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으로 진화 거의 일보 직전에 있는 강아지들이 방학을 하여 바쁘고 심심하고, 즐겁고 또한 괴로운 날들을 보낸 지 거의 3주째이다. 이 곳에 한국인들과 강아지들의 친구들이 많이 거주하는 데도 막상 집 밖으로 나가 커피 한 잔! 하면, 발길이 방향을 잡지 못한다. 그 와중에도 이사 오기 전부터 얼굴을 익혀 두고, 이사 올 때 가장 반가워해 준 ㅇ네 집에 생각날 때마다 찾아가 초인종을 눌렀건만 강아지(그 집에서 키우는 진짜 강아지)소리조차 나지 않고, 일하는 아줌마 조차도 얼굴을 내밀지 않는 기현상만 맞이하고 왔다.
방학이라 한국에 잠시 들어 갔나? 아니면 아예 들어 갔나? 놀러 갔나? 싶었다.
며칠 전, 앞에서 택시타고 가는 그 이를 얼핏 보았다.
'아, 이제 어딘가에서 돌아 왔구나.' 싶어, 다음에 놀러 가야지 생각했다.
그러다 오늘 문득 강아지들을 태권도 학원차에 태워 보낸 후, 해 내려던 볼 일을 반만 보고 나니, 왠지 가슴이 헛헛하고, 후덥지근한 34~5도의 더운 바람 속에서 다시 문득 뜨거운 커피 한 잔이 생각나서 그 집에 갔다. 정원 쪽으로 먼저 가니, 지난 번처럼 베란다 문이 닫혀 있고, 커텐도 모두 드리워있고, 빨래 하나 널려 있지 않은 폼이, 음... 아무도 없는 듯 싶다. 혹시나 초인종을 누르니, 역시나 침묵.핑계김에 산책했다고 맘을 달래며 집으로 오는 길에 문득 떠 오른 생각.
'혹시 그 집이 이사 간 게 아닐까?'
이젠 제법 익숙해진 낯설지 않은 이 곳만의 독특한 현상들이 있다.
이런 것들.
1.며칠 전에 놀러간 집이 오늘 가 보니, 이사하고 없다.
2.내가 아는 집이 이사갔는데, 마침 그 곳에 한국인이 이사왔다면, 굳이 전화번호를 물어 보지 않아도 된다. 왜? -같으니까.
3.이사하였는데도 그 아파트 단지에서 보게 된다. 왜?--같은 아파트 다른 동이나 다른 호수로 갔다.
4.한국인이 전화하였는데, 잘못 걸린 전화이다.
5.한국인이 받았는데, 잘못 건 전화이다.
6.앞에 가는 아이가 중국스럽게 생긴 아줌마와 자연스럽게 중국말을 하는데 한국아이이다. (중국아줌마는 그 집에서 일하는 보모임.)
명 오늘 
명
PRINT Text
PRINT 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