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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학교 3학년 여름, 캐나다 단기 선교 떄의 일이었다.
아주 이례적으로 일정 초반에 록키 산맥 관광이 잡혀 있었는데,
관광은 좋았지만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계속 찬양을 불러야 했다.
이유는 영어 찬양을 완벽히 외워야 한다는 것!
다만 버스 안에서의 이동시간이 너무 길었던게 문제였다.
차 안에 있던 시간이 최소 6~8시간으로 기억 되는데,
목이 쉴 정도로 같은 찬양을 반복해서 부르는건 정말 고역이었다.
방금 전 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을 보며 그렇게 감탄하고 놀라워하며 하나님의 이름을 찬양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연스레 부르는 둥 마는 둥 하는 사람이 하나 둘 늘었고,
옆 사람과 수다 떠는 사람도 생기기 시작했다.
자신은 다 외웠다고 생각하거나, 특별히 외우지 않아도 되었던 사람들(악기팀이나 음향팀)은 이제 대놓고 각자 자신의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계속해서 기타를 치시던 전도사님이 버럭 화를 내셨다.
기타를 집어 내칠 기세로 화가 나셔서는
손끝이 얼마나 아픈지 아느냐고 따지시며 가장 심하게 떠들던 사람에게 대신 쳐보라고 하셨다.
기타를 좀 길게 치게 된 요즘에서야(그래봤자 20~30분이 고작이지만) 손이 얼마나 아프셨을지 짐작이 간다.
이틀을 꼬박 기타 줄을 잡고 있었으니,
빨갛게 퉁퉁 붓다 못해 검은끼가 얼핏 비쳤을게다.
뭣보다 힘들었던 건 계속 거슬리는... 즉 계속해서 떠드는 사람을 정죄하고 판단하게 되는 그 마음이었을거다.
아이러니 하게도 마음속으로 판단하면
판단 받은 사람에겐 아무런 상처가 가지 않는다. 판단한 자신만 상처 받을 뿐이다.
전도사님의 그 모습은 십분 이해는 가지만 '저러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더 강하게 들었던게 사실이다.
'그래도 전도사님'인데 라고 생각했다.
내 스스로 전도사란 직분에 대해 높게 잡아 놓았던 그 기준에 기타 치시던 전도사님이 부합하지 못했음을 판단한 것이다.
전도사님은 떠들던 지체를 판단하며 상처 받으셨고, 나는 전도사님을 판단하며 상처 받고 있었다.
<2>
못된 시어머니 밑에 있던 며느리가 더 지독한 시어머니가 된다는 말이 있다.
윗 사람의 영향력이란 그래서 무서운 것이다.
전도사님의 모습을 보며 이건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오늘 일본어 찬양 배우기를 인도하면서 내 안에서도 떠드는 사람에 대한 화와 분노가 쌓여만 갔다.
분명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예전의 전도사님의 그 모습이 자꾸만 회상되었다. 어느덧 기타를 내던지고 있는 내 자신의 모습이 그려졌다.
그 때 눈치 빠른 몇몇이 '네!'라고 내 요구에 즉각 반응해주었다.
그 지체들에게 감사한다.
또한 화를 내기 직전에 되려 내가 나를 낮추고 한 번 더 웃으면 공동체 전체가 함께 커 갈 수 있음을 깨닫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한다.
나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하나님을 통하면 가능해진다.
다른 지체로 인해 어려워지는 마음이 아웃리치의 가장 큰 적중의 하나다.
그 마음은 공동체를 깨기 때문이다.
다른 지체의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사람이나 지적받는 사람이나 둘 다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나 잊지 말자.
시 '눈 오는 날엔'의 한 구절에서 말하듯,
내가 용납할 수 없는 그 누구도 나름대로는 열심히 살아갈 것이고
나에게 <나> 이상을 요구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것만큼
그도 나를 아쉬워 하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기준에 따라 나름 열심이었던 그 지체는 전도사님의 지적에 마음이 확 어려워져버렸고,
전도사님은 그 지체가 아쉽다 못해 화가 났으며, 나는 그런 전도사님을 보며 저러면 안되지라고 아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누군가는 그런 나를 '쯧쯧..'하며 덜 성숙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판단의 기준이 나에게 있으면 상대방이 늘 아쉬울 수 밖에 없다.
상대방은 그런 나를 부담스러워 할 수 밖에 없다.
판단의 기준을 하나님께로 돌리자.
하나님 앞에서 우린 결국 거기서 거기인 존재이니 말이다.
저 사람의 행동과 생각, 생활 패턴, 습관 등을 '수정'하려 들지 말고, 사랑과 연민으로 권면하기를 위해 기도하자.
그에게 하나님께서는 지혜의 입술을 허락하신다.
내가 그 사람을 변화시키고 깨는게 아니다.
하나님이 그를 깨기 위한 그 때와, 그 장소, 그리고 그를 둘러싼 공동체를 허락하신다.
<3>
그렇다면 아쉬움을 넘어 분노와 화로 내 마음이 지배당했을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화가 이차적인 감정이란 것을 아는가?
화는 자신의 선택이다.
화를 유발케 한 첫번째 감정.. 그것이 아쉬움이든 실망이든, 배신감이든 그 감정 이후에 화가 나는 것이다.
화를 낼지 말지는 그 순간 선택할 수 있다.
화를 안 낼 수 있는 방법은, 칩 필 그림 목사님이 말씀하셨듯
내가 화를 내는 도중에, 이 모든 상황이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깨달으면 된다.
그리고 나의 판단의 기준을 하나님께 돌렸듯이,
나의 감정과 눈을 더 높은 푯대, 즉 십자가로 돌리면 된다.
삽자가 위에서 조차도 절규는 하셨으되 화는 내지 않으셨던 그 예수님을 떠올리면 된다.
그러고도 마음의 어려움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말과 행동에 앞서 어떤 행동이 공동체를 세우는 일인지 기도 가운데 물어봐야 할 것이다.
기도가 어렵다거나 당장 응답이 없다면 한 박자 늦게 더디 말하고 더디 행동하면 된다.
직접적으로 상대방과 얘기해야 더 잘 풀릴 문제라면 그 때와 그 장소를 하나님이 허락하시도록 기도해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감정에 결코 무관심하지 않으시다.
다친 마음에 대해 기도하면 지혜 뿐만 아니라 사람과 시간, 장소, 환경을 허락하신다.(때로 그 시간이 길어질 수는 있겠지만 반드시..)
<4>
아웃리치는 손을 밖으로 뻗는 행동이다.
내 마음의 중심에 기쁨과 감사함과 평안, 여유로움이 없으면 내 주변에 팔을 뻗기란 무척이나 힘들다.
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공동체 가운데에 기쁨, 감사함과 평안이 없으면 팔을 뻗기 보다는 자신 내부의 문제로 고민하게 된다.
하나님은 고민하라고 우릴 부르시지도 않으셨고, 고민하라고 밖으로 가라 명하시도 않으셨다.
그 고민을 없애는 방법은,
그리고 더 나아가 기쁨과 감사함, 평안이 공동체 가운데 흘러가게 하는 방법은,
판단의 기준을 하나님께 내어 드리고 자신은 낮아지는 것이다.
부족한 점이 보일 때 상대방을 향해 한 번 더 웃어주는 것이다.
습하고 땀나고 불쾌지수가 치솟기만 하는 여름날에 지체를 향해 한 번 더 웃어주는 것, 그것이 가장 큰 헌신이다.
준비가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저 지체가 완벽하지 않아도 좋다.
사실 우린 완벽함보다는 부족함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우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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