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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전에 어떤 행사 기획에 참여했을 때,,
(보통 그런 일을 기획하려면
참말이지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
물론 공무원이건 기업인이건 연예인이건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을 만나면 정말 괴롭기 그지없다.
특히 지방 공무원들이 참 대단들 하시다고들 한다.)
그런데 함께 사전준비 즈음 되는 모임에서 한 잔 하고
돌아오는 길에,
그 일을 몇 년 한 사수 격 되는 어떤 사람이
차에 타며 그런 말을 했다.
"다 쌈마이(삼류)구만."
하며 그 자리에 함께했던 엠씨 등 빅스타는 아니어도
참 건강하게 자기 자리를 지키며 살아가는구나..하며
좋은 느낌이었던 사람들에 대한 그의 평은
그 한마디였다.
"쌈마이".
그는 아마도,
자신이 그 동안 얼마나 대단한 빅 샷들을 만나 일을 해왔는데
고작 그런 사람들과 그러저러한 행사를 해야하다니
하는 마음이
잠깐이지만 자기도 모르게 새 나온 것일 게다.
잠깐 겸손하지 않아 진 것이겠지.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저 생각, 참 위험하구나.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한 표를 주며
그렇게 일을 하건 일상을 살아가건,
할 수 있는 겸손한 마음이란 종종 힘들어질 테지..
자신감과 겸손이라는 경계 사이의
지난한 외줄타기는
늘 그렇게 불안하고 어려운 균형이지 않던가.
더구나 젊은 날,
지금 경험하는 것이 전부인 것 같은 때 더더욱.
다른 하나는,
내가 몇 급의 인간이기를 추구하며 살아가는가.
두 가지 생각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잠시 멍해졌던 기억이다.
난 그냥 그 날의 모임이
참 오랜만에 보는 반듯하고 좋은 분들과의 만남같아 좋구나..했더라서 더 그러했나보다.
그가 일류로 분류하는 사람들의 기준이란 무엇이엇을까.
연봉.
연예인이라면 인기.
가지고있는 권력의 종류와 크기..?
대강 그러했지 않았나 싶다.
그 사람만의 기준을 재단할 수는 없겠지만.
# 2.
오늘 지하철에서
언듯 보기에도 특이한 행색의
한 남자를 보았다.
한참을 내 앞에 서 있었던 그 남자의 옷차림.
하얀 망사구두.
반짝이는 질감의 검은 바지.
형광색이 섞인 황토색 마이.
주홍색 셔츠.
범상치 않은 헤어스타일.
그리고 이내 그가 핸드폰을 받았다.
몇 시까지 어떻게 가겠으니 11시까지는 가능하겠네요. 라는.
내 추측이 맞다면
그는 어느 중소도시 즈음되는 곳의 밤무대에서
노래는 부르는 가수가 아닐까.
자리가 나 옆에 앉은 그가
무릎 위에 올려놓은 쇼핑 백 안에는
노란색을 비롯, 그가 입고있는 것보다 더 화려한 색상의 옷들이
가지런히 접혀 있었다.
최소한 그는 행복해 보였다.
#3.
난 일을 하면서도 그렇고,
사람들을 만나며
이 사회가 '일류'라고 상정한 기준에 부합하는 삶을 살기 위해
지나치게 바둥댄다 싶은 사람도,
자신이 '삼류'임을 너무 의식한 나머지 일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싸그리 폄하하거나, 이류 정도는 삼류로 강등시키는 삼류이거나
모두 주변 사람을 행복하게 하지 못하는구나..하는 생각을 했었다.
몇 류라고 평가되는 삶을 살건,
채점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훌륭하고자 하려면
나름의 건강한 삶의 기준이 있어야 하리라는 생각을 했다.
내가 몇 류라고 평가되는 사람을 만나건,
그 사람의 소유적가치나 성취적 가치가 아니라
존재 가치로 그를 만날 수 있다면
내가 참 잘 살아가는 것이겠다..하는 생각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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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난 쿠엔틴 타란티노의 영화처럼,
B급영화로 분류됐다가 그 어느 날 사랑을 받아 몇 류인지 생각 안해도 되는 그런 일류가 되고싶었다.
그런데 지금은,
코엔 형제나 찰리 카우프만 같은 천재적 스타일이 되기엔
제도교육에 너무나 잘 적응하여 살아온 범쉐이였고,
뒤늦게 철들어 대성한 뭔가가 되기엔 무쟈게 게으르다는 것도 알아버렸다.
말하자면, '영어완정정복'에서
짝사랑하던 장 혁이에게조차 "노말하다"고 평가된 이나영이처럼.ㅋ
어떻게, 얼만큼 살아내야 할까..?
"나는 조선의 말단 회사원이다"라는 대사를 쏟더라도
때로 야광주황셔츠에 황토색 마이를 입더라도
걷거나 버스를 타거나
(심심한 표현이지만)
감사하며 살고 싶다.
내 옆에 있는 남자를 늘 과분하다 생각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내가 다니는 학교가 그냥 고맙고,
나에게 월급을 주는 회사에 대해 로열했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나를 만드신 창조주께
온 몸의 세포들마저 감사하며..
그렇게 살고싶다.
그는 나를
몇 류로 분류하시지 않은 유일한 분이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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