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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2년-예배를 다시 드리다.
갑자기 교회에서 일이 없어지는것이 그렇게 나를 흔들줄은 몰랐다.
난 한번도 교회에서 주목받지 않은적이 없었는데
새롭게 회장단이 된 내 친구들은 친절하게도 ‘지난 한해 수고했으니, 올한해는 푹쉬어라’라고 말하면서 아무런 직책을 나에게 주지 않았다.
난 내가 총무임기를 마치고 다른사람이 총무가 된후에도
그 교회 청년부가 여전히 잘 돌아가고 있으며
오히려 분위기가 더 좋아지고 있음을 못참아했다.
‘역시 최인규가 아니면 안돼’
‘작년이 좋았어’
라는식의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한번도 못들었다.
내가 먼저 유도해본적도 있지만 번번히 실패였다.
난 교회 맨 뒷자리에 앉아서 예배 드렸다.
어느날 내가 정말 오랜만에 예배를 드리고 있다는것을 깨달았다.
맨날 설교후에 있을 광고를 포스트잇에 준비하고, 그 다음주의 일정마저 다이어리에 정리하느냐 바쁘던 예배시간이 너무나 한가해졌고
난 할 일이 없어서 말씀을 들었고, 찬송했고,
사람들과 인사했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나 사람들은 은퇴한 노인같은 나에게
‘전도부’라는 신설부서를 만드는것을 허락해주었다.
새롭게 부서를 맡았지만, 부원은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솔직히 할 일이 없었다.
가만있어도 그교회는 매주 20명정도의 청년들이 새롭게 등록하는데 전도할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난 어렵게 모은 전도부원들
그나마 다 세상물정 모르는 대학교 1학년으로 구성된 전도부원을 데리고
충청도 보은으로 전도여행을 떠났다.
함께 버스를 타고 내려가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난 그냥 귀찮았다.
우리는 그 전날 교회에서 청년들이 후원금이라고 준 70만원 이야기를 했다.
내가 앞에서 재미있게 광고해서 얻어낸 헌금이었다.
난 다음날이 돼서야 부끄러움을 느꼈다.
보은에 내린후 2시간정도 지나서
그 작은교회 담임목사님과 이야기하다가
우리가 할수 있는일이 아무것도 없다는것을 알았다.
일단 그 동네는 인구가 너무 없고, 왠만한 집은 다 교회를 다니거나, 아니면 우리가 전도해서 그 교회를 앞으로 나오는것을 방해하면 방해했지 도와주지 못하는 경우였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냐고 기도했고
하나님은 우리의 전도여행 내내 장마비를 내려주셨다.
우리는 교회 옆 작은방에 모여서 삼시세끼 라면 끓여먹고, 목사님께 선물로 가져온 수박을 깨먹고, 게임을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새벽이면 일어나
그 작은교회의 새벽예배를 드렸는데
모두들 참 큰은혜를 누렸다.
목사님은 교회가 세워진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예배를 드린다고 기뻐하셨고, 우리는 시골의 이른새벽에 하나님께 기도하고 말씀듣고 예배당에 모여있음을 즐거워했다.
오랫동안 예배를 안드리다가, 그냥 구경만 하다가
예배를 드린 한해였다.
난 전해동안 지친 마음을 다시 한해의 시간을 걸려서 회복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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