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직거래를 하러 부평으로 나갔다.
요즘들어 하나둘 쓸모없는듯한 물건을 인터넷에 올려서 팔고 있다.
돈이 그다지지 궁해진것도 아닌데,
무언가 갖고 있는게 거추장 스러워 지는 요즘 이다다.
약속한 시간보다 5분정도 일찍 갔는데도,
'내 존재 너로 인해'의 아이디를 쓰시는 분이 알려주신 핸드폰 번호로 걸어보니
그 사람 벌써 나와있었다.
고개를 돌려서 보니 미리 자리를 잡고 앉아있었다. 옆에 가 앉았았다.
'내 존재 너로 인해': 안녕하세요? '내 존재 너로 인해' 입니다. 어디 물건부터 볼까요?
나: 예..여기요.
나는 물건을 집에 굴러다니던 쇼핑백에서 꺼내었다.
'내 존재 너로 인해': 죄송한데요. 제가 게시물을 잘 못 읽었는데 물건에 대해서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나: 네 알다시피 박스채로 보관해 오던 '마음'입니다. 얼마 사용하지도 않았어요. 사용년수는 27년이지만 실사용은 거의
할 기회가 없었구요.
내가 미처 말을 꺼내기도전에 그가 탄성에 가득찬 음성으로 말했다.
'내 존재 너로 인해': 야..정말 상태좋네요. (물건을 잘 살펴보며) 근데 왜 팔려고 하세요?
나: 글쎄요. 요새는 이 '마음'이라는것이 별 필요없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도무지 사용할 일이 없거든요. 오히려 사용하면 곤란한 일이 많아요.
그래서 저 말고 꼭 필요한 사람을 찾고 있었어요.
텔레비젼을 보세요. 연일 사람이 사람을 죽여요.
'마음'과 '양심'을 가진 존재가 하는것이라고 보기 힘들죠. 그걸 볼때 이 '마음'을 갖구 보면
견디기 힘들어요. 정말 얼마전에는 심장마비로 죽는줄 알았어요.
제 일상생활도 전쟁이에요. 다른친구들과 경쟁하고 밟고 일어서는, 나 역시 뒤떨어 지거나 짓밟히지 않기
위해서 짓눌르고 일어서서 '성공'이라는것을 쟁취해야 한다는데, 그럴때 이 '마음'이라는것은 정말
거추장 스럽지요.
더 오래되어서 값이 내려가기전에 처분할려고 합니다.
'내 존재 너로 인해': 근데 이걸 어쩌죠? 저는 '교환'인줄 알고 왔는데
순간 나는 고민을 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굳이 돈이 필요해서 오늘 거래에 나온건 아니잖는가?
그냥 '내 존재 너로 인해'가 가지고 온 쇼핑백을 보았다. 무언가가 신문지에 싸여 있었다.
난 무언지도 모르고 그냥 들고 왔다.
다시 인천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가려 하다가
시간이 무료해져서 아까 교환한 쇼핑백을 보았다.
무언가가 신문지를 톡톡거리며 움직이고 있었다.
'강아지일까?'라고 순간적으로 생각했다.
'내 존재 너로 인해'님께 전화를 했다.
나: 이게 무엇이지요?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질문도 제대로 못했네요.
'내 존재 너로 인해': 아! 그건 제 '마음'입니다.
나: 네? '마음'이라고요? 아니...
라고 말하는동안 그가 말했다.
'내 존재 너로 인해': 네~ 제 '마음'입니다. 하지만 이전의 '마음'보다 조금 나을꺼에요. 그건 제 '마음'이거든요.
나: 저는 '마음'이 필요없는데요. 그냥 택배로 돌려드리겠습니다. 뭐..돈은 필요없고요.
'내 존재 너로 인해': 아니요. 한번 사용해보세요. 좀 다를꺼에요. 아까 말씀 드렸듯이 제 '마음'이니까요.
나는 핸드폰을 든채로..'다를것'이라는 말에 호기심이 생겨서, 쇼핑백 신문지를 들추어서 안을 열어보았다.
이런..내 마음보다 더 상처투성이의 마음이 하나 들어있는게 아닌가..
상태가 내가 판것보다 안좋아보았다.
난 90% 상태의 중고로 40%의 완전중고를 교환한 기분이라 별로였다.
나: 근데 이건 완전히 헌것처럼 보이는데요?
'내 존재 너로 인해': 예..새건 아닙니다. '새 마음'이라는건 없어요. 인간을 날때부터 '마음'에 상처를
안고 태어나잖아요...새것처럼 보이게 할 수는 있지만 새것이 되지는 않죠.
나: 그래도 이건 좀....(난 언잖은 마음을 벌써 보이고 말았다.)
'내 존재 너로 인해': 그래도 이 상처많은 세상이라면 그런 헌 마음이 필요할겁니다.
나는 그런 이유없는 확신을 가지고 '마음'에 대해서 계속 아는척하는 그가 궁금했다.
나: 죄송하지만, '내 존재 너로 인해'님은 무엇하는 분이신가요? 제 마음에 대해서 얼마나 아신다고, 이런 장난을 하신거죠?
아까 저는 초면이지만, 제 이야기를 했는데, 우롱당한 느낌이네요.
'내 존재 너로 인해': 나는 당신을 만들었어요. 당신 마음도 만들었어요.
나: 하하..이젠 장난까지....뭐하는겁니까?
나의 항의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는 말을 이어나갔다.
'내 존재 너로 인해': 당신 마음 아플떄 내 마음도 아팠답니다. 그래도 조금은 내 마음이 나을것 같아서
한번 교환해봅니다. 너무 화가 나시면 다시 부평역으로 오세요. 언제든지, 그럼 전에 있던 님의마음을
돌려드릴께요. 그동안 제가 a/s하고 있을께요.
23일 주일 아침 달려가면서, '이게 사역이면 다 때려치워버리겠어'라고 마음속 울던 당신을 기억합니다.
23일 낮 2시 마음속 깊이 외로움을 느끼며, 김밥을 억지로 입에 쑤셔넣으며 군중가운데에서도 외로움에 떨던
당신의 마음이 생각나에요.
그 저녁, 혼자 '술이라도 먹을까?' '그래도 주일날..무슨 술이냐?'라고 말하며, 마음속 깊이 울먹기리다 잠든
당신의 모습을 보며,
내 마음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아 내가 아무런 도움이 안되는가?' 가 아닌
'아..나 때문에 그래도 착하게 살아볼려고 하는데'에서 하는 책임감의 눈물이었습니다.
저도 텔레비젼 보는데, 찹찹하더군요.
사방에서 전쟁으로 사람이 사람을 참혹하게 고문하고 학살합니다.
마음이 쓰라려서 더 이상 못보겠어요.
가장, 가슴 아픈건, 그래도 내 마음 누군가 이해해주겠지..
내가 만들었는데 하고 어느 한구석 믿음 가지고 있었는데
그 마지막 기대마저 무너져 버릴때였습니다.
나는 나를 완전히 이해가 있는, 나를 알고 있는 이 사람의 이 마지막 말에 호기심이 생겼다. 호기심이 손해감을 이겨버리고 말았다.
나: 그게 언제였습니까?
'내 존재 너로 인해': 당신이 한참 달려가던 그 주일날 아침 예배드린데서 가본 어느교회에 가보니
아무도 없더군요. 마음가지고 온 사람들이...
진심으로는 믿을 수 없는게 종교인가 봅니다.
나는 더 이상 아무것도 말하기 힘들었다.그의 마음이 인천지하철에 앉아있는 내 신발 사이에서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피가 철철 넘치는 그 마음을 들어서 내 가슴으로 꼭 품어주었다.
아..이제 이게 내 마음이 되어야 하나?
정말 견디기 쉬울까?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저쪽에서 그냥 '뚝'하고 전화를 끊었다.
차라리 잘 되었다. 난 미안함에 어쩔쭐 몰라하고 있었던 거다.
내 가슴에 닿은 그의 마음은 부르르 울어대고 있는듯이 떨고 있었다.
나는 그 '마음'을 안고, 엎드려 울었다.
아..왜 이리 살기 힘들지?마음을 마음으로 교환해오다니 나도 바보지...라는 생각들.
노약자석에 앉아 혼자 울고 있는 나를..
지하철안의 몇몇 사람이 흘낏흘낏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구경하고 있었다.
한 사람도 마음을 가지고 나온 사람이 없었기에,
그들은 진짜 살아있는 마음을 처음 본듯 했다.
아니다 스스로의 마음을 돌이켜 본것이 너무도 오래된것이다.아아..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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