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5월 14일 오전이 되면 노무현대통령 탄핵심판에 대한 최종결론이 헌법재판소에서 나오게 됩니다. 결과에 따라서는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 벌어질 수도 있는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참으로 여러 곳에서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받았습니다. 그리고 우리 리디폭스닷컴에서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모르면 찾아보자’를 신조 아닌 신조로 삼고 있는 저는 이에 대한 게시글들을 찾아 읽어보는 과정에서 리디형제의 생각하는 글 73번에서 ‘탄핵에 대한 법리적 정당성’이란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모두들 탄핵사건에 대하여는 진지하게 글을 쓰셨지만, 그 가운데 다시 이야기해 볼 수 있는 논점이 담긴 글이라고 생각하여 이 글을 주제로 하여 주장의 당부를 검토하는 것이 이번 글의 목적입니다. 방법은? 역시 ‘法理的 正當性’입니다. 편의상 73번 글을 ‘대통령 탄핵문제’에 대한 ‘答案’으로 보고 서술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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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연방헌법재판소(Bundesverwaltungsgerich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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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의 첫머리에서 답안은 국회의 탄핵소추에 대한 헌재심판에 있어서 실제 판단하게 될 법률문제를 검토해 보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실제’ 답안으로는 서론 부분이 될 것입니다. 소추의결서 정본이 헌법재판소에 송달된 때 헌재는 탄핵심판의 계속상태에 있게 됩니다(동시에 대통령의 권한행사도 정지되지요). 따라서 사안에 대한 검토는 본안전 판단과 본안 판단을 나누어 심사하는 것을 전제하여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사안의 풀이에 있어서 실제 법원과 헌재는 본안전 판단과 본안판단을 함께 진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으나 법리를 검토함에 있어서는 본안전 판단을 먼저 하는 것이 심리진행경제나 헌법재판의 인력낭비를 막는 차원에서 당연한 것이며 누락시켜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은 답안이 결론을 ‘이번 사안은 탄핵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는 내용이었다’라고 맺고 있는 것을 상기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이 점에서 본안전 판단에 해당하는 탄핵소추의결과정에 있어서의 국회법 제130조 이하의 의결절차상의 위헌, 위법여부와 관련하여 절차적법성을 유지하였는지에 대한 검토를 생략하고 곧바로 심판내용의 당부에 대한 판단으로 나아간 점은 아쉬운 점이라 하겠습니다. 게다가 여기에는 탄핵심판절차가 형사소송법을 준용하고 있는 점을 생각할 때, 당사자(여기서는 대통령이 되겠지요)를 심판절차에서 조기해방시킴으로서 얻는 이익(이것은 피심판인의 지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공익과 사익 모두가 포함될 수 있을 것입니다)을 고려하지 않은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본안 심사에 들어가서 탄핵의 사유에 대한 검토부분을 보겠습니다. 제1사유인 경제파탄과 국정혼란의 책임과 관련하여, 답안은 헌법재판소의 결론을 예로 들어 대통령의 정치적 행위 및 정책적 결정에 대한 심사대상이 아니라는 취지로 글을 쓴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글의 전단에서는 위법성 증명방법의 부재를 주장하고 뒤이어서는 통치행위에 대한 헌재의 심사불가라는 입장을 이야기하는 것은 논리전개상 무리가 있습니다. 이유는 양자는 논의의 영역을 전혀 달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언급하신 헌재의 결론은 기본권관련성 유무에 관한 것이며, 통치행위에 대한 헌재의 심사가능성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게다가 글의 동기가 된 설문은 ‘탄핵심판의 대상적격’에 대한 문제이며 기본권침해여부에 대한 것이 아닙니다. 더욱이 입증방법의 부재로 심판대상이 될 수 없다는 주장은 심판요건과 심판의 결과로 인한 불이익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서 ‘탄핵사유로서 주장하는 경제파탄등’의 부당함을 다투기 위한 논거가 될 수 없습니다(만일 답안의 논리대로라면 현재진행중인 모든 종류의 민사, 형사, 행정‘심판’사건에서는 본안심사결과 ‘청구의 이유 없어 각하한다’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이러한 결과는 심판결정 형식자체가 부적식한 것이 되어 일반심판사건이라면 즉시항고의 대상이 되는 결함을 지닌 결정이 됩니다.).
1) 경제파탄 및 국정혼란에 대한 책임 답안 후단 역시 탄핵심판사유인 헌법 제65조 1항과 헌재법 제48조상의 ‘ 公務員이 그 職務執行에 있어서 憲法이나 法律을 違背한 때’의 의미에 대한 해석론상의 견해에 대해 검토하지 않은 것으로서, 직무집행에 있어서의 위헌 위법행위는 반드시 고의나 과실에 의해서 발생한 경우만 탄핵사유에 포함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法文이 단순히 ‘위배한 때’라고 규정하여 형사사건에서와 같이 주관적 위법사유를 요구하고 있지 않은 데 대한 해석의 논리적 귀결이며 헌법학계의 다수견해가 ‘법의 무지’로 인한 경우를 포함하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명백한 고의를 가지고 국가에 중대한 ... 경우가 아니라면 고려될 여지가 없다’는 주장은 법문에 존재하지 않는 주관적 요건을 추가하여 심판사유를 심리하는 것이 되어 법해석의 한계를 벗어나는 것입니다. 탄핵심판은 범죄행위와 달리 개인의 주관적 책임사유 뿐 아니라 공무집행과 관련한 국가이익을 고려하기 때문이라는 제도설립상의 취지를 다시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2)측근비리와 부정부패 책임 부분의 답안과 관련하여, 탄핵의 법적 성질을 별다른 논의 없이 곧바로 ‘징계처분’으로 판단하였는데, 이 역시 탄핵결정의 법적 성질에 대한 검토를 먼저 하였어야 할 것입니다. 일반 행정청의 소속 공무원에 대한 징계처분과, 소추기관과 심판기관을 달리하는 탄핵은 그 성질이 같을 수 없습니다. 헌법재판소라는 제4의 국가기관(혹은 정치적 사법심사기관)이 최종적인 심판결정을 내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행정벌은 행정법상의무위반에 대하여 일반통치권에 의거하여 과하는 제재로서의 벌임을 생각한다면 ‘대통령에 대한 탄핵’의 법적성질은 다른 헌법기관에 대한 탄핵과는 또 다른 특수성이 있을 것입니다. 3) 선거법 위반의 나번 항목에 대한 답변을 보아도 답안의 전 취지를 고려할 때 탄핵을 일반 처분과 같은 법적 성질을 가지는 것으로 전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부분에 대하여는 특히 심판절차상의 특수성을 고려하여 헌법소송, 형사소송, 행정심판절차가 뒤섞인 것을 별도 목차로 나누어서 서술했으면 좋았을 것입니다.
3)선거법위반의 나) 선거법위반 인정의 입장 부분의 법치주의와 비례원칙에 대한 이야기를 봅시다. 우리헌법상 구현된 법치주의의 구체적인 형태는 (1) 기본권보장, (2) 권력분립제도, (3) 입법 작용에서의 헌법 및 법 기속, (4) 행정의 합법률성, (5) 사법적 권리보장, (6) 공권력행사의 예측가능성, (7) 신뢰보호원칙, 그리고 (8) 비례원칙입니다. 여기서의, 그러니까 법치주의의 구체적 실현형태로서의 비례원칙은 국가권력행사를 통해 이루고자하는 목적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선택하는 수단사이의 합목적성을 말하는 바, 여기서의 합목적성은 다시 (1) 적합성, (2) 필요성, (3) 협의의 비례성을 그 내용으로 합니다(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태도).
그런데, 이번 탄핵심판사건을 심리하고 있는 우리 헌법재판소는 그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헌재는 비례원칙을 과잉금지원칙과 같은 의미로 이해하며,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 (1) 목적의 정당성, (2) 방법의 적정성, (3) 피해의 최소성, (4) 법익의 균형성을 요구합니다. 독일연방헌재와 다른 점은 목적의 정당성을 비례원칙의 부분원칙으로 보고 있는 점입니다. 이것은 우리헌법 제 37조 제2항에서 ‘국민의 모든 自由와 權利는 國家安全保障·秩序維持 또는 公共福利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法律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라고 당해 원칙을 명문화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이것입니다. 우리 헌재판례 가운데 목적의 정당성에 위배되어 위헌 결정이 난 예는 매우 드물다는 것. 예로써 주차장법 제19조의4 제1항 위헌소원(95헌바59))에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유를 좀 길지만 인용합니다.
(1) 도시화는 인간에게 문명의 혜택과 편리함을 가져다주었음은 물론 생활능률의 향상과 직업 활동의 경제성을 높이는데 기여한 면이 있는 한편 인구의 집중에 따른 교통·환경·주택·범죄 등의 심각한 사회문제를 낳았다. 도시화에 따른 자동차의 증가로 말미암은 교통 혼잡의 문제는 도시 대기오염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교통체증에 따른 물류비용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킴으로써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파급효과까지 낳고 있다. 이러한 교통문제는 자동차보유대수의 지속적인 증가와 도심지역의 고밀도 이용에 수반한 도심유입차량수의 증가에 따라 점차 그 비중이 커져 왔고, 그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여러 방면에서 연구가 계속되어 왔다. 그 방안의 하나로 도로율을 높이는 방안이 제기되었으나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아래 우선적으로 주차공간의 확보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즉, 주차공간이 넓어지면 주차난이 줄어 들 수 있음은 물론, 운행차량수를 감소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만큼 도로의 면적이 늘어나는 효과가 생김으로써 자동차 교통을 원활하게 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이에 따라 이러한 도시에 있어서 주차장의 설치와 정비 및 관리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도시 내 자동차교통의 원활을 기하여 공중의 편의를 도모하고 도시기능의 유지 및 증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법이 제정되기에 이르렀다.
(2) 이러한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제정된 법은 주차장을 노상주차장·노외주차장·부설주차장으로 나누고(제2조 제1호), 제19조에서 건축물·골프연습장 기타 주차수요를 유발하는 시설(이하 '시설물'이라 한다)의 이용자뿐만 아니라 일반의 이용에 제공하기 위하여(제1항) 도시계획구역안에서〔1995. 12. 29. 법 개정으로 국토이용관리법의 규정에 의한 도시지역(국토이용관리법 제6조 제1호)·준도시지역(같은 조 제2호) 및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정하는 준농림지역(같은 조 제4호)으로 변경되었다〕에 시설물을 건축 또는 설치하고자 하는 자는 당해시설물의 내부 또는 그 부지 안에 대통령령으로 정한 설치기준에 따른 부설주차장을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제1항·제2항·제3항) 부설주차장의 설치의무를 부과하고 있고, 다만, 부설주차장이 대통령령이 정하는 규모이하인 때에는 시설물의 부지인근에 단독 또는 공동으로 부설주차장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하였다(제4항). 이와 함께 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인 법 제19조의4 제1항에 "부설주차장은 주차장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여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용도변경의 허용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다.
(3) 그런데, 청구인의 주장과 같이 인근에 부설주차장이 설치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존의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을 아무런 제한 없이 허용한다면 상업지역 등과 같은 토지의 효용도가 높은 곳에서는 주차장을 인근지역으로 이전하고 기존의 부설주차장을 다른 용도로 변경하여 사용하려 할 것이다. 따라서 이로 말미암아 부설주차장의 이용효율이 크게 떨어지게 되어 당해 지역의 과밀화로 주차난과 도시교통의 혼잡이 가중되어 공중의 편의를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할 우려가 크다 할 것이고, 인근 부설주차장이 폐쇄되는 등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할 것이다.
따라서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에 관한 이러한 제한은 그 내용에 있어서도 심히 불합리하거나 형평에 반하지 아니하는 합리적인 제한이라고 볼 것이고, 그 제한으로 인하여 건물소유자가 입는 불이익은 공공의 복리를 위하여 감수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의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부설주차장의 용도변경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대통령이 정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이를 허용토록 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건물소유권자의 재산권이나 직업선택의 자유에 대한 공공이익을 위한 부득이한 제한으로서 그 제한의 목적이 정당하고 수단 또한 필요·적정하다 할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한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우리 헌법재판소는 이 외에도 일관하여 비례원칙을 검토함에 있어 목적의 정당성요건을 인정하는데 매우 유연한 입장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88헌가13, 89헌가82, 96헌가5판결 역시 이러한 헌재의 태도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판례라 할 것입니다(이러한 헌재의 기본적인 태도와 조금 다르게, 예시한 95헌바59판결에서 반대의견은 피해최소성이 곧바로 과잉금지원칙의 본질이라는 입장을 제시한 것이 있기는 합니다). 따라서 탄핵사유로서의 선거법위반 사실을 다투는 데 있어 비례원칙의 합목적성을 언급한 것은 심판사유의 부당함을 다투는데 있어 설득력 있는 논거는 될 수 없습니다.
이를 구체화하기 위해 계속 이어진 글에서 헌법 84조의 입법취지와 관련하여 국가체제상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통령의 지위를 이야기하는 것 역시 부적절합니다. 정부형태(Regierungsform)는 자유민주적 헌정체제의 국가권력구조에서 권력분립원리가 적용되는 형태, 특히 정책수립, 정책수행기관인 입법부와 집행부 사이에서 권력분립원리가 구체적으로 적용되는 형태를 말하는데,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이 국가체제상의 대통령의 권한에 기인한다는 것은 국체와 정체를 혼동한 것이며, 보다 정확히는 정부형태와 정부형태를 논의하기 위핸 출발점이 되는 헌정체제와 혼동한 결과로서 이 역시 타당한 논거가 될 수 없습니다.
헌법 제65조와 관련한 답안 부분은 개인적으로 답안 전체를 통틀어 가장 나쁜 부분이라고 생각한 부분입니다. 헌법해석에 있어서 문언의 형식을 중시한 해석 = 법실증주의 학파의 해석이라고 하고 이것은 맹목적해석이라고 단정하고 있는데 용어선택, 학설에 대한 이해, 헌법해석론에 대한 학습이 모두 부족하다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헌법해석의 방법에 있어서 문제되는 것은 Fr. C. V. Savigny로 상징되는 전통적 해석방법과 이에 의한 4단계 해석론이 가지는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해석방법, 즉 헌법에 고유한 해석방법에 대한 이해입니다. 이것은 헌법관의 문제와는 논의평면 자체를 달리하는 것입니다. 답안의 문제의식을 살려서 글을 다시 적는다면 ‘맹목적 법해석’으로 문제되는 것은 사비니의 해석방법가운데 문법적 해석방법(Wolff, Bachoff, Engish 가 이러한 방법을 실제로 사용한 학자들입니다)에 의할 때이며, 법실증주의학파의 해석과는 전혀 무관합니다. 만일 이것에 대해 반박을 하고 싶어 공부하신다면 아마 Forsthoff라는 법실증주의 학자를 만나실 수 있을 것입니다(학부과정의 교과서에서는 만나시기 힘들 것입니다). 그러나 미안하게도 포르스트호프마저도 사비니의 법률해석방법을 오늘날 헌법해석방법으로 채택하고는 있지만, 이를 다시 문법적, 논리적, 역사적, 체계적 의미에서 4요소의 협동적 수행을 통해 해석이 이루어진다고 하여 맹목적 법해석이라고 판단될 여지는 없다고 보아도 좋을 정도입니다.
법실증주의 학파‘에 대한 평가인 ’법 역사상으로 한참 전에 사라진‘ 이라는 말은 사실과 전혀 다르다, 라는 말로 답할 수 있습니다. 이런 단정을 하게 된 데에는 이른바 권위 있는 수험서로 불리는 권영성 교수나 허영 교수의 헌법론이 잘못 씌어진 데에 1차적 책임이 있겠지만, 이를 의심해보지 않은 학습자의 잘못도 있을 것입니다.
헌법재판소가 판단을 내리는 데 있어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독일연방헌법재판소가 현재에도 법해석에 있어 문자화된 법률에 내재하는 의미해석에 있어 객관론을 따르고 있음을 원칙으로 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이전의 박일경 교수가, 그리고 현재에는 변종필, 최희수 같은 학자들에 의해 법실증주의학, 순수법학은 꾸준히 연구되고 있으며 지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법실증주의 →결단주의 →통합론] 하는 식의 역사발전론적인 관점에서 헌법관을 이해하고 있다면 이는 교과서 서술의 편의와 저자의 입장이 반영된 객관적이지 못한 내용을 습득한 데서 기인한 잘못된 이해임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법실증주의 학파의 성립배경이라든가 주요쟁점에 대한 견해 등은 학습자의 몫으로 두겠습니다. 다만 법치주의의 실질적 실현을 위해 법실증주의에 대한 이해는 필수적이므로, 이에 대한 이해를 빠뜨리면 안 될 것입니다. (放論이 되겠으나, Kelsen의 법실증주의가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은 이론자체의 부당함이나 모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법사상의 부활’이라는, 역사적 배경 때문에 간과하게 된 헌법의 연원을 포섭하지 못한 점에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법실증주의에 대한 기본권론에 대한 비판, 형식주의라는 점, 근본규범의 모호성에 대한 비판은 모두 지엽적이며 적당한 문제의식이 될 수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답안은 탄핵의 부당성을 법리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따로 설시되지는 않았으나 소추 후 철회가 가능한지 여부가 간단히 검토되면 좋았을 것입니다. 이에 대한 명문규정이 존재하지 않아 논란이 있을 수 있으나 탄핵심판청구의 취하는 이를 의결한 국회의 결정사항으로 보아 가능하다고 봄이 타당할 것입니다.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 탄핵심판사건에 대해 답안이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은 ‘위법행위가 없으며, 위법한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행위는 통치행위로서 심사대상자체가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헌재는 심판 대상을 가급적 넓게 인정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걸 염두에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탄핵사건이 워낙에 전무후무한 사건이어서 예가될 만한 판례를 제시할 수 없어 대신 권리구제형 헌법소원에서 기본권침해요건과 관련하여 헌재는 ‘헌재로 하여금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침해가 있다는 주장인 것으로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표시로 족하다’고 명시적으로 표시한 바 있습니다(91헌마190).
또 하나, 법리적 측면에서 법원은 모든 위법한 국가행위에 대해 심리, 판단할 권한이 헌법상 주어져 있습니다(헌법 107조 1항, 법원조직법 2조 1항). 마찬가지로 헌법재판소는 모든 위헌적인 국가행위를 심판할 권한이 또한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이글을 쓰기 전에, 그리고 쓰기 위해 준비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누구든 자신이 정성껏 쓴 글에 비판을 받는다면 기분 좋을 리는 없을 테니까요. 게다가 내가 누구의 글을 나의 공부에 의지해 판단할 만한 능력이나 자격이 있는가를 생각하면 더욱 명분이 없는 일을 하는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떨치기 힘들었습니다. 그러다 아래의 글을 어느 학자의 책 머리말에서 읽게 되었습니다. 조금 우스운 말이지만, 제 생전에 본문도 아닌 책 머리말에 그렇게 감동을 받아보기는 처음이었습니다. 판단의 대상이 된 글을 쓴 리디형제나, 또 제 스스로에게, 그리고 이 글을 읽으실 다른 분께도 이해를 얻을 수 있을 글이라 생각하여 맺는 글 대신으로 이 머리글을 옮겨 적습니다.
학문은 체계이자 논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논증절차없이 한 두 사람의 대가를 인용하여 그것이 마치 모든 것인 양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류(亞流)이며, 또 다른 형태의 권위주의일 뿐이다. 학문에는 권위란 존재하지 않는다. 설사 권위란 것이 존재한다 하더라도 그것은 합리적인 논거를 통한 설득을 다른 말로 부르는 것일 것이다.
참고서지 :
행정법 사례연습, 류지태 2000
헌법재판실무제요, 헌법재판소 1999
헌법재판강의, 정종섭 2002
순수법학(Reine Rechtslehre), Hans Kelsen 1934
한국헌법론, 허영 2000
헌법의 해석, 계희열 1993
헌법학(상), 계희열 1995
헌법학, 홍성방,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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