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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원이 사람에게 있지 않음은 상식이지만 조용기 목사가 어쩌면 구원받지 못한 자일수도 있다는 상상이 가능한 순간부터 무척 유쾌해졌다. 바 아무개 씨조차도 남에게 실컷 전하다 되려 자신이 버림받을까 두려워했다는 마당에 조 목사라고 안정권에 들었다 말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 시간 동안 공들여 쌓은 동전도 무너지는 건 순간이다. 요 몇주간 그가 보여주는 행보들은 사람이 얼마나 어리석을 수 있는지, 얼마나 헛되이 자신의 상급을 간단히 지워버릴 수 있는지 잘 알려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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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화기도회는 '신앙'의 탈을 쓴 인간의 욕심이 어디까지 치졸할 수 있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사건이다. 경찰추산 4만명의 '떼'가 도로를 점거하고 평화로운 기도회를 했다는 것도 웃기지만 그 4만명이라는 숫자 자체가 주최측에서 밝힌 바, '기도회의 취지에 공감해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거룩한 성도들'이 아니라 거개가 두 거대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 금란교회에서 버스로 실어나른 엑스트라들이라는 사실 역시 코메디다. (주최측은 바득바득 15만명이라고 우긴다. 무슨 말을 더 할 필요가 있겠는가? 교회가 내는 통계가 유치원생 덧셈 실력만도 못한 위선적인 수준의 것임을 이미 말한 바 있다.)
한기총 박영률 총무는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불꽃이었다. 그것은 처절한 통회였다. 서울의 심장, 시청앞 광장은 문득 한민족의 미스바로 변했다."
웃기지 마시라. 미스바라는 단어는 이럴 때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통회는 적어도 자신의 죄가 무엇인지를 알고 고백하는 자에게나 가져다 붙여야 한다. 시청 앞에 모인 사람들이 자신들의 죄악을 고백하러 그 자리에 나갔겠는가? 그들의 관심은 '저들 죄악된 자들이 제발 제정신을 차릴 수 있도록 해주십사'하는 것 아니었던가. 연단에 섰던 목사라는 자들은 옷을 찢고 재를 뿌리기는커녕, 남한에 고정간첩이 5만명이라는 터무니없는 설을 거룩하게 선포하며, 여전히 이땅을 살아가는 자들을 빨갱이와 퍼랭이로 구분하는 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자신있게 드러낼 뿐이었다. 거기에 청중들은 아멘으로 화답하였고 그 열광적인 분위기는, '빨갱이일지도 모를 정부에 편향적인 보도를 일삼는 MBC로 진격하자'는 분부만 떨어질 경우 즉시로 수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설 정도였다.
그러나 그들에게도 잔머리는 있었다. 11일 기도회가 극우 보수세력의 목소리를 대변했다는 비난에 직면하자, 18일에는 모든 피켓에 더하여 "정부와 미국은 협력하여 불평등한 소파를 개정하라"는 문구를 추가시킨 것이다. 가소롭다. 한 술 더 떠, 박 총무는 이 기도회가 교단이 서로 다른 목회자와 신자들이 예수 이름으로 모임으로써 교회연합의 가능성마저 보여주었다고 흥분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들이 모인 것은 '예수'의 이름이 아닌 '수구'와 '보수'의 기치 아래서였다.
지난 달 19일, 대선을 앞두고 우리 나라 가장 더러운 것들의 집합체라 말할 수 있는 조선일보를 필두로 하여 모든 극우 보수 진영들이 조/중/동에 어마어마한 물량의 5단광고를 쏟아부었다. 시간 있으신 분들에게 16, 17, 18일, 19일자 조선일보 지면을 감상해보길 권한다. 어떤 추잡한 광고들이 실려있었는지....(그중에 얼마전 내 칼럼을 통해 떠들썩 했었던 '나라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종들'이 낸 광고가 포함된다.) 그네들이 낸 광고의 테마는 항상 이렇다. "나라를 구하는 심정으로....." "우리나라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구국의 결단으로....."
일전에 말했듯 차라리 '한나라당의 이회창 후보를 지지한다'라고 말했다면 비겁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선거가 종료한 20일부터 그 모든 광고는 지면에서 사라졌다. 촛불집회는 계속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구국의 열정은 그대로 없어진 것이었나 궁금하다. 말로는 구국과 현정부의 대북정책 따위를 들먹였지만, 보수세력이 집권하길 소망하는 욕망이 그렇게 치졸한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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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화기도회 역시 본질은 동일하다. 아래 명단을 보면 알겠지만 일련의 (지극히 개인적인 신념아래) 수구 활동을 펴온 자들은 이미 한기총의 회장직을 맡고 있거나 역임한 바 있어, 그 밥에 그 나물임을 짐작할 수 있다. 평화기도회가 단순히 성도들의 거룩한 분노로 갑자기 튀어나온 돌출 행사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는 이 명단에 나온 한 인물(둘째줄 두번째)에 집중함으로써 이 사실을 좀더 자세하게 알 수가 있다. 김한식 목사는 그야말로 '보수'라는 말을 빼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골수 보수자이자 미군 주둔주창자이다. 그는 이미 89년에 '주한미군 철수반대 서명운동'을 벌여 43만명의 서명록을 미 백악관에 전달한 전력이 있으니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그는 투철한 반공 기독사관 덕에 월간조선에 꽤 많은 분량의 인터뷰 대담기사까지 실릴 정도로 비중있는 인물이다.(97년 대선에도 출마할 정도로 정치적인 성향이 강하다.) 그런 그가 평화기도회 준비위원이 되어 단 1주일만에 대회를 성공시킨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조용기 목사와 김홍도 목사도 직접 찾아와 열변을 토하는 김 목사에 설득되어 교회 차원의 집회 참석을 고려한 것이라 한다.
도대체 무엇이 그들을 뭉치게 했는지 알 수가 없다. 어떻게 한때 사이비 집단의 수장으로 규정하고 일체의 재정지원 및 협력을 금지한 이들끼리 이리도 죽이 맞아 일사천리로 기도회를 꾸밀 수 있을까? 미스바를 가장 먼저 입에 올렸을 김한식 목사는 진정 평화기도회가 하나님의 의를 터잡아 이루어진거라 믿고 있는 것일까?
국민일보 사설 보기(2002/01/20)
이 어처구니 없는 블랙코미디를 두고 국민일보는 한미관계를 개선시키고 순항궤도로 돌이키는데 큰 기여를 했다며 더러분 썰을 풀어놓는다.(국민일보.... 그냥 문닫지 그래.... 장사도 안될텐데....) 참석한 목사들은 저마다 가장 고아한 모습으로 '여중생의 죽음은 안타까운 일이나....'를 연발하지만 정작 그들의 죽음에 어떤 관심을 보였는지 일언반구가 없다.(여중생 죽음과 관련해 공식적인 추도입장을 보이지 않은 건, 우리나라 3대 종파 가운데 유일하게 기독교 하나다.)
천하보다 한 목숨을 더 귀하게 여긴다는 예수의 가르침은 어디로 갔는가. 기독교 자체가 유물론을 배격하는 입장이니 현세의 죽고삶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것인가? 여중생들이 넌크리스찬이었기에 어차피 구원받지 못한 버림받은 영혼이라 이건가? 늘 강조했듯 기독교는 거시권력에 복속하는 체질적인 역병을 갖고 있기에 권력 아래에 누운 여중생쯤은 전혀 관심에 없었을 것이다. 반면, 이런 평화기도회를 통해서라도 무리를 할 만큼 체제 변화는 그들 자신에게 위협적이었을 것이다.
(보수 꼴통 크리스찬들의 수구정신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나라와 민족의 평화를 위해' 정치/경제학계의 평신도 지도자들이 모인 국가조찬기도회가 올해부터 상설기구로 출범한다고 한다. 조찬기도회가 어떤 모임인가? 전두환의 집권을 합리화 해주고 하나님께 그의 무궁번영을 기도하던 모임이다. 그네들에게 나라와 민족의 평화는 미사여구다. 단지 국가권력에 복속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조찬기도회 멤버 중에 강성모 장로가 포함되어 있다. 나라를 사랑하는 그리스도의 종 명단에 나온 사람이다. 정말 골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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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회가 몇몇 주도세력에 의해 급조된 것임에도 참석한 평신도들은 할 말이 많은 모양이다.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땅의 평화를 위해 아스팔트에 무릎꿇고 기도했다."
하.... 물어보자. 기도가 퍼포먼스인가? 기도는 퍼포먼스가 아니다. 하나님과 대화하고 구하는 귀한 목소리가 기도다. 왜 그걸 백주대낮에, 시청앞 광장에서, 수만명이 떼거지로 '해야만' 했는가. 크리스찬들의 연합을 위해서.....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그건 정치집회가 된다. 결코 기도회가 아닌게 되는 것이다. 촛불집회가 그 자체로 정치성을 띠고 있는 사실에 반하여 평화기도회 주최측과 참석자들은 그것이 어디까지나 '평화''화해''회개'를 간구하는 기도회였다고 강변하나, 왜 기도회를 거기서 해야했는지 이유를 말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결국 거짓말쟁이일뿐이다.
선관위로부터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동종의 광고를 더 이상 게재치 못하도록 경고을 받은 해병대 전우회가 다음날, '나라를 걱정하는 것도 죄입니까!'라는 통단광고를 내었다. 그러나 다음날 선거가 끝나자 그들의 '나라를 걱정하는' 광고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마찬가지다. 한기총과 조용기, 김홍도 목사 모두가 거듭거듭 '평화기도회'임을 강조하나 기도회를 시청앞에서 해야만 한 이유는 결코 설명할 수 없다. 해외언론사까지 의식한 '영문 피켓'까지 준비해놓는 친절한 배려는 이미 그들의 기도를 하나님이 아닌, 세상사람들에게 보여주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언론플레이다. 이미 그들은 모순에 빠져버린 것이다.
성경은 차라리 골방에 들어가 은밀한 중에 주께 구하라고 했다. 미스바를 리메이크 하려거든 자신들의 역사의식 부재를 회개하며 옷을 찢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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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답답함이 남는다. 정녕 기독교는 수구 꼴통들의 놀이터인가.
주의 이름을 빙자한, 방자한 행동들의 끝은 어디인가? 제발 눈을 좀 뜨자. 지금 두 발로 서있는 미스바, 미스바 그 땅에서 그대들은 옷이 아닌 예수의 가슴을 쥐어뜯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명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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