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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 이 일말고는 할 줄 아는게 없어. 그리고 하고 싶지도 않아"
어느 고속도로변 카페테리아의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 천부적인 형사반장 '한나'(알 파치노 분)는 자신이 잡아야 할 천만달러급의 대도 '닐'(로버트 드니로 분)에게 오랜 친구가 담소하듯 말한다.
공감의 미소로 쳐다보며
" 나도 그래.."라고 닐도 응수한다.
정말 타고난 것같이 그 분야에서 최고의 삶을 사는 두 사람은 서로 '적'이어야 하지만, 서로를 존경하고 연민을 느낀다.
영화 '히트'는 두 개의 눈을 가지고, 공평하게 범죄자와 형사 이 두 사람을 비춘다.
벌써, 3번째나 보고 있는 나도 말한다.
"나도 그래"
2.
난 교회에서 자랐다. 물론 집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여가시간, 휴일을 교회에서 다 보냈다. 그래서 난 교회가 세상의 전부인줄 알았다. 교회에서 사는 나에게 사람들은 '목사가 되어라'고 했고, 적어도 공인근무요원으로 바깥공기를 조금이나마 맛보기 전까지만 해도, 난 나의 미래에 대해서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의심해보지도 않았다.
그러다가 신학대학교에 들어갔다.
그동안, 난 교회안에서 착실하게 장기근속을 했고,(무려 난 14년 동안 개근상을 받았다) 학교공부도 못하지 않았고, 말도 잘하는 편이었다. 거기다 결정적인 것은 교회에서 살다보니 어느새 '신앙좋은 아이'로 찍혀서 걷다 보니 도착한곳이 신학대학교였다.
가서 난 한 2주일동안 스스로에 최면을 걸어야만 했다. 정말 모든게 혼란스러웠다.
우리교회에서 난 최고였는데, 내가 들어간 신학교만 해도 그런 사람만 천명이 넘었다.
난 여러 가지로 고민했는데, 대강 아래와 같은 것들이었다.
1) 왜 이렇게 많은 신학생이 필요로 하지..? 세상은 나 하나면 되는거 아냐?
2) 모두들 하나님이 불러서 왔다고 하는데, 그럼 나만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온거 아냐?
3) 소명이란게 도대체 뭐지?
그해 난 두학기를 연속으로 학사경고를 받았다. 학교공부는 그런데로 재미있었지만, 왠지 아무것도 모르고 사기당했다는 생각에, 좋은성적으로 하나님께 보답하기는 죽기보다 싫었다. 그리고 휴학을 했다. 물론 강제로..
3.
오스 기니스의 '소명'을 보아도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지금도 방황하고 있는 나의 20대는 계속 이런 물음속에서 걸어왔는지 모른다.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은 하나님이 부르신 것인가?"
그러다가 어느날, 어느 설교를 듣다가 문득 (적어도 나의 삶에는 해당되는) 깨달음이 왔다.
우리 인생은 그렇게 운명론적으로 짜여져 있는게 아닌 것 같다.
적어도 성경의 하나님은 그렇게 재미없고, 잔인한 분이 아니라는 것을 학교 '조직신학' 수업시간이 되어서야 깨달았다.
4.
'남자에게 말야...직업이 그를 만드는거야.. 그가 직업을 만드는게 아니라"
영화 택시 드라이버의 한 대사이다.
나는 이제껏 나의 소명의 정체를 언제나 '직업의 종류의 하나'로 한정지어왔다.
그리고 기독교인이면서도 '너무도 불교적인 세계관'을 갖고선, 하나님이 나의 인생의 시나리오라도 짜놓은것처럼 생각하고, 무슨 선택을 할때마다 고민해왔다.
그래서 주변에서 '하나님 말 안 듣고 돌아다니다가, 이제야 신학교에 와서 목사가 되려고 한다'는 간증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 짐을 느꼈다.
5.
다시 신학교에 복학하여 이제는 신학대학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나는,
나에게서 목사로써의 모습을 기대하는 '주안교회의 Fan'들에게 미안하지만, 난 목사라는 평생직장인을 목표로 걷지 않기로 했다.
만화 '쿠니미츠의 정치'를 보면 주인공 쿠니미츠에게 그의 선배가 이렇게 충고한다.
"중요한건 시장이 되는 것 자체에 있는게 아니라. 왜 시장이 되려 하고, 시장이 되면 어떤 시로 만들어 줄건지 대안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이게 내 마지막 조언이야"
그래. 그 다음부턴 난 내가 왜 그동안 목사가 되려고 했나..하고 거슬러 올라갔다. 그건 쉽지만 진실과 마주하기에는 부끄러운 시간이었다.
사실 그렇게 이유나 목적을 생각하고 고민해 본적이 없었던 거다.
6.
난 교회일 말고는 할줄 아는게 없다. 그리고 사실 하고 싶지도 않다. 웃기지만 실제로 그렇다.
그래서 그냥 '목사가 되는 길'을 계속 걷기로 했다.
'목사라는 직업 자체가 목적이 되는 삶'과 '목사가 도구되는 삶'은 틀리다.
7.
'소명'이라는 말로, 혹은 '하나님의 이름(역할)을 빙자해서' 서로를 학대하는, 그리고 정죄하는 일이 교회안에서 없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불교에서는 나올법 한 너무도 운명론적인 '신이 예정해 놓으신 너의 삶' 이야기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개인에 소명에 대한 이야기는 '하나님 만이 말할 수 있는 문제다' 그건 부르심의 주체가 '하나님'이기 때문이다.
8.
우리가 흔히 운명론을 둔갑시키는 '예정론'은 그렇게 마구 차용할만큼 우스운게 아니다. .또한 칼빈이 '소명'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건 '현재'를 위한 이야기였다.
9.
그래서 조금이라도 신학교로 뭣모르는 고3 수험생들을 몰아대는 교회의 악습은 없어져야 한다. '너는 신앙이 좋으니까, 목사가 되어야 해' 혹은 '세상에서 하나님이 부르신 목사가 주의 종이니까, 최고야'로 유혹해서, 그의 20대를 안해도 될 방황속으로 미는짓은 멈추어야 한다.
10.
우리가 대리역할 하고 있는 '하나님'은 그렇게 우스운 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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