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년동안 섬기었던..(혹은 다녔던) 母교회를
이제는 개척교회 교육전도사가 되어서 떠나는 지난 주말에는
집에 오는길이 너무 우울했습니다.
전도사로 나가는 것이 그리 거창한 것 아닌
'이제는 나를 더 필요로 하는 가난한 곳에 가자'라는 알고 보면 내 미래를 향한 이기적인 투자에 불과한 거였기 때문에
사역 나가는 거 자체가 두렵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런 각오가 있었기에 오히려 조금은 자랑스러웠는데,
오래도록 리더로 일했던 청년부에서의 예배를 끝내고 혼자 집에 가면서,
내가 과연 잘 해온건지,
근데 왜 이리 외로운 건지,
혹시 내가 이곳에 집착해서 사람을,
혹은 다른것들을 소유하는 성취감으로 살아온 것은 아닌지..하고 계속 되새겨 보았습니다.
그래도 무언가 씁쓸한 마음..
내가 잊혀지고, 무시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인지.
부평역 한가운데서 배회하다가,
아끼는 아가씨 후배 두명을 꼬셔서
한밤에 [러브 액추얼리]를 보았습니다.
* 내내 멋지게 흐르는 음악들,
날실과 씨줄처럼 얽혀있는 관계속에서 모두들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고,
만나는 모습들을 한참 웃으며 보다가
문득 내가 맨앞자리에서 머리를 꺽어 가며 보고 있다는 것을 잊어버리고 벌떡 일어나서 뒤를 바라보았습니다.
커다란 화면을 향해서 얼굴에 웃음을 가득 안은채 보고 빨려들어갈 듯이 집중하며 즐거워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리고 다시 화면으로 눈을 돌려서
포레스트 검프가 주는 초코렛처럼 알 수 없고, 서로 다르지만, 모두 열심히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냥 아무 생각없이 '사랑놀음'을 즐기면서, 집에 올때까지 흐뭇하게 웃었습니다.
결국 영화가 끝난 1시가 되어서 버스와 지하철이 끊겼음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웃다가,
극장에서 집까지 1시간정도의 거리를 '인라인'을 타고 한밤의 도로를 열심히 질주했답니다.
* 내가 과연 사랑하긴 했던걸까?
라고 예전에 사랑했다고 했던 사람들의 기억을 떠올릴때마다 묻습니다.
아직도 남아있는 물건들이나, 편지..혹은 사진조각들을 볼때마다, 나에게 문제는 내 안에 남아 있는 '사랑의 흔적(혹은 잔재)'이 아니라, 내가 사랑과 '그를 소유함에 대한 집착' 그 사이 어딘가에 있었는가 하는 것입니다.
소중한 것을 지켜주고 싶고, 그와 함께 하고 싶은게 당연하고, 오히려 아니면 냉정한거라고 스스로에게 말하면서도 알고 싶습니다.
그래서 다시 만나면 그 사람들..(윽..복수가 되는군..)에게 묻고 싶습니다.
내 소중한 당신에게 주었던 감정이 당신에겐 '사랑'과 '소유' 그 어느곳 사이에 있었냐고..
* 21년동안 함께 했던 주안교회에게 묻고 싶습니다.
나의 당신을 향한 삶이 어디에 있었냐고,
이렇게 안타깝고, 아쉽고, 다시 시작할 수 없지만 그래서인지 마냥 외로워만 하는 내가 당신에게 어떠한 의미였냐고
우리 둘 다 21년동안 너무도 커버렸고 혹은 달라졌지만,
나의 진심이 당신에게 '사랑'으로 다가갔냐고,
혹시 '소유'로 다가가 서로에게 상처와 오해를 남기지는 않았는지,
남았다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 나도 21년동안 주안교회서의 삶을 [러브엑추얼리]에서처럼, 멋진 사랑의 관계속에서 헤엄치며 즐거워 하는 '니모'처럼 받아들여도 되는지,
우리가 이제는 헤어지지만, 하나님 당신의 눈 가운데 한편의 영화의 부분으로, 결국에는 아름답게 자랑할 수 있는지를 (사람과 당신에게) '인정받음을 소유하려는' 내가 하나님께 묻습니다.
* 이글..wetwetwet의 love is all around 와 Bay City Rollers의 Bye Bye Baby 에 정신이 팔려 들으며 썼답니다...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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