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 벤츠는 오후가 되어서야 겨우 돌아왔습니다. 내가 바라보니 그는 염소 광장 모퉁이를 돌아 교회 거리를 달려왔습니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었습니다. 로벨트 풍크트, 레스펜 트롭, 그리고 뚱보 파울이 그 옆에서 달려오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누가 뒤쫓아 오지 않을까 걱정하듯 열심히 뒤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집으로 돌아섰습니다.
나는 얼른 그것을 토마스에게 알렸습니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그 세 아이도 지긋지긋해졌을 거야.”
그 때 벨 초인종이 울렸습니다. 마리안느가 문을 열어 주자 카를 벤츠가 방으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습니다.
“파울, 풍크트, 레스펜이 밖에 와 있어.”
토마스가 물었습니다.
“왜?”
카를이 대답했습니다.
“그들도 해적이 싫어졌대.”
토마스가 외쳤습니다.
“들어와!”
셋은 마리안느 뒤에서 멈칫거리며 방으로 들어왔습니다. 뚱보 파울은 죄인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습니다. 풍크트는 멋쩍은 듯 코를 벌름거리고 있었습니다. 레스펜은 눈물을 글썽거리며 우는 소리를 했습니다.
“우리 동생들이 굶고 있을 거야.”
내가 물었습니다.
“너희 집에는 먹을 것이 없니?”
“우리 어머니는 아무 것도 사 두지 않았어.”
레스펜은 흐느껴 울었습니다. 마리안느는 레스펜의 어깨를 껴안고 달래며 말했습니다.
“울지 마, 레스펜! 잠깐만 기다려. 무엇인가 가져올 테니까.”
마리안느는 곧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렇게 오랫동안 어디에 있었니?”
토마스는 카를에게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계속 살펴보고 있었어.”
카를이 토마스를 곁눈으로 보며 대답하고 나서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이제 그 녀석들은 엉망진창이야! 오스칼은 몇 아이를 데리고 ‘궁켈’에 들어가 당구를 치고 있어. 그리고 그 곳 맥주통 꼭지를 모두 열어 놓았어.”
옆에서 로벨트 풍크트가 거들었습니다.
“루트피 켈러는 자전거 가게에서 축음기를 들고 나와 염소 광장에서 음악을 듣고 있어.”
카를 벤츠가 다시 말을 이었습니다.
“황금 피리관에서는 볼링을 하고 있고 살롱에서는 트럼프를 하고 있어.”
내가 말했습니다.
“흠, 그것은 그리 나쁘지 않군.”
뚱보 파울이 소리질렀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들은 사탕이 가득 들어 있는 자루를 발견했어. 그것을 걸고 하는 거야!”
레스펜도 입을 열었습니다.
“여자 아이들이 잔뜩 킬리안 양장점에 들어가 있어. 그 바보 같은 아이들이 옷을 닥치는 대로 입어보고 있는 참이야. 모자도 함부로 써 보고.”
뚱보 파울이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소리쳤습니다.
“가장 지독한 것은 그 녀석들이 먹고 싶지 않은 초콜릿을 모두 하수구에 덩ㄴ져 넣어버린 거야.”
카를이 말했습니다.
“염소 광장은 엉망이 됐어. 온통 장난감이 흩어져 있고 책과 종이투성이야. 그리고 뮬러 담배 가게 앞에서는 남자 아이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어.”
“푸시 투하는 다른 여자 아이들과 함께 미장원으로 들어갔어. 모두 화장을 하고 분을 발랐어!”
레스펜은 아직도 몹시 기분 나쁜 듯했습니다. 그 때 마리안느가 먹을 것이 가득 든 바구니를 들고 와 레스펜에게 주었습니다.
“이것 봐! 빵과 소시지, 치즈, 우유와 사과가 들어 있어. 빨리 동생들에게 갖다 줘.”
“정말 고마워!”
레스펜은 감격하여 무릎을 구부리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레스펜은 집으로 데려다 주는 길에 우리는 오토 라베와 누이동생 트루디를 만났습니다. 그들은 슬픈 얼굴로 자기 집 문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우리를 보더니 무척 반가워하며 우리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오토가 소리쳤습니다.
“토마스! 네가 와 주어서 이제 살았어!”
토마스가 퉁명스럽게 물었습니다.
“흥!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있는가 보구나?”
“우리는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트루디가 도움을 청하듯 우리를 쳐다보았습니다. 토마스가 대답했습니다.
“안 됐구나. 그렇다면 오늘 밤에는 큰길로 나가 마이스네 극락침대 가게에서 자도록 해.”
토마스가 그대로 지나가려 하자 오토가 소매를 잡아당겼습니다.
“토마스, 이제 우리에게 성내지 말아 줘.”
그러자 트루디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그런 짓 하기 싫단 말이야.”
“시끄러워!”
토마스가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곧 심술궂은 말투를 버리고 말했습니다.
“지금 우리를 따라와도 좋아. 너희들을 어떻게 도와 줄 수 있는지는 나중에 의논하자.”
오토와 트루디는 그제야 맘 놓고 한숨을 쉬었습니다. 둘은 이제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한 짓을 뉘우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오스칼과 해적들이 무서워 싫다는 말도 했습니다.
오토가 말했습니다.
“초콜릿과 과자를 너무 먹고 게다가 담배까지 피워서 속이 메스꺼워진 아이들이 많아.”
트루디가 소리쳤습니다.
“그래서 모두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 했지만 어디로 가도 물이 없었어. 아이들은 모두 깜짝 놀랐지!”
내가 물어보았습니다.
“그래서 너희들은 어떻게 했니?”
오토가 대답했습니다.
“우리는 크라이슬러 씨네 집과 술집 궁켈에서 레몬 술을 마셨어.”
트루디가 끼어들었습니다.
“해적들은 맥주까지 마셨는걸. 그리고 과일도 먹었어.”
우리는 역 앞 광장을 가로지르고 있었습니다. 오토가 말했습니다.
“클라우스 호겔은 불꽃놀이를 하려고 했어. 란펠 화장품 가게에서 그 불꽃을 찾아냈지. 그런데 그것이 갑자기 폭발하여 클라우스는 손가락을 데고 말았어. 얼굴도 까맣게 되어 버렸지.”
우리는 모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우리가 웃자 트루디는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그래서 율리와 한네스가 우유로 클라우스를 씻어 주었어. 와이스 뮬러 아주머니의 우유집에서 말이야.”
토마스는 웃음을 그치고 화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것은 더러운 짓이야.”
트루디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었습니다.
우리는 영웅의 숲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레스펜네 집은 이 거리에 있습니다. 우리는 집까지 따라갔습니다. 집 앞 뜰에서는 4살짜리 페터와 나이 어린 누이동생 에리카와 롤레가 놀고 있었습니다. 레스펜의 모습을 보고 꼬마들은 좋아서 소리 지르며 깡충깡충 뛰었습니다.
토마스가 레스펜에게 말했습니다.
“저 아이들에게 저녁을 먹이고 재워 주렴!”
마리안느가 소리쳤습니다.
“나도 거들게.”
레스펜과 마리안느는 트루디와 함께 꼬마들을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습니다. 우리는 발이 아팠으므로 뜰을 둘러싸고 있는 나지막한 돌담에 걸터앉았습니다. 한 줄로 늘어앉아 두 손으로 턱을 괴고 있었습니다. 집안에서는 마리안느와 레스펜이 일하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다른 집들은 모두 기분 나쁠 만큼 조용했습니다.
갑자기 토마스가 소리질렀습니다.
“그렇다, 생각이 떠올랐어!”
우리는 긴장하여 그를 바라보았습니다. 토마스가 물었습니다.
“교수, 지금이 몇 시지?”
나는 시계를 끄집어냈습니다.
“7시 15분전이야.”
그러자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우리는 역 가까이에 있어. 7시에는 콜레루스하임에서 기차가 들어와. 우리는 역으로 가서 부모님들이 타고 있는지 어떤지 알아봐야 해. 만일 타고 있다면 로벨트 풍크트는 다리가 길어 우리들 가운데 가장 빨리 달릴 수 있으니 읍내로 달려가 부모님들이 왔다고 아이들에게 알려 주도록 해. 그러면 모두 겁내어 서둘러 뒤처리를 할 거야. 남아 있는 우리는 그것이 끝날 때까지 부모님들을 붙잡아 두자.”
우리는 몹시 기뻐했습니다. 카를 벤츠가 말했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 열차에 다 탈 수 없을 거야.”
내가 말했습니다.
“바보 같은 소리! 객차를 이으면 돼!”
토마스가 명령했습니다.
“그럼 가자.”
나는 집 쪽을 쳐다보며 소리쳤습니다.
“마리안느! 레스펜! 이제 다 됐니?”
마리안느가 큰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응, 곧 나갈게!”
마리안느는 곧 레스펜과 함께 집에서 뛰어나와 자물쇠를 채웠습니다.
전차가 없으므로 우리는 역 앞 광장 쪽으로 서둘러 걸어갔습니다. 틴페틸에는 시내 전차가 있습니다. 이름은 ‘1번선’으로 다른 선은 없습니다.
우리 읍 전차는 귀엽게 생겼습니다. 위에서 아래까지 빨간 색깔입니다. 나는 늘 맨 앞 운전사 옆에 서서 떠나난 것, 멈추는 것, 또 브레이크 밟는 방법을 자세히 지켜봅니다. 나는 전차를 운전할 줄 압니다. 그러나 어른들이 없으므로 전차는 다니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역 앞 과장을 건너가자마자 기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우리는 역으로 달려갔습니다. 살금살금 벽을 따라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토마스가 조심스럽게 모퉁이에서 내다보았습니다. 그리고 뒤돌아보며 속삭였습니다.
“안 탔어!”
우리는 플랫폼으로 나갔습니다. 차장이 기관차 옆에 서서 기관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기관사는 운전석 옆에서 고개를 내밀고 역장의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차장이 우리 쪽을 보고 크게 손짓을 했습니다. 우리는 뛰어갔습니다.
차장이 화내며 물었습니다.
“역장 베르너 씨는 어디에 계시느냐?”
토마스가 옆으로 다가가 재빨리 대답했습니다.
“베르너 씨는 역장실에 계시는데 지금 나오실 수가 없어요. 떠나라고 말씀하셨어요.”
뚱뚱한 차장이 되물었습니다.
“뭐, 지금 나올 수가 없다고?”
토마스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머리가 아프세요.”
차장은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머리가 아파?”
차장은 호루라기를 불었습니다. 기관차는 칙칙 소리를 내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부모님은 돌아오지 않았어.”
레스펜이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영웅의 숲으로 가셨을 거야.”
우리는 둥그렇게 둘러선 채 앞으로 어떻게 해야 좋을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소리쳤습니다.
“저것 봐! 플랫폼 저쪽에 무엇인가 있어!”
모두 깜짝 놀라 돌아보았습니다. 플랫폼 끝에 양철로 된 큰 우유통이 잔뜩 늘어서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리로 달려갔습니다.
오토가 말했습니다.
“이것은 내일 아침에 쓸 우유야. 날마다 열차로 실어 오지.”
나는 재빨리 통을 세어 보았습니다. 스무 개였습니다. 토마스가 한 개의 뚜껑을 열어보았습니다. 통에는 우유가 가득 차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하지?”
나는 생각해 보았습니다.
“어딘가로 실어다 둬야 해. 밤새도록 여기에 두면 내일 아침에는 시큼해지고 말테니까.”
“시큼한 우유도 맛이 좋은데.”
뚱보 파울은 한숨을 쉬며 꿈꾸는 듯한 눈으로 우유통을 바라보았습니다.
<계속>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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