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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개봉 영화는 반드시 영화관에서 본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부끄럽게도 지난 주에 어쩌다 이 영화의 디빅 파일을 갖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벤(커트 러셀)'이 일하던 목장에서 지난 경마대회에서 1위를 했던 명마 '소냐도르'가 경기 중 다리가 부러지는 불의의 사고가 발생하고, 이 때문에 '소냐도르'는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해집니다. 이에 '벤'은 자신의 퇴직금 대신 '소냐도르'를 집에 데리고 오게 되는데......
하지만 여기까지 보다가 감상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렇게 근사한 영화를 조그마한 모니터와 열악한 사운드 시스템으로 관람한다는 건 제 자신이 손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꾹꾹 참으며 개봉일만을 기다려왔습니다. 그리고 아껴둔 마쉬멜로를 먹는 기분으로 기대에 가득차 영화관에 들어섰습니다.
크레인 일가에게 '소냐도르'의 등장은 막막하기만 했던 목장을 살릴 한줄기 희망과도 같았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재정적인 탈출구였을 뿐만 아니라 그 동안 서먹서먹했던 가족간에 화해와 사랑을 이루게 되는 구심점이 됐던 것입니다. 다행히도 '벤'과 '케일(다코타 패닝)'의 정성 어린 간호로 '소냐도르'의 부러진 다리는 기적처럼 회복됩니다.
하지만 한 번 다리가 부러졌던 사고가 '소냐도르'에겐 무의식적인 공포감을 남겨놓았고, 전성기의 기록에 훨씬 못미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말을 좋아하는 소녀 '케일'은 '소냐도르'에게 진정 어린 사랑으로 다가가며, 그런 '케일'과 교감하는 가운데 '소냐도르'는 달리는 즐거움 그 자체가 무엇인지를 알게 됩니다. 그 모습을 지켜본 아버지 '벤'은 딸 '케일'에게 '소냐도르'의 기수가 될 것을 제안하게 되는데......
자, 잠깐! 왜 저는 '케일(다코타 패닝)'이 당연히 기수가 될 거라고 믿고 있었을까요? 다코타 패닝은 절대 기수가 되지 않습니다. 기수가 되지 않을 뿐더러 '소냐도르'의 회복과 재기에 끼치는 기여도는 상당히 미미합니다. 말과의 교감..... 같은 게 있었던가요? -_-;; 다코타 패닝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것 저것 끼워넣은 설정은 많습니다만, 글쎄요. 제가 보기엔 '소냐도르' 자체가 지나치게 잘난 말이었고, 아버지 '벤' 자체가 지나치게 잘난 트레이너였습니다. 말의 말까지 알아듣는다니 말 다했죠.
물론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실화에 충실하기 위해 다코타 패닝의 '저조한 기여도(?)'를 사실 그대로 묘사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적 재미가 부족한 실화 영화는 왠지 김빠진 콜라 같습니다. 차라리 아버지 '벤'과 할아버지 '팝(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의 갈등과 화해에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꾸몄다면 어땠을까요? 그런 시각에서 바라볼 때, <인 굿 컴퍼니>가 멀쩡한 주연을 홍보가 뒤바꿔놓은 격이라면, <드리머>는 마땅한 주연을 각본가가 바꿔놓은 영화입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설명이 쉬울 겁니다. '다코타 패닝'이라는 이름 뒤에 따라올 수식어들이 영화 홍보에 미칠 영향 따위 말입니다.
덧. 커트 러셀..... 많이 늙었군용...
덧2. 이 영화는 음악만;; 별 다섯 개짜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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