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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내가 이런 상황이라면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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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들에게 드리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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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충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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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희 누나
간밤에 꿈을 꾸었다.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바보같이 단서를 뿌리고 다니는 얼간이 악당들을 비웃어 오던 내가 드디어 범죄자로 나서 크게 한 건의 사기를 치는 줄거리였다. 10명이 모여 아무도 모르게 2000억원어치의 무기명 채권을 빼돌렸다. 현실성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말자. 이건 꿈이다. 어쨌든 우리는 커피숍에 모여 앉아 금액의 분배와 안전한 현금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다.
그런데 명희 누나가 나타난 것이었다. 우연히 그 커피숍에 왔다 나를 발견하고는 인사를 나누고 합석했는데, 그를 의식해 일부러 모호하게 둘러 말하던 우리들이었음에도 이야기의 핵심을 간파해버리고 말았다. 이윽고 명희 누나가 말했다.
"네가 하나님을 믿는다는 게 믿겨지지가 않는구나."
그 말을 듣고 몹시 고통스러워하며 고개를 돌렸다. 옆에 놓여있던 탁상달력, 12월 1일 이라는 날짜 아래에 누군가 빨간 글씨로 'Start'라고 적어 둔 게 보였다.
"난 아무래도 안될 것 같아"
그리곤 내 몫으로 돌아온 200억원 어치의 채권증서를 갈기갈기 찢어버렸다.
꿈은 현실의 추상적 요약이며, 무의식의 강박을 드러내는 창이라고 생각한다. 꿈에까지 나타나 '너는 그러면 안돼'라고 말해줄만큼 명희 누나는 나, 그리고 주안장로교회를 다녔던 많은 청년들에게 각별한 의미로 남아있다. 그런 그분이 지난 12월 4일에 직장 동료와 결혼했다. 그 예식장에서 요람기가 허물어지고 이젠 추억으로 분절됨을 느끼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사람도 많았으리라. 결혼 후에도 그분의 선한 영향력은 평생토록 계속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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