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가 크고, 고운 소프라노 음색을 가진 엄마가
노래를 잃어버렸다
키가 훤출하니 커 무릎을 살짝 숙여 신부입장했던 엄마가
허리가 꼬부라져 자그마한 몸으로 휠체어에 의지해있다
새벽기도회를 가면
날이 훤하게 밝아올때까지
끝까지 남아 끈질긴 기도를 하던 엄마가
기도를 잃어버렸다
아버지가 하시던 기계에 오른손등을 다친 후
평생 오른손을 살그머니 덮고 숨기시던 엄마가
아무렇게나 팔을 내 젓고 휘두르신다
음식을 먹을때 숟가락을 흔들거나 뒤적거리면 사정없이 야단치던 엄마가
식탁에서 음식물과 침을 줄줄 흘리신다.
여든 둘
더 높은 연세를 가진 분들도 건강하신데
엄마는 마치 작정이라도 하신 듯
갑자기 기력을 잃어버렸다
엄마 우리 엄마
크고 따뜻한 손을 가지셨지
한 겨울 춥고 컴컴한 골목길에서도
하나도 안 무섭도록 내 손을 꼭 잡아주셨던 우리 엄마
잠결에 설풋 깨서 보면
나를 껴안고 내새끼 내새끼 하면서 뺨을 깨물기도 했던 우리 엄마
육남매중 막내인 나를 안타깝도록 사랑하셨던 우리엄마
엄마가 해 준 그 수많은 중보 기도들...
이젠 더 이상 엄마의 중보기도를 얻어먹고 살 수가 없게 되었다.
영적인 고아가 되어버린 느낌...
시어머니가 돌아가실때
기둥 하나를 잃어버렸다면
엄마의 중보기도마저 사라져버린 이때
나는 나는 어떡해야 하나
중보기도의 기둥을 다 잃어버린 나는
나는........
명 오늘 
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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