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킴 밀크. 탈지유라는 대응하는 한자어가 있으나 소리 내어 발음할 만큼 입에 익지가 않다. 마땅한 우리말이 없어 우선 이렇게 원어 그대로 불러보자. 밀크야 우유일 테고, 스킴은 뭐지?
s. k. i. m. 굉장히 간단한 철자이고 외우려고 애쓸 필요도 없이 한번에 기억할 수 있는 단어인데, 뜻을 옮기자면 주구장창 길어진다. '어떠어떠한 액체의 표면에 더께가 생기다', 혹은 '그 더께를 걷어내다'라는 정반대의 두가지 뜻을 기본적으로 품고 있다. 발음에 가깝게 적어 본다면 ‘스낌’이라고 쓸 수 있겠다.
보통 우리가 구입할 수 있는 흰 우유와 스킴 밀크가 다른 점은 우유 속의 지방(脂肪) 함유량이다. ‘탈지유(脫脂乳)’라는 한자 풀이 그대로 지방분을 덜어내고 남은 게 스킴 밀크인 것이다. 그렇다고 지방분이 완벽히 제거된 것은 아니며 0.1% 이하로 낮춘 성분비를 유지하고 있다. 영어로 보통의 흰 우유를 ‘Whole Milk’라고 하는 것은 성분을 조정하지 않았다는 의미를 강조한 표현이다.
 |
|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등장한 우유 섭취를 권장하는 미국의 광고 'Got Milk?' 시리즈 가운데 하나. "키가 크고 예뻐진답니다~" |
|
도시에 있는 24시간 편의점이라면 아무리 작은 곳에서라도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는 것이 유제품이다. 아예 영어로 Dairy Product Corner라고 씌어있는 곳도 있다(dairy같은 낱말은 우리말 발음이 쉽지 않고 대체할 말이 보편화되어 있는데도 진열대 위의 표시를 굳이 그와 같이 하는 것은 언어의 의미전달 측면 보다는 영문 표기라는 이미지를 사용하기 위한 표기법이리라 짐작한다). 그러나 정작 이런 유가공 식품 코너에도 스킴 밀크는 없다(타워 팰리스 지하에 있다는 ‘스타 슈퍼’ 같은 곳에는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스타 슈퍼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직영하는 슈퍼마켓이라니 '별'난 슈퍼라서 스타 슈퍼인 건지도). 한국에서는 실제 구입하기는 어려운 지방을 뺀 흰 우유인 셈이다.
성분의 차이 말고도 스킴 밀크는 뭔가 우유로서의 아이덴티티가 보통 흰 우유와는 크게 다르다. 빛깔은 약간 묽은 기가 도는 느낌이고 고소하면서도 조금 비릿한 우유 특유의 냄새도 옅은 차이가 난다. 뭔가 좀더 엷고 가볍다는 느낌이다. 이 때문에 오히려 비위가 맞지 않거나 역한 느낌이 들어 마시지 않는 이들도 있다.
 |
| 역시 같은 'Got Milk?'시리즈 광고. 머나먼 우주에서 몸소 와 우유섭취를 홍보하는 제다이 요다 사범님 |
|
예전에는 스킴 밀크만 유리컵으로 가득히 하루에 여섯 잔씩 마셔댄 적도 있는데 이렇게 많이 마신 뒤의 포만감 또한 과연 달라서 어리둥절해 한 적도 있었다(그 여파로 아직도 살이 허여멀건 한 건지도).
우유는 완전식품(完全食品)이라는 어마어마하게 거창한 표현에서부터(사실 이것은 The Most Nearly Complete Food라는 영어식 표현이 거두절미(?)하고 번역되어 쓰이는 대표적인 경우이지만) 인체에 별반 도움이 안 되며 유아에게는 치명적일 수도 있다는 정반대의 견해도 존재하는 등의 극단적이며 동시에 보편적인 식음료(食飮料)라는 애매한 위치에 놓여 있다. 검은콩 우유도 좋고 두유도 좋은 줄 알겠지만 흰 우유에 이것저것 첨가한 가공유보다 저지방 우유나 스킴 밀크 같은 종류군의 우유도 쉽게 마실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이번 주에도 1리터 크기 팩 넷을 혼자서 비우는데 성공한 우유 먹는 하마는 작금의 현실이 불만스럽다.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