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속에 영화의 줄거리가 간혹 포함되어 있지만, 가벼운 코미디 영화라는 특성상 감상의 재미를 방해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하여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았습니다. 읽을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 영화가 저를 불편하게 하는 것들....
1. 그저 코미디에 불과하면서 짐짓 풍자와 블랙코미디의 요소를 담고 있는 듯 냄새를 풍깁니다. 억대 연봉을 받던 임원들이 회사가 도산했다는 이유로 어쩜 하나같이 생계를 걱정한다는 건 웃기고요, 찰리 채플린이 영화 찍던 시절도 아닌데 구직자 줄을 그렇게 늘어뜨려놓은 건 심했고요, 불법 이주 노동자의 처지에 오버랩 시켜가면서까지 주인공을 불쌍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가련하기까지 했습니다.
2. 보통 강도나 도둑 같은 범죄자를 주인공으로 삼을 때는 그 범죄의 대상으로 악의 상징을 내세우거나 적어도 가치중화된 매개체(은행 같은)를 이용하는데, 이 영화는 그런 배려가 전혀 없습니다. 모든 도둑질이 'Fun with Dick & Jane'을 위한 소도구에 불과합니다.
3. 그런 가벼운 도덕의식을 깔고 시작한 영화가 악덕 경영인에 대한 응징으로 선회하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반전이죠. 딕과 제인에게 강도를 당한 가게 주인이 그들을 15년 동안 방안에 가두고 복수를 한다는 내용의 속편을 찍는 건 어떨까요?
4. 어쩌다 얻게 된 서명 하나로 4억 달러를 편취한다는 설정은 또 얼마나 무사안일합니까? 편취한 돈을 악덕 경영인이 호의로 연금 기금에 기부한 것처럼 꾸미는 것 또한 여러 영화나 드라마에서 즐겨 써먹던 설정인데, 이 영화는 일체의 고민 없이 그대로 반복하고 있습니다.
덧. 이 영화에서 최악이라 느껴진 장면은 전 CFO가 넘겨준 중요 서류를 '스스럼없이' 떨어뜨리고 잃어버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웃으라고 넣어둔 장면인 것 같은데, 저는 스트레스가 쌓이더군요. :(
<
터미널
> 보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영화였습니다. 코미디 영화 자체는 좋아합니다. 예를 들어, 짐 캐리가 출연했던 <덤 앤 더머> 같은 영화는 별 네다섯 개를 줄 만하죠. 하지만 코미디에 불과하면서 뭔가 더 있어보이려 하는 영화는 딱 질색입니다. 정말 뭔가 더 있다면 그 뭔가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더 고민했어야죠. 제가 우리 나라 영화에 낙심하게 되는 이유가 이거잖습니까. 아무 고민 없이 한 밥상에 '코믹, 액션, 멜로, 풍자, 감동, 교훈.....' 다 담아 내놓으려 하는 고질병 말예요.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