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유를 읍내로 날라 가고 싶었습니다. 와이스 뮬러 아주머니의 우유가게에는 냉장실이 있습니다. 우리는 거기에 우유통을 넣어두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스무 개나 되는 우유통을 어떻게 염소 광장까지 날라 가야 할지 몰랐습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의논했습니다.
갑자기 카를이 마차집 주인 파우제 씨의 마차를 쓰자고 말했습니다. 좋은 생각이었습니다. 우리는 ‘역 앞 거리’로 뛰어 갔습니다.
마차집 문은 닫혀 있었습니다. 토마스가 문을 두드렸습니다. 나는 이 집 아이들이 돌아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에는 죽은 듯이 조용했습니다.
토마스는 더욱 세게 두드렸습니다. 안에서 남자 아이의 목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누구세요?”
마차집 큰 아들 맥스 파우제의 목소리였습니다. 토마스가 외쳤습니다.
“나야!”
겁먹은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내가 누구니?”
토마스가 거친 목소리로 대답했습니다.
“나야, 토마스 웡크! 빨리 열어!”
서로 속삭이는 목소리가 나더니 맥스가 물었습니다.
“무슨 일이니?>”
토마스가 화내며 소리쳤습니다.
“잔소리 말고 빨리 열어! 너희들에게는 아무 짓도 안 해. 우리는 마차가 필요해! 우유를 실어 가야 한단 말이야.”
“우리는 우유같은 건 없는걸!”
맥스가 문을 조금 열었습니다. 토마스가 그 사이로 재빨리 발을 밀어 넣었습니다. 우리는 토마스를 따라 한꺼번에 몰려 들어갔습니다. 맥스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치며 동생 월터와 구스타프를 끌어안고 우리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우리는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세 형제 모두 무서운 눈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가엾어 말을 걸었습니다.
“너희들에겐 아무 짓도 하지 않아. 우리는 다만 마차가 필요할 뿐이야. 그렇지 않으면 우유가 상하거든.”
“말에다 수레를 달 수 있니, 맥스?”
토마스가 무었습니다. 그제야 맥스는 마음놓은 듯 한숨을 쉬었습니다.
“한스는 병이 났어.”
맥스가 또렷하게 말했습니다.
“한스가 누구니?”
마리안느가 무었습니다.
“우리집 말이야!”
맥스의 동생 월터가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한스가 어떻게 됐는데?”
마리안느가 알고 싶어하자 맥스는 어깨를 움츠려 보이며 말했습니다.
“기침을 해.”
토마스가 맥스에게 재촉했습니다.
“마구간을 보여 줘.”
맥스는 우리를 데리고 뜰을 가로질러 마구간으로 갔습니다. 우리는 마구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왼쪽에 마차가 있었습니다. 말이 끄는 덮개 없는 마차였습니다. 다른 한쪽에는 늙은 말이 있고, 그 앞에는 마른 풀을 가득 넣은 구유가 있었습니다.
한스는 무슨 일일까 하는 듯 우리 쪽을 돌아보았습니다. 슬픈 눈빛이었습니다. 우리는 걱정되어 찬찬히 바라보았습니다. 한스는 머리를 떨어뜨린 채 조금도 먹지 않았습니다. 이따금 조금씩 기침을 했습니다. 마리안느는 말 옆으로 가서 긴 목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용기를 북돋아 주었습니다.
“곧 좋아질 거야.”
카를이 말했습니다.
“목이 아픈지도 몰라.”
토마스가 말등에 손을 대 보았습니다.
“열이 있는데.”
그러자 맥스가 우리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그리 많이 아프지는 않아. 이 녀석은 이따금 병이 나지. 아버지는 이 녀석을 마구간에 가만히 놔 둬. 그러면 곧 기운을 차려.”
레스펜이 가엾어 하며 말했습니다.
“무언가로 목을 싸 주어야겠어.”
우리는 맥스에게 담요를 가져오게 하여 한스의 목에 감았습니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됐어. 이제 틀림없이 나을 거야.”
뚱보 파울이 물었습니다.
“하지만 우유는 어떻게 하지?”
로벨트 풍크트가 말했습니다.
“한스는 염소 광장까지 끌고 갈 수 있을지도 몰라.”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말도 안 돼. 병든 말에게 마차를 끌게 하다니.”
오토가 외쳤습니다.
“우리가 스스로 마차를 끌고 가자.”
“좋았어, 오토!”
토마스가 소리쳤습니다. 우리는 모두 오토의 생각에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뚱보 파울만은 얼굴을 찌푸리고 투덜거렸습니다.
“나는 수레 끄는 말이 아니란 말이야.”
토마스가 핀잔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우유는 내일 아침 일찍 먹고 싶을 테지!”
“게르름장이구나!”
마리안느가 노려보았습니다. 뚱보 파울은 부끄러워진 듯 가엾은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좋아. 꼭 그렇게 해야 한다면.....”
우리는 마차를 끌고 거리로 나왔습니다. 토마스는 하나하나 명령했습니다.
“맥스, 구스타프, 월터, 카를, 로벨트 풍크트, 그리고 교수와 나는 앞에서 끌겠어. 여자 아이들과 파울과 하인츠는 뒤에서 밀어!”
우리는 마차를 끌고 역 앞 광장을 가로질러 우유통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우유통은 너무 무거워 도저히 끌고 갈 수 없었습니다. 마차에 다 싣기까지 굉장히 애먹었습니다. 그리고 우유통을 모두 실을 수도 없었습니다. 네 개는 뒷좌석에, 열 개는 마차 안에 싣고 세 개는 마부 자리에 실었습니다. 나머지는 남겨 두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미 해가 저물어 둘레가 어두워져 왔습니다. 토마스는 우리를 재촉했습니다. 처음에는 잘 나아갔습니다. 우리는 전찻길에 마차를 얹어 끌면서 콜레루스하임 거리를 지나갔습니다.
도중에 우리는 두셋씩 떼지어 가는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모두 머리를 수그리고 터벅터벅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습니다. 우리들을 보더니 겁먹고 비켜 섰습니다.
“좀 거들어줘!”
우리가 부르면 아이들은 모두 달아나 버렸습니다. 아까 염소 광장에서 우리를 공격했으므로 앙갚음이라도 할까 봐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갑자기 마차를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언덕을 올라서기 바로 전에 멈춰 버리고 말았기 때문입니다. 마리안느까지 마차에서 뛰어내려 미는 것을 도왔으나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래로 굴러 내릴 것만 같았습니다. 우리는 서로의 발등을 밟아 가며 애쓰고 있었습니다.
그 때 마침 털가죽 가게 아들 루트피 켈러와 역장 아들 에른스트 베르너가 길모퉁이를 돌아 어슬렁 거리며 걸어왔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보더니 걸음을 멈추고 바보처럼 입을 멍하니 벌렸습니다.
토마스가 화내며 소리 질렀습니다.
“멍청하게 서 있지 말고 빨리 거들어!:
그제야 그들은 정신차리고 우리 쪽으로 달려왔습니다. 그리고 뒤에서 힘껏 밀었습니다. 마차가 뒤로 밀려가는 것은 막을 수 있었지만 앞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습니다.
그 때 가장 힘센 프리츠 슈리터와 동생 에르너가 집에서 달려나왔습니다. 우리가 애쓰고 있는 것을 참문 너머로 보고 도우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들은 둘로 갈라져 마차 바퀴를 잡았습니다. 마차는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마침내 우리는 언덕 위까지 올라갔습니다. 우리는 모두 지쳐서 무엇보다도 먼저 쉬어야 했습니다.
날씨는 몹시 무더웠고 하늘에는 검은 구름이 나타났습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소나기가 오겠는걸.”
토마스가 하늘을 찬찬히 살펴보며 말했습니다.
“지금 곧 오지는 않겠어.”
그는 프리츠 슈리터 쪽으로 몸을 돌려 싸움을 걸듯이 물었습니다.
“너희들은 무슨 짓을 하고 있었니?”
프리츠 슈리터는 눈을 내리깔았습니다.
“뭐, 아무 짓도 안 했어.”
느릿느릿 말하고 나서 그는 다시 빠른 말투로 물었습니다.
“이 우유는 어떻게 할 거니?”
“너희들이 먹어 버릴 거니?”
에르너도 알고 싶어했습니다. 내가 말해주었습니다.
“우리는 해적과 달라.”
그리고 나는 어두운 하늘을 가리키며 재촉했습니다.
“빨리 가자, 토마스!”
멀리서 천둥 소리가 들렸습니다. 토마스가 외쳤습니다.
“자, 가자!”
우리는 재빨리 제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우유 마차는 무척 빠른 속도로 달려갔습니다.
염소 광장은 텅 비어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이제 하나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가지고 놀던 것들이 광장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었습니다.
우리는 그 물건들을 헤치고 와이스 뮬러 부인의 우유 가게로 다가갔습니다. 맨 앞에서 마차를 끌던 토마스가 우리 쪽을 돌아보고 소리쳤습니다.
“우리가 광장을 청소해야겠다.”
그러자 뒤에서 밀고 있던 하인츠가 소리쳤습니다.
“일을 저질러 놓은 아이들에게 하라고 하면 되잖아.”
토마스가 대답했습니다.
“지금은 그 녀석들에게 시킬 수가 없어. 나중에 따져야지. 오늘은 너무 늦었어. 이렇게 난장판이 된 것을 어른들에게 보일 수는 없어! 정말 부끄러운 일이야!”
내가 소리쳤습니다.
“그 말이 맞아!”
다른 아이들은 잠자코 있었습니다. 자신들의 행동을 뉘우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우유 가게 냉장실에 우유통을 집어넣고 나서 우리는 가게문을 닿고 셔터를 내렸습니다. 우리는 가게 앞에 서서 전쟁이 휩쓸고 간 것 같은 광장을 멍하니 바라보았습니다. 번개가 칠 때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똑똑히 보였습니다. 토마스가 말했습니다.
“우리가 모든 것을 제자리에 갖다 놓자.”
로벨트 풍크트가 투덜거렸습니다.
“하지만 가게 안이 캄캄한 걸.”
내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하제 씨 가게에서 손전등을 가져오자.”
우리는 하제 자전거 가게로 달려가 여기저기 뒤져 손전등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회중전등을 하나씩 들고 염소 광장으로 갔습니다.
마침내 청소가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는 온 광장에 흩어져 눈에 띄는 것들을 주워 모았습니다. 그리고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빨리 일을 마쳤습니다. 일이 끝날 무렵 무서운 돌풍이 불어왔습니다. 바람이 종이조각들을 하늘 높이 날려 버렸습니다. 토마스가 기뻐서 소리쳤습니다.
“폭풍우가 도와주는구나!”
갑자기 폭포수 같은 비가 쏟아져 내리며 번개와 천둥이 잇따라 울렸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염소 광장은 물바다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는 우유 가게 문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레스펜은 두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천둥이 칠 때마다 비명을 질렀습니다.
우리는 비가 멎는 것을 기다리기 위해 모두 손을 잡고 물에 잠긴 염소 광장을 가로질러 황금 피리관으로 달려갔습니다.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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