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뜬지는 꽤 오래되었으나, 집앞에 CGV 주안9가 생긴 이후로는 왠만하면 영화관에서 보게 된 때문에, 오늘 아침 조조로 관람했다. 주안9가 좋은 점은 평일 주말을 불문하고 사람이 없다는 점이라, 시간만 맞춰 가면 바로 표 끊어 입장이 가능하다.
영화 '11시14분'은 관점에 따른 시간과 공간의 나누임과 모임에 관한 영화다. 다섯 가지 사건이 결국 꼬리에 꼬리를 무는 관계를 만들어 내고 그들은 함께 11시 14분의 절정으로 치닫는다.
이런 형식을 처음 접하는 관객들은 관계가 어떻게 얽히고 꼬이는지를 지켜보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어하고 신선해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데스터네이션2'와 같이 서로 다른 인생사를 살던 사람들이 한데 묶이는 시나리오는 종종 써먹어왔던 소재이고, 더욱이 영화 좀 봤다는 사람들은 익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되는 바, 이같은 '관점의 분화'를 열거식으로 보여주는 방식은 이미 가이 리치 감독이 '
록 스톡 앤 투 스모킹 배럴즈
'에서 지대로 써먹었다. 질적인 면을 따지자면, 사건이 출발점으로 회귀하는 연결고리는 가이 리치 감독의 작품에 비해 '11시14분'이 훨씬 빈약한 게 사실이다.
그러므로 이전에 흔히 접해보지 못한 구성을 맛보고 싶으신 분들이 '감독이 어떻게 풀어가나'를 흥미롭게 지켜보는 정도로 만족할 만한 영화라 평가하고 싶다.
덧붙이자면, 과거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콘스탄틴'의 교훈이 뜬금없이
"담배를 끊자"였듯이, 이 영화에서 설파하고 있는 고귀한 가르침은 바로
"차창 밖으로 오줌 누지 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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