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숨바꼭질'은 두 가지 종류의 엔딩이 있다. 지금 어둠의 경로로 돌아다니고 있는 동영상 소스는
'베리 배드 엔딩(very bad ending)'인 것으로 알고 있다. 반면 극장에 걸린 필름은 전부
'낫 배드 엔딩(not bad ending)'인줄 알았는데 또 그런 건 아닌 모양이다. 신문에 실린 폭스코리아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이 영화를 수입할 때 베리 배드와 낫 베드 버전을 1:1 비율로 160벌(각각 80벌)을 들여왔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극장에 배급할 때 종류 구분 없이 무차별적으로 뿌렸다는 사실. 그러니까 관객은 자신이 보는 필름이 어떤 버전인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감상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긍정적인 면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고 관객에 대한 무형의 폭력인게 아닌가 하는 생각만 하게 된다. 차라리 '
포가튼
'처럼 다른 엔딩을 보너스 컷 형식으로 크레딧 끝에 붙였으면 낫지 않았을까?
굳이 이렇게 따지고 드는 것은 이야기로만 접한 '베리 배드 엔딩'이 썩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극장 2관에서 관람했던(지금도 상영되는지는 모르겠음) 숨바꼭질은 '낫 배드 엔딩'이었는데, 별 4개 반을 준 건 분명 이 버전의 엔딩을 가진 필름이었으며 절대 '베리 배드 엔딩' 버전이 아니다. 아마도 '베리 배드 엔딩'이었다면 별 4개.... 그러니까 반 개를 빼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 별 것 아니라 생각하는 분은 넘어가시라. 아무튼 같은 돈을 내고도 어떤 사람은 별 4개 반짜리 감동을, 또 어떤 사람은 별 4개짜리 감동을 받는다는 건 문제가 있다.
(제작사와 배급사는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듯...)
엔딩에 대한 이야기는 그만 두고, 영화 이야기를 해보자. 당신이 권투 선수라고 가정하고 1라운드에 올랐는데 상대 선수에게 흠씬 두들겨 맞고 공이 울렸다. 방심해서 그런거야, 다음 라운드에는 만회해야지.... 하고 있었다. 그런데 상대 선수가 다가오더니 "사실 난 1라운드에서 왼손만 사용했어." 라고 속삭인다면 이 얼마나 미칠 일인가?
영화 '숨바꼭질'의 다코타 패닝을 보는 심정이 아마 이와 같지 않을까? 지천명을 넘어 이순의 나이에 든 명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함께 열연한 여배우를 보며 감탄에 감탄을 아끼지 않지만 그런 그가 이제 12살짜리 꼬마아이라면 그때 느끼는 감정은 놀라움을 넘어 허탈감에까지 이른다.
맨 온 파이어에서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었다. 하지만 이제 다코타 패닝은 귀신같은 연기를 해내는 아역 배우가 아니라 명실상부한 '여우'의 반열이 아니고선 어느 카테고리에도 분류될 수 없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12살짜리의 연기에 이 정도로 혀를 내두르게 된다면 성인이 된 후의 그녀는 얼마나 '무지막지한' 충격을 우리에게 안겨줄 수 있을까? (제발 드류 베리모어의 전철을 밟진 않기를.....;;)
한편, 이 영화는 소위 '반전영화'에 해당된다. 이 점이 족쇄가 되는 듯한 분위기도 엿보인다. 반전영화에서 상투적으로 써먹히던 플래시백 장면이 매너리즘처럼 차용되는 등의 영화적 기법들이 적지않은 관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준 모양이다. '역시 식스센스를 따라 갈 영화는 없어'라는 자조섞인 푸념도 들린다. 그러나 - 조만간 언급할 저주받은 걸작2 '빌리지'에서도 마찬가지이듯 - 반전요소가 있다는 이유로 이 영화를 '반전에 올인한 영화'로 매도하여 반전 이외의 모든 요소를 무시해버리는 건 영화의 재미를 스스로 놓치는 실수라고 말하고 싶다. 실상, 감상후 영화에서 사용된 모든 복선과 암시를 다시 되짚어 보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엄격한 정밀함이 이 작품 안에 '널려있'다. 왜 그런 것들을 다 놓치고 '반전을 맞췄다'는 쓸데없는 자족감에 들떠하는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숨바꼭질 ★★★★☆ 다코타패닝, 드니로와 쌍벽을 이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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