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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이론/분리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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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이글 진~짜 재미없음(웃음)...조회수 3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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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향숙의원과 노회찬의원이 활짝 웃으며 악수하는 모습. 이 사진 역시 경계이론으로 비추어 본 두 정당의 관계에 대한 논거로 쓰일 수 있다면 무리가 될까? Yonhapnews Imag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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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디와 내가 가지고 있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라는 두 정당에 대한 글들을 다시 읽어보다가, 그 속에 들어있는 인식의 관점을 나의 그것과 비교해 보는 것이, 행정법학에서 공부하였던 재산권의 내용규정과 수용의 구별기준에 대한 경계이론(境界理論)과 분리이론(分離理論)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인 재산권의 사회적 제약에 관한 내용규정(內容規定, 헌법 제23조 1항과 이에 근거한 법규들)과 수용규정(受容規定, 헌법 제23조 2항과 이에 근거한 법규들)을 함께 판단하되, 이러한 제약이 일정한 기준을 넘어서면 보상을 요하는 공용침해(共用侵害)가 된다고 보는 경계이론(Schwellentheorie)과, 사회적 제약을 정한 재산권의 내용규정과 수용규정을 전혀 별개의 제도로 보고 양자를 재산권 제약의 질적 정도에 의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입법의 형식과 목적에 따라 구분된다고 보는 분리이론(Trennungstheorie). 이것을 정당에 대한 논의평면에 대입해 본다면 저는 경계이론에, 리디쪽은 분리이론 쪽에 가까워 보입니다.
憲法 第23條 ①모든 國民의 財産權은 보장된다. 그 내용과 限界는 法律로 정한다.
②財産權의 행사는 公共福利에 적합하도록 하여야 한다.
③公共必要에 의한 財産權의 收用ㆍ사용 또는 제한 및 그에 대한 補償은 法律로써 하되, 정당한 補償을 支給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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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이론과 분리이론은 이처럼 헌법상 보장된 사인의 재산권에 침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공법상의 논의를 말합니다.-
이 이론들에 대한 논의에 있어서 전혀 모르는 이에게나, 또는 너무 잘 아는 이들에게는 뭐하러 저런짓을 하나, 어지간히 한가한가보다, 고 웃으실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인상을 통해 생각을 증폭시키는 버릇이 있는 저는 이 흥미 있는 이야기를 글로 남기지 않고서는 좀이 쑤셔서 어쩔 수 없는 관계로, 재미가 있을 리 없지만 - 남들이 읽든지 말든지(죄송...제가 생각해도 모를소리만 잔뜩 늘어놓을 것 같아 자포자기중인지라...) - 이어서 계속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논의에 대한 비유와 대입에서 불필요한 우리헌법 제23조와 독일 기본법 제14조 3항간의 차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생략하도록 하겠습니다)
경계이론과 분리이론의 가장 큰 차이점은, 사회적 제약을 벗어나는 침해의 경우, 경계이론이 보상의 필요성을 인정함에 그치는 것에 비해, 분리이론은 (위헌성을 원인으로 한) 침해행위의 폐지를 요구한다는 데 있지요. 이것은 경계이론이 가치(價値)의 보장에 중점을 두고, 분리이론이 위헌적인 침해의 억제(즉 존속(存續)의 보장)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인데, 분리이론이 경계이론에 대한 비판의 초점이 재산권의 위헌적 침해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단은 이를 수인하고 사후에 보상을 요구하는 식의 사고가 부당하다는 데 있다는 점이 경계이론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분리이론의 가장 큰 이론상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것에 비추어 보려는 두 정당 이야기와 관련한 온라인 상에서 벌어지는 지지자와 반대자들간의 논쟁은, 우리나라에서 같이 건국 이후의 이념대립과 잘못된 과거의 청산이라는 두개의 커다랗고 무거운 숙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한 현실을 갖고 있는 경우에는 필연코 무한히 격렬해질 수 밖에 없는 속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끔 이런 문제를 아주 쉽게 무시해버리고는 사상에 문제가 있던 김대중에 이어 노무현 같은 이들을 대통령으로 뽑으니 나라가 이리 혼란스럽지 않느냐고 득도한 표정으로 혀를 차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것이야말로 대통령 병이(아니, 이 경우에는 대통령 중독증이라고 말하는 것이 정확하겠군요) 얼마나 사람의 머리를 단순하고 어리석게 만들어버리는지에 대한 가장 뚜렷한 증거입니다.
'국론분열'이 그토록 우려스러운 것은 그들의 머릿속에 언제고 쳐내려올 준비만 하는 거대한 공포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北韓이 있기 때문인데(이것은 입만 열면 2차대전의 진정한 피해자는 일본이라고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일본인들에게 原爆이 갖는 상징적 공포와 매우 유사한 것인데), 묘지의 평화가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썩어가는 주검과 그것을 자양분삼아 자라는 풀포기밖에는 없다는 사실을 모든 책임을 대통령에게 뒤집어 씌우고서 홀가분히 손을 털려는 이들은 알아야 할 것입니다.
선거를 통해 다시한번 확인되었듯이, 여러 정치적인 주제에 대한 격렬한 논쟁들 가운데 뜻밖에도 만만치 않은 대립각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열린우리당의 지지자들과 민주노동당의 지지자들이지요.
이들이 물론 두부자르듯 명확히 대립하지는 않습니다. 리디를 포함한 다른 많은 젊은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그리하였듯이 지역구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에, 그리고 지지정당에서는 민주노동당에 투표한 사람들도 매우 많구요. 이것은 우리의 정치현실상 한나라당, 새천년민주당, 그리고 자유민주연합으로 대표되는, 보수라고 부르기에도 차마 껄끄러운(백범 선생 같은 이들이 우리가 알아야 할 진정한 보수의 사표라고 하는 것을 생각해보면 더욱 그렇죠) '그 무언가'들이 우리의 머릿속 오른쪽 저 끝에 잔뜩 몰려있어서 상대적으로 두 정당의 같은 점과 다른점에 대해 따져볼 필요와 기준을 생각해 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글은 바로 그 부분에 대한 온라인에서 벌어지는 두 정당에 대한 지지자들간의 나름대로 만만치 않게 격렬한 논쟁에 대한 하나의 또다른 구별기준에 대한 것입니다.
다시 앞서 이야기한 행정법의 어떤 이론들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양 이론은 정말 다르지요. 경계이론이 재산권의 사회적 기속성(社會的 羈束性)의 한계설정에 대해 평등권의 관점에서 접근해 개별적인 희생의 문제를 설명하고 해결하려는 점(물론 이에 대해서는 집단적 희생에 대한 설명의 편의를 위해 다시 기대가능성이론을 위시한 여러 실질적 이론이 등장하기는 합니다만), 이것은 마치 기존정당의 패러다임이랄까, 공화정제가 이 땅에서 시작된 이래로 정당이 제도로서 뿌리내리기 시작한 시점에서부터의 성과와 문제점을 동시에 안고 있는, 현재로서 가장 발전된 형태인 열린우리당의 문제에 대한 저의 입장과, 민주노동당을 바라보는 시각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구체적인 사안에서 경계이론을 통한 문제해결을 시도하고 있는 사법기관들을 살펴보면, (1) 독일연방최고법원(BGH), (2) 독일연방행정법원(BVerwG), (3) 우리나라 대법원(1996.6.28. 선고 94 다 54511) 입니다. 법적 안정성보다 '당해' 사안의 합리적 해결을 위한 구체적 타당성에 무게를 두는 쪽에 서는 기관들이 주로 포진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정치개혁이라는 것을 '당해 사안'이라고 볼 때, 열린우리당을 이용할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근거없는 것이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사안의 해결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절차경제적인 수단이 있음에도 이를 도외시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다시 논의를 시작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것이 열린우리당에 대한 경계이론을 투영시킨 저의 입장입니다.
이에 비해 분리이론이 내용한계 형성규정의 위헌성을 제거하기 위해 실정법규의 해석에 몰입되지 않는 비례원칙, 평등원칙, 신뢰보호원칙 등 그 위헌성을 심사하는데 있어 다양한 제 기준을 사용하는 점, 그리고 비례원칙을 준수하기 위한 방법의 선택에 있어 입법형성의 재량영역 내에서 금전에 의한 배상형태라는 제약에서 자유로운 점 등은, 기성정당의 공과에 얽매이지 않고 새 기준을 가지고 정당의 틀을 만들어 보려는 민주노동당에 대한 리디의 기대와 시각을 또한 드러낼 수 있다고 봅니다.
그리고 구체적 사안에서 분리이론을 통해 문제해결을 시도하는 사법기관은 (1) 독일연방헌법재판소(BVerG), (2) 우리나라 헌법재판소(1999. 10. 21. 97헌마26)입니다. 성문법규의 최고해석기관으로서 규범해석의 모든 측면을 고려하여 합헌성 인정여부를 심사해야하는 특수한 사법기관들임을 알 수 있습니다(우리 헌법재판소는 역사가 일천하여 대부분의 판단기준을 독일에서 계수해오는 이른바 판례계수(case inheritance)라는 숨은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아울러 민주노동당이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열린우리당의 한나라당과 다를바 없음'은 분리이론의 특정사안에서 문제가 된 법규의 위헌성 발견과 제거를 중요시하는 특유의 문제의식에 따른 주장이라고 이해한다해도 크게 억지스럽지는 않겠지요. 이것이 양 정당의 지지자들간의 감정의 골을 깊게 한다든가 하는 규범외적인(?) 문제는 있을 수 있겠지만요.
모든 학설에는 일장일단이 있지요. 어느 학설을 지지하느냐는 그 이론이 내포한 가치를 어떤 면에서 보아줄 수 있는지에 따라 결정이 나겠구요. 경계이론의 시각을 가졌다고 하는 저 역시도 열린우리당이 민주노동당과 닮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념의 스펙트럼 위에서의 유사성 정도이니 위의 이야기는 다시 생각해보면 두 사람은 정반대의 입장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적 견해 차이에서 (그래봤자 별로 다를 것도 없어 보이지만) 행정법학의 이론대립을 끄집어내고야 마는 이 해괴한 버릇은 제 불쌍한 직업병 탓이겠지만, 전혀 다른 두 차원의 논리전개에 있어서 발견되는 유사성을 속는 셈치고 찾아 보는 것도 (할 수만 있다면) 무척 재미있는 일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참고서지:
헌법학, 홍성방 2003
헌법학(中), 계희열 2000
행정법개론, 장태주 2004
행정법강의, 홍정선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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