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교 기숙사 먹을것이 하나도 없다.
한밤에 가장 맛있는것, 무어니 무어니 해도
맘맞는 친구들과 맛맞는 라면 두어봉지를 취사실에서 끓어먹는것이다.
얼마나 맛있는지 어떤 궁중요리도 부럽지 않다.
먹는내내 우리는 서로 한창 웃고 있다.
얼마전 블란서 레스토랑을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다녀온후로는
나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요리는
주일 사역을 마치고 돌아온 빈집에서 텔레비젼 켜놓고,
신문보면서 먹는
내가 끓인 너구리라면에, 신김치 , 그리고 찬밥 말아먹는 저녁이라는것을
새삼 알았다.
난 스스로 대한민국 비전문 민간라면요리사중에 수위를 달리고 있다고 믿는다.
나의 맛에 내가 도취된다.
하지만 그보다 맛있는건,
어느날 갑자기 '인규야! 라면 먹을래?'라고 물어보면서
끓어주는 어머니의 라면.
계란도 넣고, 파도 쏭쏭 썰어넣는 내 라면의 화려한 외양과는 전혀 딴판의
'그냥 라면'이지만, 얼마나 맛있는가!
신라면이든, 너구리든, 안성탕면이든,
무조건 '적당히 맛있는 라면'으로 만드는 어머니의 라면
어느날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라면은 내가 더 좋아하는데, 왜 엄마가 더 잘 끓이냐고
'어머님, 비법을 전수해주십시요.'라고 안하던 아양까지 떨면서 공손히 부탁했더니
어머니 말씀이
'그건 비법 차원이 아니라, 내공의 차이지 ^^!'
라고 하시는게 아닌가,
요새 젊은이들이 말하는 '내공'이라는 단어는 어디에서 배우셨는지
하여간 라면을 향한 나의 내공이 늘어가면
언젠가 나도 나의 아들에게
내가 방금 먹었던 그런 라면을 끓여줄수 있을까?
배도 부르고 맛도 있는 그런 라면을 나도 만들수 있을까?
나 때문에 늙으신 당신얼굴을 담아보려고 카메라 들이대니까
사진 찍겠다는것을 한사코 손을 저어 사양하신다.
'맛있게 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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