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시작은 페터가 장난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페터는 빵집 주인 브루너 씨 댁 큰 잿빛 수고양이로, 그 가게는 ‘염소 광장’ 옆에 있습니다.
윌리는 전부터 페터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윌리는 나와 같은 반 아이로 우리집과 마찬가지로 염소 광장 옆에 살고 있습니다.
나는 늘 윌리에게 말했습니다.
“페터를 좀 가만히 내버려 둬.”
왜냐하면 수고양이는 밤새도록 지붕 위를 돌아다니며 법석을 떤 뒤에는 방해받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윌리는 나를 좋아하지 않았으므로 더욱 페터를 못살게 굴었습니다.
윌리는 굉장히 심술 사나운 아이였습니다. 모든 아이들은 윌리를 두려워했습니다.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지난날 윌리는 ‘해적단’의 한 무리였습니다. 정말 해적단은 어처구니없는 무리였습니다. 그들은 닥치는 대로 짓궂은 장난질을 했습니다. 틴페틸 거리가 그들의 거친 장난 때문에 시끄럽지 않은 날은 하루도 없었습니다. 해적단에는 여자 아이들도 많이 끼어 있었습니다. 어른들은 모일 때마다 요즘 아이들은 너무 뻔뻔스러워 손 댈 수도 없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어른들은 해적단이 있는 것을 모르고 아이들은 모두 말썽꾸러기로 여겼습니다.
그러나 나와 내 친구들은 해적단에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해 본 적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들의 ‘영웅적 행동’이니 뭐니 하는 것을 어처구니없는 짓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리는 천진난만한 천사는 아니었지만 그들만큼 어리석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해적단 무리가 더 많았습니다.
해적 무리는 날이 갈수록 불어났습니다. 많은 남자 아이들과 많은 여자 아이들이 해적단에 들어가려고 애썼습니다. 누구나 터무니없는 시험을 치르고 그 시험에 합격해야만 했습니다.
나는 카를 벤츠로부터 그 시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시험은 카를 벤츠를 캄캄한 밤중에 무덤에 가둬 두는 것이었습니다. 카를 벤츠가 무서워 그런 것은 싫다고 하자 그들은 카를을 때려주고 쫓아 버렸습니다. 그래서 카를 벤츠는 우리 무리가 되려고 찾아왔던 것입니다. 우리란 나와 내 친구 토마스 웡크를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몹시 조심했습니다. 해적단이 우리를 골탕 먹일까 봐 걱정되었기 때문입니다.
해적단 두목은 오스칼 슈테터너라는 14살 된 남자 아이였습니다. 오스칼은 나보다 머리 하나쯤 더 크고 굉장히 힘센 아이였습니다. 마치 어른 같았습니다. 무척 뚱뚱한 오스칼의 아버지는 ‘교회 거리’에 이는 푸줏간 주인이었습니다.
우리는 해적단 두목을 ‘피에 물든 오스칼’이라고 불렀는데, 그 까닭은 오스칼의 아버지가 짐승을 잡을 때 오스칼이 거들어 주기 때문이었습니다. 이따금 오스칼이 못된 장난을 하면 오스칼의 아버지는 몽둥이로 흠씬 두들겨 팼습니다. 우리는 그런 매질이 딱 질색이었습니다. 아무튼 슈테터너 씨의 주먹은 권투 장갑만큼이나 컸습니다. 그러나 오스칼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했습니다. 그 녀석의 살갗 밑에는 매트리스라도 깔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해적단 두목이었을 무렵 오스칼은 늘 자기 아버지에게 얻어맞았습니다. 그러면 하루 이틀 동안은 거리가 조용해지지만, 곧 또 전처럼 시끄러워지곤 했습니다.
마침내 슈테터너 씨는 교육 시키는 것을 포기해 버렸습니다. 이리하여 오스칼은 이겼고 해적들은 더 뻔뻔스러워졌습니다.
언제인가 어느 장날, 해적들은 염소 광장에 있는 소화전을 몰래 틀어 놓았습니다. 곧 굉장한 홍수가 났습니다. 채소 장수 아주머니들은 채소를 모두 물에 떠내려 보내고 말았고, 바구니에 들어 있던 닭 셈 마리와 토끼 네 마리도 물에 빠져 죽었습니다.
마침 그 때 읍사무소 지하실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점심 먹으려고 의자에 앉아 있다가 느닷없이 폭포수 같은 물이 층계에서 쏟아지는 바람에 야단법석을 떨었습니다.
다행히도 나는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아버지 심부름으로 소포를 찾으러 역에 가 있었는데 토마스 웡크가 자세히 이야기 해주어 알았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염소 광장 맞은편에서 책과 문방구 가게를 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해적들은 붙들리지 않았습니다. 꾀가 많고 재빠르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집 유리창이 깨지거나 거리의 가스등이 모두 꺼져 버려도, 그것이 어느 아이의 짓인지 어른들은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학교에서는 베제 교장 선생님이 우리 모두를 강당에 모이게 했습니다. 여자 아이들까지 나오도록 했습니다. 교장 선생님은 우리들을 호되게 꾸짖었습니다.
“만일 이 못된 장난질을 한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털어놓지 않으면 모두들에게 날마다 한 시간씩 벌을 주겠다. 알겠느냐!”
베제 교장 선생님은 농담하는 것을 무척 좋아하여 우리를 꾸짖을 때에도 늘 농담 섞인 투로 말했습니다. 또 베제 교장 선생님은 몸집이 아주 작아 중간 학년 아이가 선생님보다 훨씬 클 정도였습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이 이야기할 때마다 웃음을 참느라고 퍽 애썼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우스운 것은 교장 선생님의 얼굴을 온통 뒤덮은 긴 수염입니다. 마치 ‘백설공주’에 나오는 난쟁이처럼 보였습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을 ‘펜닦이’라고 불렀습니다. 그 수염이 펜을 닦는 데 아주 편리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펜닦이 선생님은 화가 나면 발돋움을 하는데, 그 때문에 자주 비틀거렸습니다. 우리는 교장 선생님이 화를 내도 조금도 무섭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교장 선생님의 수염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염소 광장에서 벌어진 일 때문에 펜닦이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오랫동안 연설을 했습니다. 그것이 그 큰 홍수보다도 더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연설을 한다고 해서 무슨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두들 해적단의 짓임을 알고 있었지만 아무도 일러바칠 생각을 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우리 손으로 이 녀석을 해치우지 않으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가 난처한 일을 당하게 될 거야.”
내가 대답했습니다.
“하지만 오스칼과 맞붙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토마스는 침착하게 말했습니다.
“곧 그 녀석을 해치우고 말겠어.”
토마스는 무슨 일이든 겁내지 않는 아이입니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는 아이들 가운데 가장 멋진 아이로, 나이는 나와 같은 13살이지만 키가 아주 크고 늘씬합니다. 그리고 겉보기에는 그렇지 않지만 토마스는 무척 힘이 셉니다. 게다가 여러 가지 운동을 하는데, 레슬링과 권투 시합에서 자기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을 이긴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불량소년은 아닙니다. 싸움을 될 수 있는 대로 피하지만 한 번 공격을 당하며 걷잡을 수 없이 맞붙어 싸웁니다.
언제가 나는 토마스가 농장의 하인과 싸우는 것을 봉 일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술이 거나하게 취해 자기 말을 심하게 매질하고 있었습니다. 토마스는 하인의 손에서 채찍을 뺏어 그 채찍으로 사나이의 옆얼굴을 후려쳤습니다. 정말 굉장한 싸움이었습니다.
물론 나는 도와주려 했지만 손쓸 틈조차 없었습니다. 토마스는 먹에 데 덤벼드는 표범처럼 상대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둘은 땅바닥에 뒹굴었으나 곧 토마스가 머슴 위에 올라타고 마치 모래주머니를 때리듯 하인을 두들겨 팼습니다.
토마스는 언제나 친절하고 마음이 착합니다. 농담도 잘하고 아주 성실한 아이입니다. 토마스의 아버지는 구둣방 주인입니다. 토마스는 시간이 있을 때는 열심히 아버지 일을 거들어 줍니다. 토마스네 집은 ‘층계 거리’라고 부르는 작은 동네에 있습니다. 염소 광장에서 걸어서 5분쯤 걸리는 곳입니다.
그날 나는 토마스네 집까지 함께 걸어갔습니다. 우리는 해적단 문제, 그들의 뻔뻔스러운 행동에 대해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틴페틸에 큰 사건이 일어나 우리가 해적단과 결판 짓게 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 때가지 나는 오스칼 무리들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으므로 나는 그 무리들을 피했으며 해적 문제에 마음 쓸 겨를도 없었던 것입니다. 콜레루스 하임의 고등학교에 들어가려면 학교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야 했습니다.
나는 기술자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 가운데에서도 발명가가 되고 싶었습니다. 아버지는 늘 내게 발명과 발견에 대한 책을 사 주셨습니다. 나는 기술에 대한 책을 많이 가지고 있었으며 그것이 내 자랑거리였습니다. 지금 나는 그 책을 거의 외고 있는데 어느 책이나 열 번쯤은 읽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안경을 끼고 있으므로 친구들은 나를 ‘교수’라고 부릅니다. 해적들은 나를 ‘공부벌레’라고 합니다. 나는 역사와 지리는 좀 게을리 하지만 대수와 기하는 일등입니다. 나는 그런 과목이 재미있습니다.
내 기술에 대한 소질은 틀림없이 에드가 아저씨로부터 물려받았을 겁니다. 에드가 아저씨는 전기 분사기 발명가로, 미국에서 이름난 사람입니다. 나도 역시 발명을 하여 이름을 떨칠 생각입니다. 인류는 언제나 새롭고 보다 좋은 기계를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세상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한 기술에 대한 발명을 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나는 윌리 하크에게 내 장래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러나 윌리는 닭보다도 더 바보였습니다. 빨간 닭벼슬 같은 머리에 주근깨투성이인 윌리는 말했습니다.
“그래, 달을 꽝 쏠 수 있는 대포를 발명해 봐!”
내가 물었습니다.
“왜 달을 쏘니?”
그러자 윌리가 대답했습니다.
“달을 쏘아서 구멍이 뚫리면 멋질 거야. 그 구멍을 통해 무엇이 보일지도 모르지.”
“달에 있는 구멍은 결코 보이지 않아. 망원경으로 들여다봐도 보일 리 없어.”
“그렇다면 그 구멍을 볼 수 있는 망원경을 발명해.”
어처구니없는 말을 듣고 내가 웃음을 터뜨리자 윌리는 화가 나서 소리쳤습니다.
“책이 많다고 자랑하는 거니?”
그리고 뛰어가 버렸습니다. 그 뒤부터 윌리는 나를 나쁘게 생각했습니다. 페터를 노린 것도 이 때문입니다. 윌리는 내가 그 고양이를 좋아하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페터는 우리 옆집에 살므로 자주 내게 왔습니다. 페터만 가만히 내버려 두었으면 아무 일도 없었을 텐데. 고양이 꼬리에 무언가를 매단 바람에 우리들에게 커다란 사건이 일어난 것입니다.
나는 사건을 차례차례 자세하게 이야기할 생각입니다. 어른들은 모두 시내에 나갔으며, 나는 우리들이 겪은 일을 진짜와 조금도 다름없이 쓰고 있습니다. 물론 나는 아버지의 타이프라이터로 글을 치고 있습니다. 연필이나 펜 같은 예스러운 공업 제품은 쓰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은 소리가 조용한 전기 타이프라이터가 좋지만 그것은 값이 너무 비싸서 아버지가 사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다가 막히면 나는 염소 광장을 바라봅니다. 그 광장은 참으로 많은 사건이 일어난 무대며 또한 유서 깊은 곳입니다. 거기에는 아주 오래된 건물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몇 개는 중세부터 있었습니다. 특히 오래 된 건물은 성 마태 교회와 읍사무소, 그리고 성 마태 샘과 ‘속죄의 막달레나’ 약국입니다. 그 사건도 이 염소 광장에서 일어났습니다. 그 때 마침 나는 다락방 창가에 있었으므로 처음부터 끝까지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수고양이 페터가 빵집 앞 의자에 누워 따뜻한 햇빛을 쬐며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페터는 틀림없이 귀엽고 흰 암고양이의 꿈을 꾸고 있었을 겁니다. 이웃집 지붕 위에 페터가 그 고양이와 함께 있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아니면 페터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있는 것으로 보아 바보 같은 쥐가 입속으로 뛰어 들어온 꿈을 꾸고 있었는지도 모르지요.
페터가 잠들어 있는 동안 윌리가 살금살금 다가가 페터의 꼬리에 자명종 시계를 매달았습니다. 윌리가 한 일은 정말 감쪽같았습니다. 인디언이라 하더라도 잠든 짐승에게 그만큼 감쪽같이 다가갈 수는 없었을 겁니다.
염소 광장에는 오가는 사람이 없었으므로 윌리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일을 꾸밀 수 있었습니다. 나도 방해하지 않았습니다. 꼬리에 자명종 시계를 단 페터가 과연 어떻게 할 것인지 몹시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윌리가 미리 태엽을 감아 둔 것 같았습니다. 갑자기 시계가 페터의 귀가에서 따르릉거렸습니다. 마치 소방차가 온 것처럼 시끄러웠습니다. 페터는 껑충 뛰어오르더니 빙그르르 돌고 나서 쏜살같이 염소 광장으로 달려갔습니다. 꼬리에 매달린 자명종 시계도 악마처럼 그 뒤를 따라갔습니다.
때마침 우편배달부 크뤼거 씨가 자전거를 타고 교회 거리 모퉁이를 돌아서려 하고 있었습니다. 무서워 정신이 나간 페터는 크뤼거 씨의 머리로 뛰어올랐습니다. 크뤼거 씨는 가로등 기둥에 부딪쳐 넘어졌습니다. 우편가방이 홱 열려 편지와 소포가 도랑에 빠져 버렸습니다.
그 사이 페터는 꼬리에 시계를 매단 채 약국 쪽으로 달려갔습니다. 약국 앞에서는 약국 일을 도와주는 쾨니히가 스펀지와 끌이 든 양동이를 들고 사다리에 올라서서 큰 유리창을 닦고 있었습니다.
페터는 사다리를 달려 올라가 도움을 청하려고 쾨니히의 등에 매달리다가 시계가 쾨니히 엉덩이에 부딪쳤습니다. 쾨니히는 깜짝 놀라 몸의 중심을 잃고 사다리와 페터와 양동이와 함께 큰 소리를 내며 길바닥으로 골러 떨어졌습니다.
재수 없게도 마침린네 아주머니가 그 곳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린네 아주머니는 머리에서 발끝까지 물을 뒤집어쓰고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렇게 되자 페터는 완전히 머리가 돌아 버려 총알처럼 약국 안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모든 것이 산산조각 나듯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약사 드롭스 씨가 흰 옷을 휘날리며 달려 나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외쳐 됐습니다.
“ 저 고양이 때문에 엉망진창이 됐어! 저 녀석을 잡아라!”
드롭스 씨가 화재경보기로 달려가 유리를 깨뜨리는 것을 나는 보았습니다. 그제야 나는 얼른 층계를 뛰어내려 염소 광장으로 달려갔습니다. 페터가 틴페틸 전체를 부수지 않도록 약국 안에서 붙잡아야겠다고 생각했던 겁니다. 그러나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페터는 밖으로 달려 나가 머리를 쑥 내밀어 읍사무소 유리창을 깨뜨리고 읍장님 사무실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드롭스 씨의 비명을 듣고 사람들이 집에서 뛰어나왔습니다. 광장은 곧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좁은 골목에서도 사람들이 잇따라 뛰어나왔습니다. 사람들은 드롭스 씨 옆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드롭스 씨는 여전히 흥분한 채 줄곧 소리를 질러 대고 있었습니다.
“저 녀석 때문에 엉망진창이 됐어!”
사람들이 큰 소리로 물었습니다.
“어떤 녀석 말인가?”
그 때 우편배달부 크뤼거 씨가 망가진 자전거를 끌고 절름절름 걸어오며 흙투성이가 된 편지를 쥔 손을 흔들면서 소리 질렀습니다.
“저 지긋지긋한 수고양이 때문이야!”
린네 아주머니도 정신을 차리고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물을 뒤집어 썼어요!”
쾨니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자기 손발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잘 알지 못했습니다. 그 때 누군가가 소리 질렀습니다.
“불이야!”
약국 문에서 짙은 연기가 자욱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습니다. 페터가 어떤 약품을 깨뜨려 폭발한 듯했습니다. 마침 운 좋게 소방차가 쏜살같이 달려와 불을 껐습니다.
마침내 사람들은 흥분하여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윌리의 모습은 아무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 녀석은 이미 숨어 버리고 말았던 겁니다.
읍사무소 앞 층계에 갑자기 크루크 읍장님이 나타났습니다. 그 얼굴은 칠면조처럼 시뻘겋고 이마에는 파란 힘줄이 돋아났으며 흰ㅅ 염은 제멋대로 바람에 날리고 있었습니다. 읍장님은 오른팔로 페터를 힘껏 껴안고 왼손에는 자명종 시계를 들고 있었습니다. 페터는 지친 듯했지만 꼬리에 매달려 있던 못된 물건이 엎어져 버려 아주 흐뭇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고양이는 누구 것이오?”
크루크 읍장님의 목소리가 우레처럼 광장에 울려 퍼졌습니다. 모두 깜짝 놀라 읍장님 쪽을 보았습니다. 빵집 주인 브루너 씨가 손을 들면서 소리쳤습니다.
“우리집 고양이입니다, 읍장님!”
크루크 씨가 물었습니다.
“브루너 씨 당신이 이 고양이 꼬리에 자명종 시계를 매달았소?”
브루너 씨는 화내며 대답했습니다.
“천만에요!”
그 때 리네 아주머니가 날카로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틀림없이 또 아이들이 한 짓이에요!”
광장은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아이들은 걱정스럽게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크루크 읍장님은 화가 나서 페터와 자명종 시계를 층계에 내던져 버렸습니다. 읍장님은 염소 광장이 떠나갈 듯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이 녀석이 내 얼굴로 뛰어들었단 말이오!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습니다! 아이들과 결판내야 합니다. 호되게 혼내 주어야 합니다!”
“좋습니다! 좋습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소리친 다음 겁주듯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조금씩 뒷걸음질치더니 이윽고 사방으로 달아나 버렸습니다.
<계속>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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