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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고사-이 말이 나는 아직도 참 어처구니가 없다- 끝난 기념의 노미카이의 후유증이 또 한 번 이 몸을 지치게 하여, 자는 중간 중간에 계속 깨고 후덥지근한 동경의 날씨가 날 괴롭혀 또 자꾸 깨고 그래도 끈덕지게 다시 잠들고 하는 와중에 걸려온 전화.
몸은 힘들었으나, 요 근래 계속 먹는 것에 포한이 진, 이제는 먹는 것만이 삶의 거의 유일한 낙이 되어버린 나로서는 절대 거절하기 힘든 늦은 점심의 제안 전화였다.
어질어질한 머리를 이고,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엠피쓰리를 챙겨들고, 색이 좀 연한 선글라스를 끼고, 화장도 안한채 양산도 없이, 오늘 버려야하는 불연 쓰레기를 들고 집을 나섰다. 김동률의 니끼한 목소리는 신주쿠도리의 루이비통까지 걸어가는 동안 내내 내 귀속에서 반복되었고, 구름이 설핏 가려 해는 그 따가운 볕을 내리쬐진 못했지만 더 뭉근하게 도시를 달구어대며 도로의 차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더불어, 내가 지금 동경의 한 복판을 걸어가고 있는 것이 과연 꿈인지 생시인지 아리까리하게만 느껴지는 정신상태로 만드는데 한 치의 모자람도 없게끔 만들어주었다.
그 몽환;;;적인 경험이란.
선배 한 명. 후배 한 명이 약속된 장소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던 것은 나의 상태를 고려해서(였을까, 과연;;)였고, 지나가는 자전거라도 빼앗아 뜯어먹을 수 있을 정도로 배가 고팠던 나는 '무엇이든지'라고 외쳤다. 그리고 우리는 가까운 덴뿌라집에 들어갔다.
흠. 분위기 좋다.
세명인데도 불구하고 카운터 자리를 달라고 하는 선배를 보며 좀 의아했지만 곧 이유를 알게 됐다. 카운터에서 바로 튀겨서 주는 시스템이다. 그러니까 방으로 들어가는 튀김들은 아무래도 30초~1분정도의 딜레이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리고 카운터에 있으면, 그리고 보여달라고 하면, 직접 살아있는 재료를 먼저 보여주고 손질하는 모습도 보여준다. 그래서 아나고와 새우를 한 번씩 더 시켜먹었다. 아리가또, 선배.
아리가또?
흠..
물어보지도 않고 생맥주 세잔을 시키고 나서 해장을 해야지 어쩌고 한 선배한테.. 뭐 그래도 맛있게 먹었으니, 아리가또네.
카운터에서 튀김을 하던 나이 지긋하신 분께 선배가 물었다. 이 집이 얼마나 되었는지. 아저씨의 대답은 "80년". 대단하다. 서울에 80년된 음식점이 있을까. 그래, 한국전쟁이 있으니.. 그럼 50년정도 된 음식점은 있을까? 있을 거다. 음.. 있을 거야. 주말의 저녁에는 가게 밖으로 줄이 엄청나게 길어진다고 한다. 하긴 일본사람들 줄 잘서고 잘 기다리니.
해장술은 결국 에비스 두병을 더 시키고 나서야 끝이 났다.
신주쿠의 복작거리는 곳 골목 안쪽에, 80년된 덴뿌라 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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