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정보
영화 '사하라'는 기본적으로 '내셔널 트레져' 류의 보물찾기 영화다.
하지만 보물을 찾는 과정에서 필히 보여주어야 할 '단서 찾기'와 '단서를 바탕으로 한 추리' 과정이 전혀 없다. 모든 것이 우연히, 우발적으로 진행된다. 흥미진진함 같은 것과 전혀 관계가 없다. 최절정인 그들이 찾던 '보물'이 해묵은 먼지를 떨어내고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야말로 '억지'에 가깝다. 어처구니가 없다.
특히나 아연실색케 하는 부분이 있으니, 어디론가 진입하는 열차에 올라탄 후 거기에서 내려 건물 내부로 잠입하는 과정이 통째로 생략되어 있다. 아무리 경쾌함을 강조하려 하는 의도가 있었다 보아주려도 도무지 용납이 안되는 대목이다. IMDB를 찾아보면 공식 상영 시간이 124분이라고 되어 있는데, 네이버 영화 정보 상으로는 123분으로 되어 있다. 잘라냈다면 1분만 잘라냈을리는 없을 테니, 내가 본 것이 원본이라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더더욱 짜증이 난다.
이렇게 멋진 영상과 주인공들의 종횡무진 활약을 주로 감상할 수밖에 없는 영화는 그 영화만의 명장면을 몇 개 제시해주어야 하는 게 당연한 미덕이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발견하기 어렵다. 몇 시 몇 분에 틀어도 상관 없고, 프로그램 중간에 시청을 시작했든 끝날 때 다 되서 시작했든 별 상관이 없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 마냥, 이 영화는 어디선가 무수히 보아왔고 따라서 안 봐도 별 지장이 없는 액션들만 주구장창 쏟아내고 있다. 더크와 알이 '파나마' 작전을 시도하는 장면이나, 투아레그 족과의 관계라든가 나중 그들의 회심 같은 것 말이다.
인물이 매력적이기나 하나. 주인공 더크는 그저 '보물을 찾는 전직 네이비 씰'일뿐이다. 왜 보물에 집착을 하는지, 주변 인물과는 어떤 갈등을 일으키는지에 대한 설명은 전혀 없다. 알은 '주인공 더크 외 1명'일뿐이다. 간달프 일행을 졸랑대며 따라가는 호빗족 같았다. '댓씽유두'에서의 그 철없는 기타 연주자 캐릭터에서 한 발짝도 안 나갔더라. 페넬로페 크루즈는 '바닐라 스카이' 같이 대사가 많지 않고 신비감만 진동시키는 영화에서는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었으나, 이런 얼굴에 흙 묻히고 고함치는 배역에서는 어울리지 않았다. 목소리 깽깽 거리는 게 귀에도 거슬렸고.
요즘 개봉하는 볼만한 영화가 너무 많아 그러지 않아도 주머니 부담이 상당한데, 이런 범작에 7천원 투자하는 건 돈 아까운 짓이다. 비디오로도 볼만한 가치가 없다고 본다. 집에서 내셔널 지오그래픽이나 보든가.
덧.
CGV 주안9에서 관람을 했는데, 시작 크레딧 올라갈 때부터 영사기 촛점이 제대로 안 맞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인물과 사물의 윤곽이 분명치 않고, 자막도 물에 번진듯 퍼져 보였다. 눈이 피로했지만 예전 서울극장에서 '숨바꼭질'을 보다가 영상이 거의 뒤집힌 사고와 비교한다면 별 일도 아니었기에 참고 끝까지 감상했다. 그리고 방금 전에(이 글 쓰기 직전) CGV 누리집에 6관 '나만의 착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영사기 촛점이 안 맞는 건 아닌지 의심이 되므로 한 번 점검해봤으면 좋겠다'고 글을 남겼다. 그런데 지금 막 CGV에서 전화가 왔다. 그새 내가 쓴 글을 읽어보고 연락을 한 것이다. 불편을 드린 것 죄송하고 가능한 빨리 점검을 해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겠다고 한다. (죄송함을 표하는 의미로 무료 관람권을 준다기에 그것 됐다고 사양했다.) 대기업 고객 응대 서비스 수준이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나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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