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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가지 물건을 사려고 마트에 갔다가
깔끔한 전기스위치가 있어서 사왔다.
그리고 오래 된 낡은 전기스위치를 갈기 위해
전원을 차단하고 작업 시작..
겉커버를 떼어내니
스위치는 두개, 구멍은 여덟개, 선은 네개 였고 전선의 색은 모두 같았다.
각 연결된 선들의 위치를 잘 기억해 가면서
드라이버로 돌려 연결된 선들을 다 풀어내고
새로 사온 전기 스위치를 연결하는데 방식이 좀 달랐다.
전에 것은 선을 구멍에 넣고 드라이버로 조이는 방식인데
이건 그냥 쑥 밀어넣으면 딸칵하고 그냥 끝나는 방식이었다.
"간단하군..역시 편한 세상이야.."
그런데 선을 연결하고 불을 켰는데
이런..
윗 스위치와 아랫스위치가 독립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아랫 스위치가 윗스위치에 종속되어 작동하는 것이었다.
선이 잘못 연결되었나부다.. 다시 작업을 하려고 전원을 차단했는데..
허걱...
그런데 어느새 날이 저물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겨드랑이 사이에 랜턴을 끼우고
선을 다시 빼려고 하는데 죽어도 안 빠지는 것이었다.
자세히 보니 잘 눌러지지도 않는 코딱지만한 하얀 버튼같은 것에
아주 작은 하얀 글씨로 push라고 써있길래..
"아항.. 뺄땐 이걸 누르고 빼는 건가부다" 하고
버튼을 누른 상태에서 선을 잡아빼려고 하는데..
겨드랑이에 랜턴을 끼고 왼손으론 뾰족한 송곳으로 코딱지 만한 버튼을 누르고 오른손으로 선을 잡아 빼려니
이건 도저히 자세도 안나올뿐더러 힘도 받쳐주지 않아..
결국은 새로 사온 스위치를 뽀사버리고 말았다.
게다가 억지로 잡아뺀다고 하다가 피복이 많이 상해서 잘라낸 후 다시 벗겨내어야 했고
가위에 가운데 손가락 살집을 찝혀 피는 철철 흐르고..
랜턴의 건전지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어둠속에서 밴드를 찾아 대충 묶고
아무렇게나 내 던진 전의 스위치를 찾아 다시 연결을 시도..
그러다 보니 틀림없다고 기억하고 있던 선이 연결될 자리를 까먹어버렸다.
색깔도 같고 길이도 비슷한 선들을 정확히 구분해 가면서
본선과 윗스위치선과 아래스위치선과 위아래를 연결하는 선을
여덟개의 구멍중에 네개를 정확한 위치에 연결해야 한다고 생각해보라..그것도 어둠속에서..
가능한 경우의 수가 몇개인가..
다 해본다고 해도 이건 확인을 위해서 매번 전원을 내렸다 올렸다를 반복해야하고
매번 드라이버를 조였다 풀었다 해야하는데
몇번의 드라이버질로 오래된 나사머리의 가름마는 뭉그려져 버렸다..(내가 좀 힘이 세던가..)
전기공학과를나온 오빠한테 전화를 할까 하다가..
분명.. 결혼얘기로 잔소리를 들을 것 같아 일찌감치 포기하고..
네번의 시행착오끝에.. 결국 본선을 찾아내고 제대로 연결하는 데 성공~!!
그런데 문제는 아직 남아있었다..
기계를 해체하고 다시 조립하고 나면
일본 사람은 나사가 하나 모자라고
한국사람은 하나 남고 독일사람은 딱 맞는다는 우스개소리를 들은 바 있어서
나사는 신경서서 잘 맞췄는데..
선을 이리저리 잡아빼고 어쩌구 하다보니
아무리해도 전에 처럼 그 공간안에 다 들어가질 않는 것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그 선은 일반 전선과는 달라서 뻣뻣해서 잘 찌그러지지도 않는다.
힘으로 하는것도 한계가 있지..
이쁜 모양으로 바꾼다고 하다가 도리어 이건 내장을 다 드러내놓고 있게 생긴 것..
왜 여자는 공업, 기술을 안가르치는거야~!!
모든 원망은 제도교육으로 쏠리고..
정말....내 생애 남자가 그렇게 필요했던 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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