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와서 적응이 쉽지 않았던 것 중 하나가 '답이 없는 교과서'였다. 곧이 곧대로 교과서가 말하는 '진리'를 외기만 하면 칭찬을 들었던 고등학교와 달리, 대학교의 교과서는 늘 모호했다. 통설이 곧 '진리'인 것은 아니었으며, 유력설이 통설을 밀어내기도 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폐기되는 통설도 있었다. 거기에다 다수설과 소수설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자신이 바로 정답임을 페이지 속에서 외치고 있었다.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 배운 그대로가 진리가 아님을 어렴풋이 느꼈던 유년시절도 있었다. 국민학교 저학년 때
"우리나라 땅은 기름지다"는 말이 뇌리에 박혀 있던 것이, 중학교에 들어가서는 - 지리학적으로나 농경제학적으로나 - 결코 타당한 가르침일 수 없음을 지각했던 것이다. 권위있는 대상으로부터 배우는 것들이라고 해서 전부 진리인 것은 아니란 얘기다.
그러니, 올곧고 착한 기독학생들이여. 자네들이 교회에서 배우는 것이 액면 그대로 진리일 것이라고는 맹신치 말지어다.
학습된 신앙은 계기와 관성을 형성할 뿐, 진실된 동력이 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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