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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님의 글을 읽고 저도 제 삶을 나누고 싶어 이렇게 글을 씁니다.)
고 1이 되서야 우여곡절 끝에 다시 나가게 된 교회는,
그야말로 자포자기의 심정으로 걸음을 옮긴 것에 지나지 않았다.
한 수련회에서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 그 품에서 엉엉 울고 나서야,
교회는 비로소 가 볼만 한 곳이 되었다.
고 2가 되서 동갑인 한 자매를 알게 되었다.
교회에 익숙치 않은 나를 상냥히 대해주는 친절함에
그만 사춘기와 함께 첫사랑의 열병이 찾아오게 됐다.
1년 반동안 빼곡히 적어 내려간 일기장에는 그 자매와 하나님에 대한 얘기들로 가득했다.
고 3 졸업을 1주일 앞둔 어느날.
나는 그렇게나 바라마지 않던 교회 찬양팀의 수련회에 참석하게 됐다.
대전에서 목요찬양과 함께 10년 가까이 꾸준히 활동을 한 찬양팀.
나도 무언가를 통해 찬양팀을 섬기고 싶었다.
그러나 고등학교 때부터 성악 레슨을 받으며 대학생들 틈에서 해외선교까지 다녀온
그 자매가 이미 찬양팀에 입단해 있었다.
두려웠다. 지금 그 팀에 들어가면 이 일로 얼마나 맘 고생을 할지 어린 맘에도 걱정이 앞섰다.
수련회 마지막 날 방언을 받으며, 하나님을 찬양하고 싶은 맘이 너무나 간절해
앞뒤 볼 것 없이, 그 길로 찬양팀에 입단하게 됐다.
찬무, 엔지니어링, 악기 뭐하나 할 수 있는게 없어서 들어간 곳이 싱어팀이었다.
너무나 못 부르던 노래였지만, 그래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 찬양팀에서 난 영적지도자이자 진정으로 존경하고 사랑하는 전도사님을 만나게 되었다.
10년이나 나이차가 났지만 내게는 친구와도 같은 친밀함으로 다가오셨다.
대학 1학년이 막 시작 되었을 때, 그 자매에 대한 짝사랑은 더 깊어져 있었고,
이 일로 전도사님께 상의를 드리기도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3년 후 ,
10년의 나이차를 극복하고 그 전도사님과 자매가 교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까지 철저히 비밀로 붙여졌던 교제 사실이 다른 사람에 의해 공개적으로 드러난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왜 내게 미리 귀뜸이라도 안 해주셨던 걸까?
그럼 난 3년간 뭘 했단 말인가?
방황과 저항과 불신의 시기가 찾아왔다.
그렇게나 눈물 흘리며 기도했건만, 어찌하여 끝내 이렇게 가슴 아프게 하시는지..
모든 것을 닮고 배우고 싶어했던, 아니 그 분의 영감이 내게 갑절이나 있기를 소망했던
전도사님이 왜 그렇게까지 비밀로 하며 말씀하지 않으셨던 건지...
단 1%의 희망에 목매달며 자매의 마음을 얻고자 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왜 이리 초라한지,
우는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때는 그랬다. 왜 이런 고난을 겪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어쩜, 주님의 십자가 달리심과 부활하심을 보지도 못한 채, 의문만 가득 품고 죽었을
세례 요한처럼 그 이유를 평생 모를 수도 있었다.
대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두 사람의 결혼식이 올려졌다.
청년들 틈에 끼여, 그것도 온갖 스트레스로 나빠질때로 나빠진 벌건 피부로
난 축가를 불렀다. 그 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렇게 2년이 흘러갔다.
난 내 범죄에 관해, 이제는 목사님이 되신 그 분께 모든 걸 털어놓아야만 될 상황에 처하게 됐다.
한참의 망설임 끝에 나온 내 고백에 목사님의 첫 대답은 이러했다.
'고맙다. 이렇게 말해줘서'
태국의 선교지에서 있었던 이 고백 이후에 목사님은 그간 못하셨던 많은 말씀을 해주셨다.
논리적인 이해보다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목사님의 고뇌와 사랑하심이 전해져왔다.
목사님은 자신들이 받은 고통에 대해선 한 마디도 안 하셨지만,
나로 인해 목사님과 그 자매가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말 못하는 그 심정은 어떠했는지,
처음으로 그들의 마음을 헤아려 보게 되었다.
목사님과 부둥켜 안던 그 날, 그저 감사하기만 했다.
그 목사님은 5년간의 준비 끝에 모든 것이 마련된 미국유학을 포기하시고,
사모님과 함께 태국 선교사로 홀연히 가 버리셨다.
그리고 가시기 전, '넌 내 동역자야'라고 말씀해주셨다.
이제는 알 것만 같다. 내게 허락하셨던 모든 기쁨과 슬픔들이 그 분의 뜻이었음을..
내 배우자가 될 사람에게 귀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사랑의 배움이 여기서 비롯되었노라고,
내 20대에 하나님은 그렇게나 치열하게, 그러나 섬세하고도 따뜻하게 나를 만나셨노라고,
이제는 고백할 수 있다.
하나님은 과거를 쓰신다.
기쁨도, 슬픔도, 환희도, 고난도, 행복도 상실도....
그 어느 것 하나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아니하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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