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일의 앞뒤를 잘 꿰어 엮어보려 해도 도저히 이해가 안되는 그런 상황이 있다. 예컨대, 작년 말 김민석 전 의원의 민주당 탈당 같은 일 말이다. 김민석 전 의원을 좋은 쪽으로 봐 주기 위해 아무리 곡해하고 곡해해도 아귀가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
그런 비슷한 일이 얼마 전에 있었는데, 추미애 의원이 노무현 후보를 지지한 자신의 행동에 대해 과오였음을 인정하고 국민의 용서를 구한다는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정몽준 씨의 깜짝쇼와 어찌나 흡사한지!) 추 의원이 민주당에 끝끝내 잔류했을 때도 침몰해가는 함선을 어떻게서든 지켜보려는 선장의 눈물겨운 처연함을 애써 떠올려봤으나 그렇게까지 표현한 지금에 와서는 도무지 이해불가 상태가 되어버렸다. 그런 난감한 사고의 교착상태에서 부족한 2%를 채워주는 동시에, 헛돌던 두 톱니바퀴를 절묘하게 꿰어주는 키를 발견했으니, 바로 다음의 펌글과 같다. 출처는 서프라이즈.
==============================================================
## 정치사냥 씀 ##
추미애 의원을 무턱대고 지지했던 일을 반성합니다
추미애는 노무현을 '이용'한 것이지 '지지'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어제 밤늦도록, 그리고 아침까지 고민한 끝에 이 글을 쓰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추미애 의원에 대해 남아있는 한 가닥 애증 때문이라도 이제 그녀를 통렬히 비판하지 않으면 안될 때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추미애 의원은 우리가 밀어주고 키워야 할 정치적 자질과 도덕성을 갖춘 인재라는 것만큼은 틀림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추의원이 평균적인 국회의원들의 자질과 도덕성에 비추어 그렇다는 것일 뿐, 마치 차세대 주자로까지 평가받는 것은 언론과 우리 네티즌이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합니다.
1. 추미애 의원은 지난 대선 운동에 가장 앞장선 것이 아니고, 군중이 모여있는 연단에서만 가장 앞에 나선 것뿐입니다.
추미애 의원이 지난 대선에서의 역할은 무엇이었습니까? 사실 막말로 표현하면 얼굴마담입니다. 대선운동 현장에서 연단에 올리기 좋은 얼굴마담. 그녀는 그 정도의 상품성을 가지고 있었고 또 그 자신도 그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연단에 가장 많이 나섰다고 가장 열심히 한 것입니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양심있는 사람이라면 대선운동을 가장 열심히 한 사람이라는 평가는 전국을 돌며 포장마차를 운영하여 돼지저금통을 채워주신 분, 전국을 돌며 노무현 후보의 연설회를 준비하고 만들고 참여했던 모든 사람, 전국을 돌지 않았다고 해도 각 지역에서 낮과 밤으로 새 정치를 외치며 노무현 선거운동을 했던 모든 사람, 매일매일 돼지저금통을 채워주신 수많은 분들에게 돌려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 공이 자신에게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고백하건대, 그녀는 그만한 공을 가질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아닙니다.
2. 사실 추미애 의원은 마지막 순간까지 이인제를 따라다니던 사람입니다.
지금부터 말씀드리는 것은 당시 노무현 선대위의 핵심관계자가 아니면 잘 모르는 내용입니다. 만약 제 말을 확인하고 싶으시다면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이 노무현 경선캠프의 핵심부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여러 경로를 통해 물어봐 주시기 바랍니다. 그분들, 요새 출마도 많이 하고 홈페이지도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얼마든지 물어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분들이 동지를 비판하기가 거북스러워 말을 안한 내용이지만 충분히 확인 가능한 내용들입니다.
추미애 의원이 노무현을 지지한 것은 대구경선을 앞둔 때 였습니다. 그리고 대구경선은 노무현의 국민경선 승리가 확인된, 말하자면 이미 게임이 끝난 상태였습니다. 대구경선까지 추미애는 노무현을 철저히 외면해 왔습니다.
제가 기억하기로 그녀가 노무현의 행사에 얼굴을 내민 것은 국민경선 전에 있었던 부산에서의 후원회 정도입니다. (혹시 한두 차례 더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대구경선 전 까지만 해도 이인제와 한화갑을 따라다녔습니다.
저는 이인제와 한화갑을 따라다니는 그녀를 보고 실망도 했지만 한편으로 똑똑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시 추의원은 민주당 최고위원에 출마한 상태였고, 독자적으로 전국을 돌면서 대의원들을 자신의 힘으로 모아서 선거운동을 하기엔 벅찬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대권주자인 이인제나 당권주자인 한화갑이 전국의 당원들을 각 지구당에 모아놓으면 이인제나 한화갑이 도착하기 전이나 아니면 다녀간 직후에 그 지구당을 방문하여 자신의 최고위원 선거운동을 한 것입니다.
저는 당시에 대권주자들과 최고위원선거에 출마한 사람들이 해당 지구당에서 무슨 주장들을 하는지, 계속 스크린을 하고 있었는데 추의원의 입에서 노무현을 지지하는 발언이 나왔다는 소식은 대구경선 전까지는 단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습니다.
3. 추미애 의원은 노무현을 '이용'한 것이지 '지지'했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당시 노무현 캠프 실무진들의 전언에 따르면, 국민경선 전에 추미애 의원은 노무현 후보가 밥 한번 같이 먹자는 요청을 끝까지 거부했었습니다. 노무현 후보는 밥이 안되면 차라도 한잔 하자며 만나길 요청했지만, 결국 추의원은 바쁘다는 핑계로 노무현을 만나주지 않았습니다.
추미애 의원은 국민경선 직전 신기남, 천정배, 이종걸, 임종석 의원이 "이대로 가다간 이인제가 된다. 노무현, 김근태, 정동영, 한화갑이라는 네 명의 개혁후보가 단일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할 때도 참여하지 않았던 사람입니다.
제주와 광주경선에서 추의원은 노사모 회원들이 열렬히 추미애를 외치면 아예 등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버리곤 했습니다. 당시 노사모 회원들은 추미애가 서있던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벼려도, 이런 전후사정을 몰랐기에 열렬히 추미애를 외쳤지만 전후사정을 아는 사람들의 입에서는 탄식이 배어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그녀는 대세가 확정이 된 대구경선을 코앞에 두고,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합류합니다. 사실 국민경선 전에는 민주당 의원들 절대다수가 이인제를 지지했었습니다. 그러나 대세가 바뀌자 노무현 지지로 돌아서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아마 성명까지 발표하면서 유난을 떤 사람은 추의원 외에 보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추의원은 국민경선이 끝난 후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되었습니다.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에 당선된 사람들은 한화갑, 정대철, 박상천, 한광옥, 이협, 추미애, 신기남, 김태랑 이렇게 8명이었습니다.
4. 민주당이 후보를 흔들 때, 노무현을 지키기위한 싸움의 대열에 그녀는 없었습니다.
국민경선 직후 우리는 이러한 8명의 최고위원 진영에 안심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국민경선에서 대세가 확정된 후,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노라고 밝히지 않은 후보는 없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주장의 강도에서 박상천과 이협이 조금 약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가 노무현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는 약속을 하고 최고위원에 당선되었습니다.
그러나 박상천 최고위원이 중심이 된 후보 흔들기가 시작되고, 한화갑씨가 백지신당론을 꺼내들며 후보의 지위를 박탈시킬 수 있는 음모가 진행되고 있을 때, 이 여덟 명의 최고위원 중 적극적으로 나서서 싸운 사람은 신기남밖에 없었습니다. 정대철과 김태랑씨 두 분이 측면지원은 했지만 적극적이지는 않았고, 추미애 의원 역시 박상천류의 시도에 대해서는 비판을 했지만, 한화갑의 시도에 대해서는 침묵으로 일관했습니다.
추미애 의원은 한화갑 대표의 행동에 대해 단 한번도 반대하거나 비판한 일이 없습니다. 한화갑 대표가 후보의 지위가 자동으로 없어지는 백지신당을 만들자고 나섰을 때도 그녀는 침묵만을 지킬 뿐이었습니다.
지난 대선당시 추의원은 후단협을 비판하면서, 국민경선으로 뽑힌 후보를 흔들면 되냐며 연일 목청을 돋구었습니다. 그러나 그녀가 노무현에 반대하여 정몽준에게 가려는 사람들(박상천류)은 비판한 일이 있지만, 노무현 가지고는 안되겠다며 백지신당을 통해 후보의 지위를 박탈하려는 사람들(한화갑류)을 비판한 사실은 없습니다.
이러한 그녀를 노무현은 유세과정을 통해 '차기후보'로 까지 추켜세웠습니다. 그것은 노무현의 큰 도량을 칭찬해야 할 일이지, 추의원의 활약이나 자질이 대단해서가 아닙니다. 그러한 노무현의 칭찬으로 인해 그녀는 자신이 한 일에 비해 가장 큰 소득을 얻은, 그야말로 지난 대선의 최대 수혜자인 셈입니다.
5. 당당함, 원칙, 소신, 철학... 그녀는 그러한 점을 배워야 할 사람이지 그것을 아직 갖춘 분이 아닙니다.
대선 직후 기억하시겠지만, 민주당을 해체하자는 주장을 들고나온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 중 분명히 추미애의원이 있었습니다. 그 주장은 노무현 대통령이 직접 시기조절을 언급하자 그 기세가 꺾였고, 그리고 이후 전통적인 민주당의 지지자들로부터 비판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추미애의원은 언제 그랬냐는 듯, 신당추진론자들을 비판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당당하고, 원칙과 소신이 있고, 철학이 있음을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제가 보기엔 그녀는 권력을 추구하는 일관성은 있지만, 그러한 덕목들을 갖추고 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그녀는 2~3년 전 까지만 해도 각종 모임과 인터뷰에서 자신을 여성으로 소개하는 것에 대단한 불쾌감을 드러내던 분입니다. 자신은 국회의원 추미애이지, 여성 국회의원 추미애가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지금도 여권운동을 하는 사람들이나 여성계에서는 추미애 의원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고 있는데, 이런 그녀의 태도가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런데 최근 그녀는 자신이 여성임을 적극 내세우고 있습니다. 바지폭보다 치마폭이 넓다는 비유까지 내세우고 있습니다.
무엇이 그녀의 태도를 바꾸었을까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지난 2~3년 전에는 '여성대통령'이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정서가 많았지만, 요즘은 '여성대통령'도 가능하다는 인식이 많아진 게 그 원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이것은 제 추론일 뿐입니다. 사실은 다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녀의 철학과 관련하여 한 말씀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요즘은 그러한 말씀을 잘 안하시지만, 예전 인터뷰를 보면 그녀에게 가장 존경하는 정치인이 누구냐는 질문을 하면 그녀는 예외없이 '영국의 대처수상'을 꼽곤 했습니다. 저는 그녀의 그런 태도를 보고, 이분의 자질은 뛰어나도 철학은 별로 없으신 분이라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영국의 대처수상이 그녀처럼 세탁소집에서 자라나 일국의 최고권력을 가졌던 여성이라는 점이기에 그녀가 자신의 모델로 삼을 수는 있겠지만, 대처가 현대의 유럽에서 가장 반노동자, 반서민적 사상을 가진 지도자라는 점을 그녀가 모를 리 없기 때문입니다.
대처야말로 '신영국 건설'을 기치로 내걸고 영국에 신자유주의 정책을 도입하여 무자비한 노조탄압의 기반 위에서 영국의 대자본의 이해를 실현시킨 수상입니다. 그리고 그의 노선을 한국에서 추진한 사람이 바로 김영삼 전 대통령입니다. 그는 '신한국 건설' 노선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지 않았습니까?
결론
저는 아직도 추미애의원이 자질과 능력이 뛰어난 분임을 의심치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평균적인 국회의원에 비해서 그렇다는 말입니다.
지금까지 말씀드렸다 싶이 그녀는 사실 그녀의 이익 앞에서 이리저리 입장과 태도를 바꿔온 분입니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이 그러하지요. 양심에 손을 놓고 생각해보면 저 스스로도 그런 사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것 때문에 그녀를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솔직히 없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아무리 이리저리 변한다 할지라도 양심은 남아 있어야 하는 법입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노무현을 이용해서 그만큼 덕을 봤으면서도, 마치 자신 때문에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었는데 자신을 배반했다는 식으로 주장한 것은 참으로 뻔뻔한 것입니다.
'민주당의 당권'과 '차기 주자 이미지 선점'이라는 자신의 정치적 이유가 아무리 급하다고 할지라도 그렇게까지 말하는 것은 양심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추미애 의원의 통렬한 반성과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사죄를 기대합니다.
=================================================================
## 일몽 씀 ##
제가 국민 참여 운동본부에서 열심히 뛰었던 분들과 가까이 지내기에, 저도 추미애 의원에 대한 이야기는 제법 들은 바가 있습니다. 다만 다른 생각이 좀 있어서 추미애 의원에 대해서는 언급을 안 했었고, 주변에 내막을 잘 아는 사람들이 한 판 터뜨리자는 것을 만류하곤 했었습니다만... 사실을 밝히는 분들의 글이 음해라고 오해를 받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제는 제가 아는 사실들을 털어놓을까 합니다. 음... 일종의 내부고발자 보호 차원이라고나 할까요? 어쨌든 사실 관계는 정확히 밝히고 가는 것이 좋으니까...
대선이 끝나고 명계남님을 만났을 때 이런 이야기를 하더군요. "경선에서 대선까지 치르면서 우리나라의 모든 정치인들을 X-ray 찍는 곳에 세워놓고 한 번씩 다 검색을 한 기분이 든다"라고... 겉에서 보든 정치인의 모습과 가까이에서 겪은 정치인들의 모습이 전혀 다른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는 것이죠. 그 말의 의미를 너무도 잘 알겠기에, 그저 한 마디 "잘 참으셨습니다"라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더군요. 그리고 벤치에 둘이 앉아서 김민석이나 후단협처럼 그 표리부동함이 결국은 들통난 사람들은 그렇다치고, 끝내 감춰지고 넘어간 사람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몇 마디 같이 나누었지요.
국민 참여 운동 본부 쪽에서 활동했거나, 그 활동을 많이 지원해주었던 의원이나, 지구당 위원장을 대충 셋으로 나눌 수가 있습니다. 하나는 정말 열심히 참여하고, 국민 참여 운동으로 선거의 승부를 보겠다고 달려든 사람들입니다. 젊은 의원들 중에는 국회 의원이라는 신분을 절대 내세우지 않고, 일반 자원봉사자들과 똑같이 뛰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나이 많은 봉사자를 보면 깍듯이 인사를 하고, 민주당이 시원치 못해 자원봉사자들에게 너무 고생을 시킨다며 늘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이더군요. 수거된 돼지들 마대자루에 담아 나르는 일, 돼지 배 따고, 동전 분류하는 일을 할 때면 팔 걷어붙이고 직접 하더군요. 좀 쉬어가며 하라고 하면, "몇날 며칠 씩 이런 일 하시는 분도 있는데, 저는 어쩌다 제 일정 빌 때만 돕는 건데, 할 때라도 열심히 해야죠"라고 말하면서...
두 번째와 세 번째는 희망 돼지 운동은 어차피 선거 운동의 일환으로 치러지는 퍼포먼스에 불과한 것이니, 그 운동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매스컴을 타는 것이 중요하다는 식의 철저한 정치 공학적 관점으로 보는 분들이었습니다. 어쨌든 자원 봉사자들이 중요한 지지 세력이니까 국참 본부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친해져서 나쁠 것은 없다는 식의 자신의 정치 기반 넓히기 차원에서 참여한 분들이지요. 그런데 그 분들이 다시 둘로 갈라지더군요.
두 번째에 해당되는 분들은 그런 마음으로 참여했지만, 서서히 생각이 바뀌어 간 분들입니다. 자원봉사자들의 열성에 감동되고, 어쩌면 진짜 참여 정치가 가능할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을 읽기 시작하면서 자원 봉사자에 대한 태도며, 희망 돼지 운동에 대한 참여도가 조금씩 바뀌어 간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은 점점 의원 신분을 내세우는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고, 고생했다며 포장마차에서 술이라도 한 잔 하자고 하면서 스스로의 눈높이를 낮추려 애쓰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분들은 첫 번째 열성적 참여자들과는 또 다른 의미에서 국참 식구들에게 힘을 주고 희망을 주었습니다. 우리의 참여로 정치인들을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니까요. 대선 기간 전에는 언론 플레이나 하는 가벼운 정치인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중에 이런 변화를 보여주어 국참 식구들에게 신뢰할 만한 정치인으로 인식을 바꿔 놓은 분들도 몇 분 계십니다.
세 번째는 국회의원이라는 권위주의에서 끝내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입니다. 카메라 앞에서만 웃는 얼굴을 보이고, 참여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촬영이 끝나면, 명색이 국회의원인데, 동전이나 다루는 처지가 된 것이 한심하다는 짜증을 온 얼굴에 띄우더군요. 그런 의원들의 경우 의원을 따라 온 보좌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그저 빈둥대기나 하면서, 아무리 일손이 바빠도 자기들끼리 신문이나 보고 잡담이나 나누더군요. 높은 양반들에게 눈도장 찍으러 돌아다녀야 하는데, 국참에 와 있는 것이 한심하다는 투입니다. 어쩌다 국참에 노후보나, 최고위원들이 뜨면 그 때는 빠릿빠릿하게 군기가 들어서 열심히 일하는 척을 하지요.
그들끼리 수근대는 이야기는 뻔합니다. 동전 모아 무슨 대선 치르냐는 거죠. 그들 눈에는 국참에서 일하는 자원봉사자들은 정치권 내막을 모르는 멍청한 우민들이 동전 모아 대선 치를 수 있다는 환상에 빠져 노력착취 당하는 모습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노사모라고 진짜 몰랐을까요? 동전이라도 많이만 모으면 대선 치를 충분한 자금이 된다고 생각했을까요? 노사모에도 정치부 기자 출신, 사업하며, 공무원 생활하며 정치권 내막 꿰뚫고 있는 사람 많습니다. 의원들 머리 꼭대기에 올라가 앉을 사람도 있고, 대선 자금 얼마나 필요한지 정확히 계산 뽑을 수 있은 사람도 많습니다.
희망 돼지는 깨끗한 정치를 바라는 절규였습니다. 국민의 힘으로 만든 후보를 지키려는 몸부림이었습니다. 민주당의 자금이 지구당 위원장의 주머니나, 대의원들 주머니에 들어가 개인적 용도로 쓰이지 않고, 선거 본부로 한 푼이라도 제대로 들어오게 하려고, 국민의 지지도가 이만큼은 되니, 제발 민주당의 공식적인 자금만이라도 삥땅치지 말고 선거에 제대로 쓰자고 하소연하는 처절한 애원이었습니다.
매일 일과가 끝날 때마다 나오는 말이 있었습니다. "우리 한 번 치받읍시다"라는 말이... 저 빈정대는 무리들에게 도와주지는 않아도 되니까, 제발 방해나 하지말고, 우리 눈 앞에서 꺼지라고, 좁은 사무실 자리 차지하지 말고, 당신들 좋아하는 높은 분 눈도장 찍는 곳으로 가 버리라고... 그 말 한 마디 속 시원히 하자고... 결국 명계남 단장이 다독이곤 했지요. "야 성깔 더럽기로 소문난 명계남이도 참는데, 정말 못 참겠냐? 이 고비만 참아 넘기면 이기는데, 조금 더 못 참겠냐?"라고...
명계남님 정말 성깔 더럽습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인간 돼먹지 못한 것이 거들먹거리는 것은 정말 못 봐줍니다. 그런 인간과 마주쳤을 때는 더러운 성깔이 폭발합니다. 희망 돼지 사업을 하는 동안 어떻게 그 성깔을 누르고 참았는지... 노사모 사람들에게는 정말 믿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종종 대중 연설 중에 나오는 과격한 표현들이, 아마 그래서였을 것입니다. 내부에서 억지로 참은 분노가 쌓여있으니까, 연설 중에 터져나오는 것이죠. 문성근님 대선 끝나자마자 아무것도 못하고 몸조리에 전념해야 했던 것도, 대선 지원 유세로 무리한 것도 무리한 것이지만, 인간 덜 되어 먹은 무리들에게 고개 숙이며 참았던 속앓이의 후유증이었으리라 짐작되더군요. 이건 뭐 내가 뭔가 이득을 챙기자고 하는 일이라면 더러워도 참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좋은 세상 좀 만들어보자고, 자기 돈 써가며, 자기 몸 버려가며 뛰는 데, 게다가 인간 덜 되어 먹은 무리들에게 고개까지 숙여야 된다는 게... 안 겪어 본 사람 모릅니다. 정말 기분 더러운 일입니다.
대선 끝나고 나서 대선 과정에서 있었던 일 터뜨리자고 말하는 사람들이 몇 있었습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 공개적으로는 못 떠들어도 노사모 게시판에라도 올리겠다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중 가장 터뜨리고 싶었던 일이 카메라 앞에서만 돼지 엄마고, 카메라만 치워지면 바로 싸늘한 표정의 도도하고, 고귀한 의원님으로 돌아가던 추미애 의원과 관련된 일이었습니다. 그런 사람이 차기 대권 후보의 하나로 떠오르는 꼴은 정말 못 봐주겠다는 것이죠.
저는 그런 사람들을 많이 말렸습니다. 아직은 써 먹을 때가 있다고 하면서... 그 때 제가 생각했던 그림은 이것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민주당이 저대로는 못 갈 것이다. 분당이 된다면, 이 번 선거가 거의 자원 봉사자의 힘으로 치른 선거인만큼, 당원의 의사가 훨씬 크게 반영되는 참여형 정당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를 전제로 한 그림이었죠. 뭐 분당이 안 되더라도, 철저한 상향식 공천이 관철될 수만 있다면, 그 때 추미애를 써 먹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경선 과정과 대선 과정의 숨은 이야기를 터뜨린다면 그 때가 적기라고 본 것이죠.
상향식 공천의 무서움을 보여주려면, 국민들이 이른바 거물이라고 생각하는 정치인이 신인에게 거꾸러지는 모습을 몇 곳은 보여주어야 합니다. 상당히 신선한 충격이 되지요. 게다가 내막을 잘 모르는 국민들은 경선이 단순히 대선 과정의 논공 행상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대해 감동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경선과 대선 과정에서의 추미애 의원의 행보를 노사모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알린다면, 충분히 경선에서 떨어뜨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죠. 가장 적절한 희생양으로 그녀를 꼽았던 것입니다.
교활한 생각이라고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노사모에 처음 가입할 때는 괜찮은 정치인에게 한 달에 돈 만원 후원이나 하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어왔다는 것을... 그런데 경선, 대선 치르는 과정을 지켜보며, 독한 구석이 생긴 것이죠. 물론 그런 과정에서 사람의 진심은 통한다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 진심에 감동받아 변하는 모습도 보았고... 하지만 아무리 진심으로 대해도 결코 바뀌지 않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았죠. 자신의 엘리트 의식에서 한 발도 못 벗어나는 무리들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무리들에게는 민중의 힘이 무엇인가를 철퇴를 내려치듯 보여주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디에서 어떻게 칠 가를 잘 생각해서, 그 잘난 의원 나리가 전혀 예상치 않았던 곳에서 한 번은 휘두르고 싶었습니다. 순수한 자원 봉사자들을 하인 취급하면 어떤 꼴을 당하는가를 가르쳐주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추미애 의원은 신당 쪽에 합류를 안 하더군요. 국참에서 적극적으로 뛰었던 사람들, 친노 네티즌 사이에서 영향력을 가지는 사람들이 그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감정을 읽은 것인지, 아니면 자신도 늑대 급은 된다고 생각해서, 호랑이 빠져나간 굴에 남아 대장 노릇 한 번 해 보고 싶은 욕심에 끌린 것인지... 어쨌든 추미애 의원은 민주당에 잔류하고 말았습니다.
추미애 의원의 민주당 잔류가 확실해지자, 이제는 경선 과정과 대선 과정의 일을 터뜨리자는 사람들이 또 늘어나더군요. 그 때도 또 말렸습니다. 추미애 의원이 자신이 개혁적인 이미지, 국민들이 잘 못 알고 있는 그 허상으로 승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이죠. 그래야 박상천, 정균환에 대하여 대립각을 세울 것이라고 본 겁니다. 그 과정에서 후단협들의 정체가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날 것을 기대한 것이고... 경선 과정, 대선 과정에서의 일이 다 밝혀져서 개혁성으로 승부하기 만만치 않다고 느껴지면, 울며 겨자 먹기로 박상천, 정균환에게 고개 숙이고 들어가겠지요. 민주당 자체로는 상당히 단결된 모습을 보이게 될 겁니다. 그 꼴이 보기 싫어서 아직은 터뜨릴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어쨌든 정치사냥님이나, 김정란님이 언급하신 사실은 확실한 사실들입니다. 근거 없는 음해는 아닙니다. 또 사실보다 훨씬 부드럽게, 공적으로 밝히기에 무난한 부분만 언급한 것이고요. 두 분이 그런 내용들을 밝힘으로써 제 계산은 틀어졌지만, 사실을 밝힌 사람들이 음해 세력으로 취급당하는 꼴은 보고만 있을 수 없지요. 만일 그 두 분을 허위 사실에 의한 명예 훼손으로 고발하실 생각이 있으신 분은 그 고발 대상에 제 이름도 꼭 끼워주시기 바랍니다. 저 역시 그 두 분의 언급이 사실이라는 것을 증언하고자 이 글을 썼으니까요.
또 다른 의미에서도 그런 상황을 이제는 알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상황을 정확히 알아야 왜 우리가 상향식 공천을 얻어내야 하는지, 왜 평당원의 코뮤니티가 활성화 된 당을 만들어야 되는지에 대한 각오가 깊어지리라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모든 정보가 공개되어 강물같이 흐르는 세상... 그런 세상을 만들어야 정치가 깨끗해지고, 우리의 삶이 밝아집니다.
추미애 의원 같은 사람들이 대권 후보로 들먹여지는 상황을 반면 교사로 삼아, 이제 정말 제대로 된 정당, 제대로 된 정치, 제대로 된 여론을 한 번 만들어봅시다.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