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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참 열심히 구했던 은사가 둘 있습니다. 통찰과 분별.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만 그땐 더 그랬습니다. 이 세상의, 마귀의 비열하고 치밀한 온갖 계략과 음모와 애매모호한 모든 것이 치떨리도록 싫었어요. 알게 모르게 우리들의 삶 전반에 잠복하여 영과 육을 죽이는 수많은 돌들과 가시떨기들. 한번 거기 잘못 걸렸다간 다시는 헤어나오지 못하고 영영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열심히 구했어요. 수련회만 갔다 하면 2일차 저녁쯤에 반드시 구했지요. 하나님, 세상이, 저마저 너무 악합니다. 제가 알면 뭘 압니까. 보이게 해 주세요. 무엇이 선하고 무엇이 하나님을 거스르는 것인지. 주를 막지 않는 자는 주를 위하는 자라고 하셨는데, 누가 혹은 무엇이 주님을 막는지 막지 않는지 확실히 보아서, 어디 엄한 데 떨어지지 않고 분별해서 살게 해 주세요.
요즈음은 이런 느낌이 듭니다. (사울왕 못지않은 굉장한 자만인데) 제가 못났건 잘났건 착하건 버릇없건 그에 상관없이, 무슨 문제나 현상이 있으면, 성령 하나님께서 그 모든 시추에이션의 '밑그림'을 보여주시는 것 같습니다.
밑그림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대강의 특징과 인과관계만 확연히 나타내놓은. 그래서 어떤 얘깃거리를 접하노라면, 남들은 복잡한 완성품을 보면서 얘기하는데 전 그 밑그림을 보고 얘기해 주는 기분입니다. 자연히 저도 모르게 "그건 아마도 이래서일 거야"라든가, "이러저러하면 되는 일이다"라고 말하게 되는데 그에 대해 딱잘라 아니오라고 말하는 사람도 없단 말이죠. 이 사실에 비춰봤을 땐 확실히 요런 말들이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은 아닌 거 같습니다.
한편으로 감사하고 한편으로 죄송하고 솔직히 한편으로는 뿌듯합니다. 이렇게 황당한 것에까지 미혹당하고 넘어지는 사람들도 많은데 난 보여서 다행이다, 그런데 난 입이랑 손발이 따로노는 불량아로구나, 뭐 그래도 이정도가 어디냐 사실 잊어먹고있었는데 기도가 열매맺었어! 뭐 이런 복잡미묘한 심정입니다. 그러니까 넌 안되는거야, 엽토군 이 오만한 놈아.
솔로몬이 생각납니다. 제가 솔로몬 닮았다는 건 절대 아니고, 통찰과 분별이 가장 뛰어났던 사람으로 기억되잖아요. 어린 나이에 왕위를 받은 솔로몬. 그가 일천 마리 제물 하며 귀찮아하고 갈등하는 자아까지 다 버려가면서 빌었던 것이라곤, 그저 전 무식하니 왕노릇 하며 욕먹지 않도록 지혜를 주세요 했던 것뿐이죠. 그런 사람이 역대 최고로 지혜로운 사람으로 기억되고, 나중엔 '지나치게' 지혜롭기까지...
다시금 근본을 목적을 본령을 생각해 봅니다. 전 점쟁이는 되고 싶지 않거든요. 하나님 뜻 알고 겁없이 대들지 않는 한 자루 도구가 되고 싶을 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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