든 길'을 만들고자 하는 그 행동을 흔히 일컬어 '저주'라 부른다. 가슴에 손을 얹고 대답해 보라. 여성의 현역 의무복무가 정말 이 나라의 국방력을 배가시킨다고 생각하는가. 아니면 그저 '저주'를 하고 싶었던 것인가.
이스라엘을 들먹이는 그 고아한 지식중에 그 나라의 여성들이 징병제에 동참하고 있는 역사적 토양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려는 손톱만큼이라도 포함되어 있는가. 그 고아한 지식중에 이스라엘에서 배출된 여성수상의 이름이 뭔지를 아는 시사지식은 들어갈 자리가 있는가.
비단, 그뿐인가. 그리도 헌재의 판결취지를 들먹이며 법리와 논리를 논하는데, 정말 법리와 논리가 뭔지 보자. 최초에 육사가 말썽이 되었을때 여성들이 들고나온 항목은 '직업선택의 자유'다. 이 두 단어에서 두가지 요건을 뽑아낼 수 있는데, 첫째가 '선택'이요, 둘째가 '직업'이다. '선택'이란 요건이 간과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장교라는 직업을 선택하고자 한 여성들의 평등권이 그 중심에 있다는 사실이다. 장교로 임관되기 이전에 육체적으로 상당한 인내력을 필요로 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리네 상식에서 그 과정은 여성들로선 도무지 견뎌내기 힘든 것이었고 그것이 상식이 되었으며 관념이 되었다. 육사가 여성생도를 받지 않은 것은 단지 그 때문이다. 그러나 일부의 여성들이 '그것'을 감내할 준비가 스스로 되었음을 이제서야 알려왔고 간단치 않은 우여곡절 끝에 그들의 선택은 받아들여졌다. 그뿐이다. 계속해서 '육사에도 들어가니 군대도 가라'고 말하는 이들이 갖는 논리적 한계가 거기에 있다. '일부' 여성들은 장교라는 '직업'을 원한 것이었지, 여성 전원의 군복무를 통한 권리해방을 외친 것이 아니란 말이다. 너무나 명료해서 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서비스 금액은 약관에 의하여 결제일 이전에 분할 상환할 수 없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현금 서비스의 고액 수수료를 감안, 공정거래위원해는 정해진 결제일 이전에도 부분 금액을 상환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카드사에서 이와 같은 명령에 열 받아, "오호라, 그래, 돈 있으면 다 갚아!"하고 모든 고객들에게 조기 상환을 요구할 수 있겠는가? 지금 장교가 되고자 하는 여성들을 본 남성들이 전체 여성들에게 요구하고 있는 게 바로 이와 같다. 선택할 권리있는 자의 정당한 선택을, 선택하지 않을 권리 있는 자 모두에게 강요하는 이 근거없는 자신감의 원천이 궁금할 따름이다.
결국 내가 보기엔 남성들이 평소 인권, 특히 평등권에 대한 축적된 고민을 바탕으로 현안에 대한 발전적 의견제기를 하고 있다기 보다는, 욕설을 동반한 감정적 집적소로 변모하고 있던 차에 몇몇 유식한 이들이 끄적거려놓은 이스라엘 이야기나, 헌재 이야기를 접하고 '옳다거니!'하며 여기저기 퍼날르는 행동과 거진 다를 것이 없다. 넓게 보는 눈을 기르자. 조금만 더 생각해 보자. 남성들이 이렇게 저주와 독기어린 말글로써 체제가 아니라 동지인 여성을 공박하는 사이, 저 뒷켠에서 미소짓고 있는 이가 누군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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