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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벤 사건 - 죽은 사람만 바보가 돼 버렸다...  
 리디  posted at 2004-05-28 11:59:20
3497 hits  4 comments
 http://reedyfox.com NeWin reedyfox is level 38  llllllllll 
 퍼머링크 : http://reedyfox.com/island.php/fox/757  [복사]

출처 : 엔키노
텍사스 오스틴 대학의 젊고 패기 있는 철학과 교수 데이비드 게일은 사형제도 폐지 운동 단체인 데스워치(Death Watch)의 회원이다. 지적이며 존경받는 저명한 대학교수인 게일은 어느 날 자신이 가르치던 벨린을 성폭행 한 혐의로 기소된다. 무혐의로 풀려나긴 했지만, 그때부터 게일은 자신이 누려왔던 모든 것을 송두리채 잃고 만다. 그는 더 이상 존경 받는 교수가 아니며, 학생들과 학교에서 버림받는 것은 물론 가족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하게 된다. - 영화 <데이비드 게일새창으로 열기> 시놉시스 중에서

사회적 동물인 사람은 대개의 경우 자신의 평생에 걸쳐 여러 개의 '부분 사회' 안에서 머물게 된다. 이를테면 당신의 가정, 고등학교 동창들의 인맥, 직장사회 그리고 동네이웃들 등을 말한다. 부분 사회는 사회의 한 부분에 불과함이 분명하지만 사실상 인간 개인으로서는 그가 속할 수 있는 사회의 전부이며, 하나의 부분 사회를 버리고 또다른 부분 사회로 편입되는 것은 상당한 노력과 시행착오, 정서적 격동을 수반한다. 영화 <데이비드 게일>에서 게일 교수가 바로 그런 예를 보여주고 있다. 지역사회는 이사를 가면 그만, 직장은 옮기면 그만, 친우들과의 관계는 새로운 사람들과 다시금 만들면 그만..... 그에게 기왕에 주어진 부분 사회 말고도 남겨진 영역으로서의 사회는 무한히 넓었다. 하지만 그것은 그에게 희망이 되지 못했다. 애시당초 사회적 동물이라는 말 자체에 함의된 사회는 접촉 가능성 있는 사회가 아니라 그가 부대껴온 부분 사회 그 자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인터넷 공간, 더 구체적으로는 개인이 상당히 애착을 가지고 활동해온 인터넷 커뮤니티도 비중있는 부분 사회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 그 안에서 게일 교수와 같이 - 이유야 어땠건 - '인간 쓰레기'로 인식되기 시작했다면 참을 수 없기는 현실세계와 마찬가지다. 고 김성준 씨에 대한 기사새창으로 열기를 읽고 '겨우 악플 때문에 자살했냐'는 식의 폄하를 하는 사람들은 이점을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케벤에 남겨진 김성준 씨의 글에 붙었던 수많은 리플들은 사건이 보도된 직후부터 슬금슬금 지워지기 시작해 지금은 전후문맥 파악이 곤란할 정도다. 그토록 확신에 찬 욕설과 매도를 퍼부었다면 그 내용에 대해 신념이라도 가지고 있을 텐데, 어찌해서 지금에 와서는 그 신념을 스스로 말소하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혹자는 김성준 씨가 원래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든가, 대인관계를 유지하는 데 인격적 결함이 있지 않았겠느냐라는 식으로 생각을 하는 듯하다. 그런가?

오늘 매장에 직접 가서 대표이사님께 직접 사과를 드렸습니다.
대표이사님도 제게 사과를 하셨고 서로의 진심이 오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불문제는 수수료를 포함해 22 만원을 제 통장에 넣어 주셨습니다.
매장에서 성의표시로 버바팀 공시디 50 장을 주셨습니다.
저는 사양했지만 한사코 주시는 바람에 매점에 가서 오렌지 쥬스를 사다가 드렸습니다.
확실히 온라인, 전화의 각박한 느낌과는 다르더군요.
여러분들도 원하신다면 저와 만나서 직접 이야기 나눌수 있도록 시간을 내겠습니다.


처음에 잘못된 가격기재로 문제를 빚었던 쇼핑몰과의 문제를 정리하는 김성준 씨의 글이다. 수백개의 리플이 달리도록 만든 원인 제공자이기도 한 업체의 사장과 만나 화해하고 쥬스까지 사줄 정도의 대인관계면 지극히 정상 아닌가? 고인에게 타격이 되었던 것은 오프라인의 관계가 아니라 온라인에서 얼굴도 보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들어야만 했던 욕설과 매도였을 것이다. (자신을 걸레라고 부르자 그 충격으로 자살한 여중생을 기억하는가?) 이 부분에 대해선 고인의 친구도 같은 말을 하고 있다.

원래 약간 소심한 성격이긴 하지만... 그렇게 문제 되는 부분은 거의 없던 친구 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나쁜짓 절대 못하고, 나름대로의 정의감과 인생관을 가진 친구죠...
그러나 최근 20여일간 어떠한 일을 겪으면서 성격상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상당히 호전적이며, 굉장히 적극적인 성격으로 변했으며, 때로는 이해하기 힘든 발언들을 하곤 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자신의 부분 사회에서 쫓겨난 사람의 심정은 어떨까? 김성준 씨가 남긴 마지막 글에 잘 나타나 있다.

허무합니다.
딱 그 느낌예요...
만사 다 허무해요.
그냥... 먹는 것도, 입는 것도, 명예도...

어떻게 하룻밤만에 이렇게 확 바뀔 수가 있죠?
그래서 정신병이라 부르는 모양입니다.
지금 필사적으로 제 정신의 한 구석을 짜내서 도움을 요청합니다...

그래도 믿을건 케벤밖에...
하...
나 어떻게 합니까...


이 마지막 글에 달렸던 수많은 리플들 중 하나만 보고 글을 마치도록 하자. 고인의 자살 소식이 알려지기 딱 1시간 전에 작성된 리플이다.(지금은 삭제된 상태...)

참나
임XX   04/05/27 17:26:21   IP : 220.116.***.135  

환장하겠네...
김성준 살아 있으면 봐라.. 나도 죽어줄까? 옛날에 2층에서 뛰어 내렸으니 4층에서 뛰어내려줄까?



덧. 고인에게 결정타를 날렸던 인물들 중 박XX 라는 사람이 있다. 그는 다른 게시물에서도 터무니 없는 코멘트를 자주 달아 물의를 일으켰던 위인이다. 혹시나 하고 일전에 내가 그와 논쟁을 했던 게시물을 찾아보니 - 지레 겁 먹고 그랬는지는 모르겠으나 - 거기 달았던 자신의 리플까지도 말끔히 삭제해버렸다. 죽은 사람만 바보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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