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달릴 때마다 그분의 기쁨을 느껴" 라는 대사로 유명한 영화 '불의 전차'를 통해 잘 알려진 선교사 에릭 리델과 달리, 또 하나의 진귀한 올림픽 에피소드를 남긴 포레스트 스미손이라는 선수가 있다.
미국 포틀랜드 대학에서 신학을 전공하고 있을 정도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그는 1908년 제4회 런던 올림픽 육상 110미터 허들 경주에 출전해 본선에 올랐으나, 결선이 주일(일요일)에 열린다는 사실을 알고 낙담한다. 예배를 드리지 않고 경주에 참가하는 것은 그의 신앙적 양심에 비추어 볼 때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소식을 들은 미국 올림픽 위원회는 발칵 뒤집혔고, '금메달을 따내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 그분이 더욱 기뻐하실 일'이라는 것을 골자로 설득에 들어갔다.
결국 포레스트는 결선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심판과 관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트랙에 올라선 포레스트의 왼손에 성경책이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생각컨대, 출전하여 금메달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과 출전하지 않고 예배를 드림으로써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 이 둘 중에 어떤 것을 그분께서 진정으로 원하시는지에 대해 그 자신도 확신이 없었을 것이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원하는 대로 출전은 하였으나 그의 마음만은 오직 하나님만을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드릴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몸과 집은 여리고에 속해 있었으나 오직 하나님의 권위에 순복한다는 모든 마음을 붉은 천에 담아 창에 내걸었던 라합처럼 말이다.
결국 성경책을 들고 경기에 임했던 포레스트는 110미터 허들에서 무려 '세계 신기록'을 작성하며 당당히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그가 선수 생활을 그만둔 후 원하던 목회자의 길을 걸어간 것은 물론이다.
며칠 전 쿠웨이트전 축구경기에서 미드필더 이영표 선수가 쐐기골을 넣은 후, 세레머니를 하는 장면을 보았다. 호랑이처럼 포효하며 텔레비전 카메라와 사진 기자들에게 자신을 담을 기회를 충분히 주고, 함께 뛰었던 동료들과 그 기쁨을 나누었다. 그리고 바로 그 다음 장면, 동료들도 다 흩어진 그때서야 이영표 선수는 조용히 그라운드에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렸다.
그때 나는 박주영 선수를 떠올렸다. 그의 소위 '기도 세레머니'가 누리그물을 달아오르게 할 무렵, 별 시덥잖은 꼬리잡기라고 생각했었다. 개인이 기쁨을 표시하는 행동조차 남들이 이래라 저래라 하는가고 우스워했다. 하지만 나중에 기회가 되어 그가 골을 넣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을 보았을 때 생각이 좀 달라졌다.
어시스트를 받아 골을 넣자 함께 한 팀 동료들이 모두 달려와 그를 축하해주려 하는데 박주영 선수 혼자 미동도 하지 않고 무릎을 꿇고 기도만 하고 있는 것이었다. 기뻐서 달려온 다른 선수들이 뻘쭘해져서 다 돌아갈 때까지 말이다. 골을 넣을 때마다 그 장면은 반복되었다. 그 기도를 받으시는 하나님은 많이 기쁘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껄껄껄 웃으며 "짜식아, 그런 건 먼저 동료들이랑 얼싸 안고 그러는 거야." 하고 어깨를 툭툭 치시진 않을까?
하나님은 쪼잔한 분이 아니다. 원리원칙대로 당신의 것을 당신에게 돌리지 않는 이들을 엄하게 질책하시는 것은 그 온전하지 못한 행동 속에 온전하지 못한 마음이 반영되기 때문이다. 달리 말해, 마음이 온전하다면 굳이 형식에 속박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그것은 자신을 위한 타협이 아니다. 포레스트 한 명이 예배를 드리지 않는다고 하나님의 권위가 하늘에서 땅으로 무너지는 것도 아니며, 이영표 선수가 동료들과 먼저 골의 기쁨을 나눈다고 해서 아버지 되신 하나님이 마음 상해 하시는 것도 아니다. 결국 마음에 달렸을 뿐, 그것을 이 땅에서 꾸려나가는 것은 전적으로 우리 '신앙의 지혜'에 달려 있다.
그러므로 생각해 보자. 당신이 포레스트라면, 당신이 이영표라면, 그리고 당신이 박주영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이 진정 기뻐하시는 지혜로운 신앙이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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