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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네시 반에 일어나 집 근처의 다섯시 새벽예배를 올리는게 버릇이 들어갈 즈음, 이제 적어도 이곳에서의 새벽예배가 더이상 드려지기 힘든 일이 생겼습니다. 개인적인 독백임에도 누군가 들어주길 바라는 모순을 어쩌지 못해 글로 남기는 ...부적절함을 용서해주길 빕니다.
......언제나 처럼 이어지는 사도행전 속 바울의 본문이 오늘 드디어 마지막 장 마지막 절을 읽는 것으로 끝났다. 바울의 말과 글과 비참함 속에 하나님의 일을 행한 것에 대한 말씀이 이어지는 즈음 자신도 목사지만 어려운 것이 없지 않다면서 어제 삼일절에 한 일을 교인들에게 나누신다. 뜻을 같이하는 목사님들과 함께 나라를 위해 10시부터 2시까지 금식을 했으며(어떻게 한 금식인데 이런 시간대가 나올까...) 이후 버스를 빌려 시청 앞에 가셔서...반.핵.반.김. 한글자 한글자 힘주어 발음하시며 이~이~이~오늘날 어쩌다가 한국이 이지경이 되었는가, 를 개탄스러워 하시며 생체실험을 서슴지 않는다는 저 김정일이를 한국의 젊은이들이 추종하는 끔찍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울분을 토하신다.
아...그 집회에 참석하시었는가, 삼일절의 함성이 성조기와 함께 펄럭이던 그 기이한 독립운동 기념집회에...그리하여 내 주위에는 도대체 눈을 씻고 봐도 없는 김정일이의 사주를 받은 젊은이들이 물정모르고 한국땅을 휘젓고 다니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새삼 깨닫게 되셨는가...나는 나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는다. 어머니또래의 새벽예배에 참여하신 절대다수의 여성도님들이 목사님의 비분강개한 한 마디 한 마디마다 아멘, 아멘 하면서 탄식하시듯 화답하시는 말에는 귀를 닫고 싶은 심정이 드는 걸 어쩔 수가 없다.
일전에도 '거지 발싸개 같은 공산주의'라는 말씀을 설교중에 하시어 나를 조금 움찔하게 했던 목사님(현실성이 없어 공산주의, 그러니까 사회주의에 매력을 못느끼는 나를 움찔거리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아마 분노에 찬 목사님의 음성과 눈빛이 아니었을까, 내가 포섭되어버린 '간첩'이 아니라면 말이다), 미국 펜실바니아에서 거주하시어 설교 말씀 중 자연스레 영어를 섞어쓰시던 유창한 목사님. 아니다...그럴 수도 있지...연세가 많고 혹 한국전쟁에 상처가 있으시면 그러실 수도..
애써 마음을 추스리는데 어느덧 북한과, 김정일과, 철부지 같은 젊은이들에 대한 낯설고 낯선 '복음'이 끝나고 설교를 마무리 하시는 무렵, 마지막 말씀으로 내 소박한 기대를 무너뜨리신다.
"공산주의는 사탄이 만든 겁니다, 공산주의자가 다시 쳐들어오면 제일 먼저 누굴 죽이는지 알아요? 우리같은 크리스챤이에요."
갈등으로 설교가 끝나고 기도가 이어지는 줄도 모르고 나는 이를 아예 악물었다. 순간 서울을 물로 쓸어버리기 위해 북한이 만든다던 금강산댐이 떠오른다. 아...목사님...목사님... 목사님은 이 거룩한 성전 이 거룩한 제단 위에 서셔서 또 하나의 금강산댐을 부지런히 만드셨군요.......
이어지는 부목사님이 인도하시는 기도집회, '주여 저 북한의 김정일 정권이 하루빨리 '망하게!' 해 주시옵소서......'
겨우 예배를 드리고 이어지는 통성기도에 나는 더듬거리며 기도한다. "하나님...... 저분도, 이 교회도 모두 주님이 세우신 뜻과 역사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목사님이 선포하시는 주님 당신의 말씀이 분노와 증오를 선동하고 대립을 부추기는 살기어린 말씀이 아니라 사랑과 용서와 평화를 전하는 말씀들로 대신되게 해 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합니다, 아멘."
밖은 여전히 춥고 이마에 맺힌 땀방울이 서늘하게 식어갈 즈음, 나는 새벽기도를 드릴 교회가 없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아프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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