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층계 거리로 뛰어가 토마스네 구둣방으로 달려들어 갔습니다. 날은 이미 어두워지고 있었습니다. 토마스는 열린 가게 문 옆 의자에 앉아 장화에 나무못을 치고 있었습니다. 토마스의 아버지 웡크 씨와 어머니는 집에 없었습니다. 아마 염소 광장에서 흥분하고 있을 테지요.
나는 소리쳤습니다.
“토마스! 마침내 큰 일이 벌어지고 말았어! 어른들은 우리를 혼내 줄 건가 봐!”
토마스는 쇠망치를 내려놓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교수, 너 갑자기 이상해졌구나.”
“아니야! 그렇지 않아. 어른들은 우리를 혼내 주겠다고 마음먹었단 말야.”
너무 빨리 뛰어 왔기 때문에 나는 숨이 찼습니다. 나는 토마스에게 염소 광장에서 일어난 일을 모두 이야기 했습니다.
토마스는 벌떡 일어나 가죽 앞치마를 벗으며 말했습니다.
“자,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지! 가자!”
토마스는 가게에서 달려 나갔습니다. 나도 달려 나갔습니다.
“토마스, 어디로 가는 거야?”
토마스는 조금 천천히 달리며 대답했습니다.
“해적에게로 가는 거야.”
그것은 정말 놀라운 말이었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되물었습니다.
“해적에게로?”
토마스가 내 옆에서 천천히 달리며 말했습니다.
“녀석들이 무슨 일을 계획하고 있는지 알아내야 해. 우리가 그 녀석들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을지도 몰라. 아이들은 거의 모두 오스칼이 무서워 어쩔 수 없이 한 무리가 되어 있을 뿐이야.”
나는 코까지 내려온 안경을 치켜올리며 말했습니다.
“녀석들에게 호되게 얻어맞을 거야.”
토마스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뭐 그렇듯 걱정하지 않아도 돼, 교수.”
“적어도 몽둥이쯤은 가져가는 게 좋을 거야. 피에 물든 오스칼은 우리를 가만히 두지 않을 테니까.”
숨이 차서 헐떡이는 내게 토마스가 의젓하게 말했습니다.
“그 녀석이 우리를 잡아먹기야 하겠니.”
나는 토마스의 계획이 어이없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해적들이 한 짓은 그 녀석들이 해결하도록 하면 됩니다. 그런데 토마스는 늘 이랬습니다. 토마스는 자기와 아무 관계없는 일이라도 무엇이든지 해결해 주려 하는 것입니다.
‘평화 거리’로 구부러들려 했을 때 하마터면 우리는 저쪽에서 달려오는 하인츠 힘멜과 부딪칠 뻔했습니다. 우리 셋은 걸음을 멈추고 얼른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안녕, 교수!”
“안녕.”
“안녕, 꼬마!”
하인츠 힘멜은 우리의 중요한 친구입니다. 12살인 그는 꼽추여서 몹시 작고 가냘프게 보입니다. 또 등이 굽어 늘 아이들한테 놀림 받곤 합니다. 그런데도 하인츠는 아주 마음 착ㅎㄴ 아이입니다.
토마스는 늘 하인츠를 감싸 주었습니다. 그래서 하인츠는 진심으로 토마스를 좋아하고 있었습니다.
하인츠가 외쳤습니다.
“너희들도 들었니? 어른들이 우리를 혼내 주려고 한다는 것 말이야.”
토마스가 물었습니다.
“자세한 것을 알고 있니?”
“몰라. 내가 아는 것은 어른들이 아직도 염소 광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다는 일뿐이야! 크루크 씨가 마구 소리를 지르고 있어. 물론 펜닦이 선생님도 큰소리로 떠들고 있어. 나머지 어른들은 모두 읍사무소로 들어갔어. 아마 엄청난 일을 꾸미려나 봐.”
내가 물었다.
“무엇을 하려는 걸까?”
하인츠는 대답했습니다.
“나는 너무 멀리 있어서 한 마디디도 들을 수가 없었어. 우리집 앞 밤나무에 올라가 있었거든. 그리고 너희들에게 알리러 뛰어온 거야.”
“고마워.”
토마스가 하인츠의 어깨를 두드렸습니다. 하인츠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빛났습니다. 하인츠는 토마스로부터 칭찬 들으면 언제나 기분 좋아했습니다.
하인츠가 물었습니다.
“너희들 어떻게 할 생각이니?”
나는 좀 뽐내듯 말했습니다.
“토마스가 해적들의 기를 좀 꺾어 놓겠대.”
하인츠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습니다. 그는 우리와 함께 가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는 하인츠를 말렸습니다.
“꼬마, 너는 집에 있어! 알겠지? 교수와 나도 어떻게 될지 몰라.”
나는 겁이 많지는 않았지만 토마스의 말을 들으니 좀 떨렸습니다.
하인츠가 실망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럼, 나는 집에서 너희들의 행운을 빌고 있을게.”
토마스와 나는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하인츠는 뒤에서 걱정스럽게 우리를 바라보고 있더니 소리쳤습니다.
“목뼈가 부러지지 않도록 조심해!”
우리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작은 들판을 지나 ‘물레방아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해적들이 모이는 장소가 거기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곧잘 지금은 비어 있는 실내 승마장에 모이곤 했습니다.
‘승마 학교’로 불리는 이 승마장은 이미 오래 전부터 쓰이지 않았습니다. 말을 매우 좋아하는 큰 부자가 이 승마장을 세웠다고 합니다. 부자는 언제나 무엇인가를 잘 세웁니다. 교회나 박물관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런 일이라도 하지 않으면 많은 돈을 어떻게 써야 될지 모르나 봅니다. 그것보다는 발명을 하거나 가난한 발명가를 도와주면 더 좋을 텐데요.
이 승마장은 아무 쓸모없는 곳입니다. ㅣ승마용 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틴페틸에 아무도 없으니까요. 사람들은 승마장을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물론 아이들은 승마 학교가 있는 것을 무척 좋아했습니다. 여기에는 또 진짜 모래로 만든 경마장이 있습니다. 그것은 서커스 장보다 훨씬 큽니다. 모래사장 양쪽에는 의자가 죽 늘어 놓이고 그 앞에는 울타리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모래사장에서 기사 놀이를 하거나 투우를 합니다. 곧잘 서커스의 어릿광대 흉내를 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해적단이 생겨 점점 힘을 뻗치게 되자 뻔뻔스럽게도 승마 학교를 자기들 목적을 위해서만 쓰기로 결정하고, 해적 무리들만 들어가게 했습니다. 무슨 위험이 닥치면 해적들은 여기에 숨어들었습니다. 정말 좋은 피신처였습니다.
토마스는 승마 학교의 낮은 담을 뛰어넘었습니다. 나도 뒤따랐습니다.
그 담은 거칠거칠한 벽돌로 되어 있습니다. 거기에는 높고 좁은 창문이 몇 개 나 있는데 유리창은 거의 깨져 버렸습니다. 지붕도 거의 내려앉았습니다. 왠지 무서운 느낌이 드는 건물입니다.
해적들은 밤에 여기에 모이는데, 창문 저쪽에서 희미한 촛불이 흔들릴 때는 정말 기분이 나빴습니다.
토마스는 옆에 조그만 문이 있음을 알고 있었습니다. 우리는 거기로 몰래 숨어들었습니다. 어쩐 일인지 해적들은 감시자를 세워 두지 않았습니다. 틀림없이 너무 흥분하여 잊어버리고 말았나 봅니다.
넓은 경마장 안에서 웅성거림이 들려 왔습니다. 나는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습니다. 돌아가 버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이를 꽉 물고 참았습니다. 토마스는 소리 없이 문을 닫았습니다. 우리는 꼼짝도 않고 담 옆에 서 있었습니다.
긴 의자에는 10살에서 13살까지의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가득 차 있었습니다. 모두 웅성거리며 제멋대로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울타리에 앉은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모래사장에는 여러 군데 풀숲이 있었으며, 그 모래사장 한가운데에 상자 한 개와 나무 의자가 놓여 있었습니다. 그 상자 위에는 빈 맥주병 세 개가 세워지고 거기에 촛불 세 개가 꽂혀 있었습니다.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조명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해적이었다면 무엇보다도 먼저 조명 장치에 대해 생각했을 것입니다.
나무 의자에는 우두머리 오스칼이 부관 윌리 하크, 그리고 읍장님 아들인 한네스 크루크와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세 아이 모두 신문지로 만든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오스칼 앞 상자에는 큰 도끼가 얹혀 있었습니다. 자기 아버지 가게에서 가져온 게 틀림없습니다.
토마스가 내 팔을 잡고 조용히 속삭였습니다.
“너 결코 이 자리에서 움직이면 안 돼! 무슨 일이 있어도 꼼짝하지 마.”
나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는 몹시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높은 담 여기저기에 큰 그림자가 어른어른 거리는 것이 기분 나빴습니다.
갑자기 오스칼이 벌떡 일어나 도끼로 나무 상자를 세 번 두들겼습니다. 양초를 꽂아 둔 맥주병이 튀어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모두 입을 다물었습니다. 오스칼은 거드름을 피우며 소리쳤습니다.
“여러분, 어른들은 마침내 앙갚음을 시작했다!”
그것은 술 취한 어른같이 굵고 탁한 목소리였습니다.
“그들은 염소 광장에서 머리를 맞대고, 어떻게 하면 우리 모두를 혼내 줄 수 있을까 의논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무섭지 않다! 우리는 집에 돌아가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그들은 다시 조용해질 것이다!”
우두머리의 말이 끝나자 윌리가 소리쳤습니다.
“옳소! 어느 집 수고양이가 갑자기 머리가 돌았다 해서 왜 우리가 책임져야 하지!”
나는 화가 끓어오르기 시작 했습니다. 자기 때문에 모두들 지금 어려움 당하고 있는데 그렇듯 뻔뻔스러운 말을 하다니 말입니다.
남자 아이 하나가 일어나 학교에서 하는 것처럼 손을 들었습니다.
“그, 그, 그..... 그렇지만 우, 우...... 우리는 자....... 저러 가지 않으면......”
빵집 아들 프리츠 브루너였습니다. 프리츠는 몹시 흥분하면 말을 좀 더듬었습니다.
오스칼이 비웃듯 소리쳤습니다.
“이 못난 겁쟁이야! 혁대나 단단히 묶어 둬!”
남자 아이와 여자 아이 몇이 킬킬 웃었습니다. 일부러 꾸민 것 같은 웃음이었습니다.
오스칼이 또 도끼로 상자를 두들겼습니다.
“틀림없이 어른들은 우리 모두를 집 안에 가둬 두려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붙잡히지 않았다. 우리는 오늘 밤 여기서 잔다. 그런, 어른들은 기다리다가 지쳐 버리고 말겠지. 그렇게 되면 성공이다! ㄴ뭔가 말할 사람이 있나?”
조그만 여자 아이가 일어섰습니다. 지방 재판소 판사의 딸 로테 드레네였습니다. 로테는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우리 엄마가 걱정하실 거야.”
로테는 얼굴이 새빨개지며 눈을 내리떴습니다. 그리고 곧 다시 앉았습니다.
이상하게도 여자 아이들은 금방 얼굴이 새빨개집니다. 다른 사람 앞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우리는 늘 그것을 놀려 대곤 했습니다.
“너희 어머니는 너를 때릴 수 없기 때문에 성만 내고 있을 뿐이야. 그러나 집으로 달아나도 좋아! 배신자를 어떻게 하는지는 잘 알고 있겠지?”
한네스 크루크가 듣기 싫은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배신자는 공포재판에 세워야 한다!”
그 때 갑자기 토마스가 내 옆에서 뛰어나갔습니다. 토마스는 울타리를 뛰어넘어 성큼성큼 걸어서 링에 올라간 권투 선수처럼 몸을 홱 돌리더니 두 손을 쳐들었습니다.(“로한의 기마대여, 어디로 가시오?”라고 했을 것만 같은 느낌이....-_-;;; - 리디 주)
토마스는 목청을 돋구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속으면 안 돼, 이 바보들아!”
그 목소리는 승마장 가득히 울려 퍼졌습니다.
아이들은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오스칼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이 서 있었습니다. 너무나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토마스가 마치 도깨비처럼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토마스는 계속 외쳤습니다.
“너희들 지금 곧 집으로 돌아가! 오스칼의 말은 들을 필요가 없어. 오스칼이라면 내게 얻어맞아도 아무렇지 않을 테지. 부끄럽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으니까. 그러나 너희들은 아우성치거나 부들부들 떨게 될 거야! 이제 이런 해적 놀이는 그만둬!”
토마스의 연설은 큰 효과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습니다.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아이까지 있었습니다.
“ 이 자식!”
그 때 오스칼이 소리 지르며 토마스에게 덤벼들었습니다. 그 보다도 빨리 토마스가 번개처럼 달려 나가 오스칼의 얼굴 한가운데를 힘껏 때렸습니다.
“악!”
오스칼이 비명을 지르며 펄쩍 뛰었습니다. 마스크가 흘러내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토마스가 다시 외쳤습니다.
“너희들 집으로 돌아가!”
오스칼이 마스크를 찢으려고 애쓰며 소리쳤습니다.
“한네스! 윌리! 저 녀석을 잡아!”
그러나 두 아이는 상자 뒤에서 얼른 나오지 않았습니다. 토마스는 위협하듯 두 아이를 내려다보았습니다.
“내게 덤벼들 생각이라면 얼굴에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고 와.”
윌리와 한네스는 결심하지 못하고 우두커니 서 있었습니다.
오스칼은 가까스로 마스크를 벗었습니다. 얻어맞은 곳이 아직도 얼얼한지 문지르며 무서운 목소리로 토마스에게 물었습니다.
“어디로 들어왔지?”
토마스는 오스칼을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했습니다.
“목수가 뚫어 놓은 구멍으로 들어왔다.”
의자에 앉아 있는 아이들이 웃음소리를 냈습니다. 오스칼은 성이 나서 소리 질렀습니다.
“오래 전부터 너를 해치우려고 했다. 그런데 이제 제 발로 쥐구멍으로 기어 들어왔으니 참 잘 됐구나!”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해적 우두머리님, 귀여운 이를 그렇듯 딱딱 마주칠 것까지는 없을 듯싶은데요.”
아이들이 또 웃었습니다.
“기다리고 있어, 이 자식아!”
오스칼은 으르렁거리며 다가왔습니다. 그는 머리를 숙이고 황소처럼 토마스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토마스가 재빨리 뒤로 물러서자 오스칼은 앞으로 넘어져 코를 모래에 처박았습니다. 오스칼은 다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토마스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토마스도 덤벼드는 오스칼을 공격했습니다. 오스칼의 코에서 코피가 흘러내렸습니다. 그는 더욱 흥분하여 어떻게든 토마스를 쓰러뜨리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토마스가 너무 재빨라 마음대로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해적들도 몹시 흥분했습니다. 부모님들이 어떻게 하고 있을까 하는 걱정도 어디론가 달아나 버린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소리쳤습니다.
“오스칼, 해치워 버려라!”
그들은 오스칼이 이길지 어떨지 애태우고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겁이 나서 비명을 질렀습니다.
“어머나, 무서워! 제발 그만둬!”
나는 문 옆에 서서 토마스가 일러 준 대로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토마스가 당할까 봐 무척 걱정스러웠습니다. 오스칼은 토마스보다 힘이 셌지만 토마스는 머리가 좋습니다. 또한 사자처럼 재빨랐습니다.
토마스와 오스칼은 모래 위에서 엎치락뒤치락했습니다. 한 번은 오스칼이 위에 올라타고 또 한 번은 토마스가 위에 올라탔습니다. 그러다가 둘은 다시 일어서서 맞붙었습니다. 커다란 두 개의 그림자가 이러 저리 심하게 흔들렸습니다. 남자 아이들 여럿이 소리쳤습니다.
“오스칼! 오스칼! 발을 걸어!”
비겁한 방법이었습니다.
갑자기 토마스가 오스칼을 내리 눌렀습니다. 오스칼은 어떻게 할 도리가 없어 발을 버둥거렸습니다. 그러자 한네스와 윌리가 갑자기 토마스 뒤로 몰래 다가갔습니다. 나는 날카롭게 소리쳤습니다.
“조심해, 토마스!”
토마스는 번개처럼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그리고 두 아이가 다가오는 것을 보자 상자를 힘껏 차 버렸습니다.
상자가 뒤집히며 초가 날아가 모래 위에 떨어졌습니다. 둘레는 눈 깜짝할 사이에 캄캄해졌습니다.
“아이쿠, 배야!”
어둠 속에서 윌리의 비명만이 들려 왔습니다. 누군가가 윌리의 배를ㄹ 밟았나 봅니다. 통쾌했습니다.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토마스를 이 수라장에서 끌어내야만 했습니다. 그렇다고 자리를 떠날 수도 없었습니다. 그때 내 머리에 좋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나는 구두 뒤축으로 뒷문을 쾅쾅 두드리며 소리쳤습니다.
“어른들이 왔다!”
갑자기 조용해졌습니다. 뒤이어 비명과 아우성, 우당탕거리는 소리가 한꺼번에 들려왔습니다. 들소 무리가 마구 달리는 것 같은 소리였습니다.
그 때 토마스가 내 옆에 나타났습니다.
“가자!”
그는 숨을 헐떡이며 내 손을 잡았습니다.
우리는 뜰을 가로질러 담을 뛰어넘고 들판을 지나 층계 거리로 나왔습니다. 가까스로 구둣방으로 들어간 다음에야 우리는 숨을 내쉬었습니다. 토마스는 지친 듯이 의자에 앉았습니다.
“토마스! 참 멋지게 해치웠어!”
토마스는 굉장히 부어 오른 자기 코를 만지며 말했습니다.
“나도 실컷 얻어맞았는걸.”
“괜찮아. 너는 영웅이야!”
나는 토마스를 위로하며 그에게 손을 내밀었습니다. 토마스는 모른 척 했습니다.
토마스는 감상적인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자기 할 일을 다 하고 그것이 끝나면 깨끗이 잊어버리는 성격입니다.
토마스가 웃으며 말했습니다.
“교수! 너는 아주 좋은 꾀를 생각해 냈어. 어른들이 왔다고 네가 소리 지르지 않았더라면 나는 아마 납작하게 되어 버렸을 거야.”
“바로 같은 소리 하지 마. 나는 그보다도 네 곁으로 달려갔어야 했어.”
토마스는 우물거리며 말했습니다.
“명령은 명령이야! 그리고 그런 짓을 했더라면 안경이 깨졌을 거야. 그래서는 큰일 나지. 네 아버지는 결코 새것을 사주지 않을 테니까.”
우리는 함께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그 때 토마스의 아버지 웡크 씨와 어머니가 들어왔습니다. 토마스와 나는 깜짝 놀랐습니다.
웡크 씨는 멋없이 키가 크며 몸을 조금 구부리고 걷는 버릇이 있습니다. 코밑에는 숱 많은 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안경을 겼는데 이야기할 때는 그 안경 위로 사람을 쳐다봅니다.
어머니는 키가 조그맣고 둥글둥글합니다. 그리고 참으로 많이, 참으로 빨리 말하는 버릇이 있습니다. 나라면 세 시간이나 걸릴 이야기를 토마스의 어머니는 5분 만에 해 버립니다. 물론 이야기 내용은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토마스의 어머니는 이상하게도 말이 없었습니다. 우리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곁을 스쳐 지나갔습니다. 나는 인사해 보았습니다.
“안녕하십니까?”
토마스의 어머니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빠른 걸음으로 거실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웡크 씨도 아무 말 하지 않았습니다. 두세 번 머리를 가로 저으며 우울한 얼굴로 우리를 바라볼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귀 뒤를 만지며 후유 한숨을 내쉬더니 부인의 뒤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 버렸습니다.
토마스와 나는 멍청하게 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뭔가 좀 이상한데! 우리는 얻어맞을지도 몰라!”
“그럴지도 몰라. 어른들이 무슨 큰일을 꾸몄나 봐.”
“교수, 반갑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야.”
아니나 다를까, 토마스가 말한 그대로였습니다. 나중에 우리는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들도 토마스의 부모님처럼 이상한 행동을 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해적들은 승마 학교에서 달아난 뒤에도 오랫동안 거리를 돌아다녔습니다. 피에 물ㄹ든 오스칼은 두 부하와 함께 모습을 감추고 말았습니다. 틀림없이 틴페 강에 가서 부어 오른 눈언저리를 식히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무리들도 처음에는 집으로 돌아갈 생각이 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무서워서 마음이 조마조마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곧 자기들의 행동을 뉘우치고 용기를 내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대체 어찌 된 까닭일까요? 이상하게 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은 호통 치지 않았습니다. 또 얻어맞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마음 놓고 재빨리 침대로 기어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다음날 아침 아이들은 엄청난 기습을 당했습니다.
<계속>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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