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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시절 선교단 지도교사이셨던 김 선생님은 매일 수업후에 있던 정기 모임에서 종종 남다른 신앙 체험을 나누곤 하셨다. 불길 같거나 휘몰아치는 식의 신앙 스타일과는 사뭇 달랐던 이분의 신앙은 안온하면서도 조용한 묵상을 좋아하는 편이었다.
그런 묵상 중에 눈을 들어보면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람과 사물, 사건 하나하나마다 하나님의 숨결과 손길이 깃들어있지 않은 것이 없다는 것이 그분의 말씀이었다.
아직도 기억이 남는 그분의 경험이 있는데, 하루는 점심 시간이 되어 교사 식당으로 갔는데 메뉴에 미역국이 있더란다. 밥과 반찬, 그리고 국을 식판에 받쳐들고 자리에 가서 수저를 들려는데 왠지 모르게 주방으로 자꾸만 눈이 가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주방 안에서 바삐 요리를 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예수님이 아닌가.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바라보아도 앞치마를 두른 그 사람은 분명 예수님이었다.
 | "예수님께서 나를 위해서 이렇게 맛있는 미역국을 끓이셨구나......" |
그렇게 혼잣말을 하는데 왈칵 눈물이 나왔다고 한다. 밥 한 끼를 먹으면서도 그 감사의 마음이 예수님의 형상을 발견케 한 것이리라.
로렌스 형제의 삶을 담은 '하나님의 임재 연습'을 읽는 내내 김 선생님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나님과 친밀히 교제한다는 것은 모든 크리스찬들이 꿈꾸는 신앙의 이상 아니던가! 평안한 생활 속에서 이따금 찾아오는 어려움을 마주할 때마다 하나님이 내게 '단 한 마디'만이라도 해주길 얼마나 바랐던가.
고통스런 결정의 순간에서 몸부림치며 매달렸지만 그 어떤 미세한 음성조차도 듣지 못했던 경험이 있다면, 그 사람은 로렌스 형제의 담담한 고백에 귀를 쫑긋 세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란 어떤 것일까? 하나님과 대화한다는 것은 무슨 뜻일까?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적절한 대답은 본문 중 다음 구절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전략)...... 우리의 성화(聖化)는 우리가 이런 일도 해보고 저런 일도 해보는 데 달려 있는 게 아니라 이런 일이든 저런 일이든 우리가 흔히 우리 자신을 위해서 해왔던 그 일들을, 방향을 돌려 하나님을 위해 하는 데 달려 잇다고 그는 말했다......(후략)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이거란다, 저거란다". 항상 기적같은 일들을 표적 삼아 요구하지만, 표적을 구하는 것은 그것이 주어지기까지 자신의 죄과를 가려보려는 악한 세대의 위선이라고 하나님은 말씀하셨다. 성경에 나타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가 보여주듯, 표적을 요구하는 자는 표적이 주어지든 주어지지 않든 늘 악했다.
어떻게 보면, 우리는 우리의 죄 때문에 무뎌진 영적 감수성을 되살리기 위해 그렇게나 표적을 구하면서 보다 강한 자극을 갈급해 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로렌스 형제가 말한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욱 강렬한 그 무엇이 아니라, 가장 잠잠하고 세미한 것,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신실하신 경륜 그 자체에 주목하고 귀를 기울이는 자세일 것이다. 이전에는 마음의 번잡함과 소란으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던 것이, 그제서야 우리 앞에 밝히, 언제나 있던 그 신실하심 그대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우리가 알지 못했을 뿐......
다만, 이 책을 읽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서는 고행과 연단이 필요하다는 잘못된 오해를 품지 않았으면 좋겠다. 쳐서 복종케 하는 것은 우리의 몸이 아니라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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