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의 저주> 포스터에서 뭔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저 소녀는 사실 영화 내용상으로는 별 의미가 없다. 그냥 단역이다. (치타 연기가 일품임 -_-)b )
<새벽의 저주>라는 제목은 흥미유발을 위한 의도에 충실한 번역같다. 원제는 Dawn of the Dead. <죽은 자들의 새벽> 정도...... 이 때 '새벽'이란 단어가 아침 점심 저녁 밤 다음의 새벽이 아니라 '인류 문명의 새벽', '정보화 시대의 새벽' 따위의 중의적 의미에 가까울 거라 생각한다. 대충 영화 줄거리가 <레지던트 이블>과 같은 유형일 거라 짐작이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레지던트 이블>보다 50배 정도 유쾌하다.
거 왜 있잖은가. 한창 슬퍼야할 초상집에서 침묵을 뚫고 낭랑하게 울리는 방귀소리. <새벽의 저주>는 한창 공포스럽고 절망스러워야 할 상황에서도 유머감각을 잊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은 마냥 패닉 상태에만 빠져 있지 않고, 공포스럽고 절망적인 상황이 장기화 되면서 자신들도 거기에 맞춰 적응해 가는 것이다. 이 영화를 유쾌하게 만드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가장 크게 칭찬 해줄 부분이, 관객을 짜증나게 할만한 부분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미덕이다. 공포영화의 도식, 하지마란 것을 꼭 하고 가지 말란 곳을 꼭 가는 사람이 있다. 얼마나 짜증나는가. 괴물이나 귀신한테 죽기전에 내가 먼저 죽도록 패주고 싶은 등장인물들을 얼마나 많이 보아왔나. 그러나 이 영화에서는 그런 인물이 '거의' 없다.
원래대로 숨기기초반부에 상처를 통한 감염의 가능성을 비추긴 하지만 관객을 약간 긴장시킬 뿐 그 이상의 발전은 없다. 개를 갖고서도 혹시나 장난을 치지 않을까 염려했는데 역시 배제했다. 우려의 절정을 이뤘던 좀비 베이비 사건..... 사실 난 에일리언처럼 그 아기도 파닥파닥 기어다니며 우리의 주인공들을 꽤나 애먹일 거라 거의 확신하고 있었다. 그런데 감독은 그마저도 한 방에 날려버렸다.
그덕에 영화 내내 얼마나 산뜻한 기분이었는지!! 도대체가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호러나 공포영화가 아니라 정말 잘만든 재난영화라 칭해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
덧1. 본 영화를 재난영화 수준으로 격상시킨 멋진 오프닝을 눈여겨 감상하라. 마을을 빠져나가는 자동차를 롱테이크로 잡은 장면에서 느닷없이 튀어나온 차량이 주유소를 덮치는 설정은 상당히 현실감 있었다. 그 부분은 또 보고 싶다.
덧2. 거의 히로인에 가까운 사라 폴리. 드류 배리모어를 연상시키는 외모가 꽤나 괜찮더라.
덧3. 영화 끝나고 자리에 앉아 있어라. 엔딩 크레딧에 영화 결말이 나온다.
리디의 평점 ★★★★★
이미지 출처 :
엔키노 영화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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