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섬 바닷가 - 방황하는 이성인(異星人)'

【mor】이성인의 지구에서의 삶은
뜻밖에 여간 팍팍한 게 아니어서

물이나 음식은 물론
공기도 몸에 좀처럼 어울리려 들지를 않는다

돌아갈 우주선만 부서지지 않았어도
몇 년 째인지 모를 이 고생은 안할 수 있었을텐데

낮에는 햇빛에 밤에는 달빛에 늘상 시달리는 통에
하루종일 비라도 내리는 날이면 얼마나 고맙던지!

옥탑방 지붕 위에 얹어놓은 조난신호기가
하루빨리 소식을 전해 이 별을 벗어날 수 있으면 좋으련만

덜그럭거리는 이 미덥지 못한 기계를 오늘도 만지작 거리다
까닭없는 연민에 고이는 눈물 몇 방울이

맑은 하늘에 흔적 없는 빗물 대신
세상을 향해 난 조그만 유리창을 뿌옇게 흐리운다

※ 글의 제목은 리하르트 바그너의 악극 '방황하는 네덜란드인(Der Fliegende Holländer)'을 다듬어 만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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