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느는 막 집에서 나오던 참이었습니다.
“어머나! 너희들 어디 가니?”
마리안느는 치과 의사 로제 씨의 딸입니다. 나이는 11살이고 금발인데다 아주 귀엽습니다. 좀 들창코이며 맑고 푸른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부도 아주 잘하며 여의사가 되고 싶어 합니다. 다음해에는 콜레루스하임의 여학교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마리안느는 나와 사이가 좋습니다. 마리안느의 아버지와 우리 아버지는 친한 친구로 두 사람 모두 황금 피리관의 단골손님입니다. 부모님들이 서로의 집을 찾아가 이야기를 주고받고 있을 때 나와 마리안느는 뜰 한구석에 앉아 이야기를 나눕니다. 흔히 자기 희망에 대해 서로 이야기합니다. 나는 이따금 마리안느를 놀려 주기도 합니다. 나는 싱글싱글 웃으며 물어봅니다.
“그렇다면 너는 앞으로 여러 사람의 배를 갈라 보고 싶단 말이지?”
“바보!”
마리안느는 귀여운 눈으로 화난 듯 나를 흘겨봅니다.
마리안느를 만났을 때 하인츠와 나는 반가워하며 인사했습니다. 토마스는 마리안느를 잘 몰랐으므로 나는 토마스를 소개했습니다.
“마리안느, 내 친구 토마스 웡크야.”
“어머나, 그래! 네가 자주 말하던 그 멋진 남자 아이구나.”
마리안느는 찬찬히 토마스를 살펴보았습니다. 토마스는 얼굴이 새빨개졌습니다. 토마스는 여자 아이 앞에서는 늘 어쩔 줄 몰라 합니다.
“교수의 이야기는 과장된 거야.”
토마스는 힘없이 미소 지었습니다.
“너는 참 착실해 보이는구나.”
마리안느는 예쁜 이를 보이며 웃었습니다. 딱딱한 분위기가 부드러워졌습니다. 무엇보다도 토마스가 마리안느의 마음에 들어 나는 기뻤습니다.
마리안느가 물었습니다.
“너희들 무엇 때문에 그렇게 서두르고 있니?”
먼 곳에서 아이들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놀라서 외쳤습니다.
“아니, 너는 구름 위에라도 가 있었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도 모르다니. 너 어디 이상해진 거 아니니?”
하인츠도 흥분해서 소리쳤습니다.
“학교는 닫히고 부모님들은 없어져 버렸어!”
토마스도 덧붙였습니다.
“어제 염소 광장에서 굉장한 소동이 벌어졌었어!”
마리안느가 뾰로통해져서 대답했습니다.
“참, 기가 막혀. 너희들이야말로 어떻게 된 것 같구나! 오늘은 축제일이어서 어른들이 아직 자고 있는 거야!”
나는 힘주어 말했습니다.
“천만에! 오늘은 축제일이 아니야. 어른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단 말이야!”
그리고 여태까지의 일을 짧게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자 마리안느는 깜짝 놀라며 소리질렀습니다.
“그건 너무하잖아!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아오면 단단히 따져 봐야지!”
하인츠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탑으로 가는 길이야.”
마리안느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나도 갈 테야!”
토마스가 반가워하며 물었습니다.
“정말이니?”
“그럼 정말이지.”
마리안느는 대답하자마자 앞장서서 달려갔습니다.
이윽고 탑에 이르자 우리는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작은 문으로 나가 쇠층계를 뛰어올라갔습니다. 감시소는 가슴 높이쯤 되는 돌벽으로 둘러싸야 있습니다. 그리고 튼튼한 네 기둥 위에는 뾰죽한 지붕이 얹혀 있습니다. 끝까지 올라갔을 때, 지옥의 연주회 같은 시끄러움이 우리 귀에 들려왔습니다. 우리는 벽 쪽으로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보았습니다.
정말 굉장한 구경거리였습니다. 큰길과 염소 광장에는 마치 난쟁이 떼처럼 아이들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습니다. 나팔과 방울과 호루라기 소리로 귀가 따가웠습니다.
많은 아이들이 머리에 철모를 쓰거나 인디언의 깃털 장식을 달고 있었습니다. 총과 딱총이 탕탕 울려 퍼지고 화살이 핑핑 공중을 날아다녔습니다. 정말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염소 광장에 인디언의 천막이 하나 세워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무리의 남자 아이들이 인디언 전투옷을 입고 전투용 도끼를 휘두르며 샘 둘레를 춤추며 돌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샘이 고문을 하는 말뚝이 된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샘 아래쪽에 로벨트 풍크트가 밧줄로 묶여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른 곳에서는 아이들이 축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저쪽에서는 테니스, 그리고 탁구대까지 길 한가운데에 놓여 있었습니다. 그 속을 번쩍번쩍 빛나는 새 자전거와 어린이용 사륜마차, 어린이 스케이트, 어린이 자동차, 유모차 같은 게 제멋대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은 공놀이를 하고 작은 남자 아이들은 모형 철도를 가지고 놀았습니다. 게다가 잇따라 새로운 아이들 무리가 새 장난감을 들고 소리 지르며 정신없이 광장으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마치 축제가 벌어진 것 같았습니다.
나는 소리질렀습니다.
“엉망이구나나!”
마리안느도 잔뜩 화가 나서 큰 소리를 질렀습니다.
“저 아이들의 이를 모두 빼 버렸으면 좋겠어.”
토마스는 말없이 큰길을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하인츠는 머리가 어지러운지 목만 흔들어 대고 있었습니다.
마인스 장난감 가게에서 인형, 장난감 곰, 비행기, 고사로, 기관차를 든 아이들 무리가 뛰어나오고 있었습니다. 자전거 가게 앞에서는 잇따라 자전거와 스케이트가 나오고 거기 많은 아이들이 달라붙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습니다.
오스칼과 윌리와 한네스는 오토바이를 밀고 나왔습니다. 그들은 그것을 움직이려고 했으나 잘 되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연료가 없는 것 같았습니다. 망원경으로 바라보니 가게 진열창 속에서 푸시 투하와 다른 여자 아이들이 재봉틀을 만지고 있었습니다.
피츠 과자점에는 아이들이 통조림의 정어리처럼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습니다. 큰 자루와 엄청나게 큰 과자상자가 손에서 손으로 전해지고 있었습니다. 뚱보 파울의 모습을 분명히 알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파울은 얼굴을 빛내며 상자를 열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찻집으로도 몰려 들어가 닥치는 대로 물건을 끌어내고 있었습니다.
디펜호이어 책방은 더욱 심했습니다. 그 집 두 아들은 야만인처럼 날뛰고 있었습니다. 책이 아무렇게나 공중을 날아다니고 신문은 바닥으로 떨어져 버렸습니다. 문 앞과 바깥 층계에 아이들이 모여 앉아 두꺼운 책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또 많은 아이들이 책을 잔뜩 안고 나왔습니다. 정말 카를 마이의 모험 소설 같았습니다.
하인츠가 중얼거렸습니다.
“해적단 녀석들, 우쭐해졌어.”
토마스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습니다.
“부모님들은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거야.”
마리안느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도 바보야. 오늘 밤 어른들이 돌아오면 벌 받을 텐데.”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저 바보들은 그런 일은 생각도 하지 않아. 오스칼의 생각대로 하고 있는 거야.:
거리는 아이들의 것이 되었습니다. 그 뒤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마리안느가 말했습니다.
“모두에게 조심하라고 말해 줘야지.”
나는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쓸데없는 짓이야!”
하인츠가 물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토마스는 어깨를 움츠리며 대답했습니다.
“모르겠어. 우리는 아무 신경 쓰지 말자. 그게 가장 좋아.”
마리안느가 나에게 말했습니다.
“망원경 좀 빌려줘! 저쪽에서 싸움하고 있나 봐.”
내가 망원경을 건네주자 마리안느는 염소 광장 쪽을 들여다보며 소리쳤습니다.
“트라우프가 울고 있어. 다른 여자 아이들이 그 아이한테서 큰 인형을 빼앗아 서로 가지려고 싸우고 있어.”
“마음대로 싸우라지, 뭐!”
토마스는 말을 마치자 홱 돌아서서 의자로 가서 앉더니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휘파람을 불었습니다. 우리도 토마스 옆에 앉았습니다.
마리안느가 말했습니다.
“굉장한 소동이야.”
느닷없이 교회 종이 울려 퍼졌습니다. 나는 깜짝 놀라 망원경으로 바라보았습니다.
“저 녀석들, 교회 탑까지 올라가 종을 치는 밧줄을 당기고 있어.”
토마스가 욕을 퍼부었습니다.
“소방펌프로 물을 끼얹어 버렸으면 좋겠어.”
교회 종은 바로 가까이에서 들렸습니다. 마치 전쟁이라도 일어난 것 같았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마리안느는 다시 돌벽으로 달려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얘들아!” 하고 소리쳤습니다.
토마스가 번개처럼 달려가 마리안느의 팔을 꽉 잡았습니다. 토마스는 성내며 말했습니다.
“무슨 짓이야! 우리가 있는 곳을 알려주면 안 된단 말야!”
나도 거들어서 말했습니다.
“우리가 한 무리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저 녀석들은 무척 화가 나 있어.”
마리안느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밤까지 이런 데 있을 수는 없잖아.”
하인츠가 답답한 듯이 대꾸했습니다.
“우리는 집에 돌아갈 수 없어. 틀림없이 그 녀석들이 몰려올 테니까.”
마리안느가 말했습니다.
“그럼, 우리 집에 와. 우리 집이라면 알 수 없을 테니까.”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그거 좋은 생각인데.”
나도 말했습니다.
“멋진 생각이야!”
마리안느는 또 말했습니다.
“너희들에게 버터 빵과 잼을 줄게.”
하인츠가 외쳤습니다.
“참 잘 됐다!”
우리는 마리안느네 집에 가는 것을 좋아합니다. 마리안느네 집 사람들은 늘 친절하며 사탕과자나 코코아나 케이크 등 먹을 것을 주곤 합니다.
우리는 층계를 뛰어 내려갔습니다. 토마스는 거리를 내려가 보고 아무도 없다고 조용히 말했습니다. 우리는 재빨리 뛰어나가 있는 힘을 다해 마리안느네 집울타리까지 달려갔습니다. 집 앞까지 오더니 마리안느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소리쳤습니다.
“어머나! 문이 잠겨 있어. 내게 열쇠도 없는데!”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버터 빵과 잼이여 안녕이다!”
나는 주머니에서 짤막한 철사를 꺼냈습니다. 그 철사 끝을 열쇠처럼 구부려 열쇠 구멍에 끼웠습니다. 곧 문이 확 열렸습니다. 마리안느가 좋아하며 외쳤습니다.
“어머나, 멋져!”
토마스도 웃으며 말했습니다.
“교수, 너는 정말 요술쟁이구나!”
우리는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마리안느는 문을 닫고 쇠사슬을 건 다음 우리를 응접실로 데려갔습니다.
이윽고 마리안느는 부엌으로 가서 먹을 것을 가져왔습니다. 우리는 무척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때 갑자기 벨이 울렸습니다. 우리는 깜짝 놀라 얼굴을 마주 보았습니다. 토마스는 입에 손가락을 대소 쉿! 하고 말하더니 복도로 나가 문 쪽으로 다가갔습니다. 그는 조그만 구멍으로 밖을 내다보고 바른 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는 긴장해서 그를 쳐다보았습니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카를 벤츠가 밖에 있어.”
마리안느가 일어섰습니다.
“모두 여기 있어. 내가 가 볼게!”
마리안느는 재빨리 문 쪽으로 가서 쇠사슬을 벗기지 않고 문을 조금 열고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니?”
“아야! 아야! 아야! 이가 아파!”
카를 벤츠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토마스는 창문으로 달려가 밖을 내다본 다음 마리안느에게 말했습니다.
“밑에는 아무도 없어. 들어오게 해도 좋아.”
마리안느가 문을 열어주자 카를 벤츠는 비명을 지르며 들어왔습니다. 카를은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아야! 이가! 이가!”
마리안느는 어처구니없다는 듯 코에 주름을 잡았습니다.
“이가 어쨌단 말이니?”
카를 벤츠는 성내며 소리쳤습니다.
“아프단 말이야!”
마리안느가 또 물었습니다.
“왜 아프니?”
“그냥 아프단 말이야!”
카를은 또 앓는 소리를 냈습니다. 마리안느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버지는 집에 없어?”
마침내 카를 벤츠는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많이 아프단 말이야! 굉...장...히... 아프단 말이야!”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이건 진짜야!”
그러자 마리안느가 카를에게 말했습니다.
“이리 와 봐! 도와 줄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마리안느는 카를을 아버지의 치료실로 데려갔습니다. 우리도 따라갔습니다.
“어떻게 하란 말이야?”
마리안느는 무서운 수술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딱딱하게 말했습니다.
“그 의자에 앉아!”
카를 벤츠는 갑자기 우리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깜짝 놀랐습니다. 카를은 소리쳤습니다.
“너희들 여기 있었니?”
토마스가 대답했습니다.
“그래.”
나도 한 마디 했습니다.
“빨리 앉아. 마리안느가 네 이를 봐줄 거야.”
카를은 어쩔 줄 몰라 하며 걱정스럽게 말했습니다.
“이제 조금도 아프지 않아.”
“비겁자! 겁쟁이!”
토마스가 놀리며 카를을 수술의자로 확 떠밀어 버렸습니다. 카를은 수술 의자에 털썩 앉혀졌습니다. 카를은 어물어물거리며 말했습니다.
“아니야, 정말 이제는 아프지 않아.” 어느새 흰 옷을 걸쳐 입고 손에는 작은 거울이 달린 은빛 도구를 든 마리안느가 타이르듯 말했습니다.
“알고 있어.”
마리안느는 큰 소리로 카를에게 말했습니다.
“입을 벌려봐!”
카를은 풀 죽어 입을 크게 벌렸습니다. 마리안느는 재빨리 도구를 밀어 넣었습니다. 우리는 옆에 서서 카를 벤츠의 입속을 뚫어지게 바라보았습니다. 그것은 그리 좋은 구경거리가 못 되었습니다.
“어느 쪽이니?”
마리안느가 물었습니다. 카를은 왼쪽 뺨을 가리키면서도 걱정되는지 곁눈질로 마리안느의 손을 흘끗 쳐다보았습니다. 마리안느는 진짜 의사처럼 카를의 이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맛살을 찌푸리며 동그란 눈을 굴렸습니다.
“이것 봐! 어금니에 구멍이 뚫렸어!”
토마스가 통쾌한 듯이 물었습니다.
“뺄 거니?”
카를은 있는 힘을 다해 두 팔을 버둥거리며 비명을 질렀습니다. 우리는 카를을 단단히 붙들었습니다. 마리안느가 말했습니다.
“빼는 게 가장 좋지만 나는 힘이 모자라.”
“뭐, 그것 내가 해 줄게!”
토마스가 잘라 말하더니 우리 쪽을 바라보며 눈을 찡긋했습니다. 카를 벤츠는 울부짖었습니다.
“살려 줘! 놓아 줘!”
토마스가 호통 쳤습니다.
“조용히 해! 환자를 어떻게 하는가는 의사가 결정하는 거야!”
“이를 뺄 필요는 없어. 배지 않고도 고칠 수 있으니까.”
마리안느는 훌륭한 치과의사처럼 말했습니다.
먼저 아버지의 기계 상자를 뒤져 뾰족한 갈고리가 달린 가느다란 은빛 막대기를 손에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막대기를 어금니에 쑤셔 넣었습니다. 카를은 얼굴이 새파래졌습니다.
마리안느는 은빛 막대기를 끄집어내더니 의기양양하게 갈색 덩어리를 우리에게 보이며 말했습니다.
“초콜릿이야!”
우리는 소리 내어 웃었습니다. 하인츠가 고소한 듯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천벌을 받았지!”
마리안느는 작은 주사기에 무언가 비밀스러운 물을 넣어 어금니에 뿜었습니다. 카를은 또 펄쩍펄쩍 뛰었습니다. 마리안느는 핀셋으로 솜을 집어 구멍을 닦아 낸 다음 다시 솜으로 구멍을 틀어막았습니다. 그리고 나서 카를의 뺨을 찰싹 때렸습니다.
“이제 끝!”
우리는 카를을 놓아 주었습니다. 카를은 일어났습니다. 땀에 흠뻑 젖어 바보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카를은 곧 싱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고마워! 이제 아프지 않은데!”
“그것 봐!”
마리안느가 우쭐해하며 말했습니다. 그러자 토마스가 명령했습니다.
“자! 이제 너는 가도 좋아!”
마리안느가 흰 옷을 벗자 모두 함께 응접실로 들어갔습니다. 카를 벤츠는 우물우물 현관 쪽으로 걸어갔습니다. 그가 갑자기 뒤돌아보았습니다.
“나도 너희들과 함께 있으면 안 되니?”
카를은 얼른 눈을 아래로 내리깔았습니다. 나는 재빨리 물었습니다.
“왜?”
카를은 우물쭈물하며 말했습니다.
“나는 이제 저 녀석들을 따라다니기가 싫어. 저 녀석들은 미치광이야. 엉망진창이야. 모든 것을 오스칼이 시키고 있지만, 그것은 자기 혼자 나쁜 녀석이 되고 싶지 않기 때문이야!”
토마스가 중얼거렸습니다.
“흠, 실컷 놀다가 이제 와서 지긋지긋해졌단 말이군.”
꼬마 하인츠도 말했습니다.
“너도 우리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니?”
카를은 잔뜩 겁먹고 있었습니다.
“절대로 아니야!”
토마스가 카를을 똑바로 쳐다보며 물었습니다.
“그런데 너는 왜 집으로 돌아가지 않니?”
카를은 애원하듯 말했습니다.
“집에 아무도 없어. 혼자 어떻게 집에 있으란 말이니! 너희들 곁에 있게 해 줘! 너희들이 시키는 대로 할게!”
마리안느가 끼어들어 말하자 토마스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카를은 여느 때는 착한 아이야!”
카를 벤츠는 좋아서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토마스가 가로막았습니다.
“그렇게 떠들지 마. 우리는 네가 진심인지 아닌지 알아보아야겠어. 지금 염소 광장으로 달려가 아이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살펴봐. 그리고 돌아와서 알려 줘.”
“알았어. 곧 갔다 올게!”
카를 벤츠는 들뜬 목소리로 대답하자마자 집밖으로 달려가 버렸습니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돌아올지 어떨지 기다려 보기로 하자.”
<계속>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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